하버드 전 총장, 미공개 교신 드러난 뒤 "신뢰 회복 위해 공적 활동 중단"

하버드대학교 전 총장 래리 서머스가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틴과의 미공개 이메일 교신 사실이 공개되며 비판을 받은 가운데, 오픈AI 이사회에서 물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오픈AI 이사회는 수요일 성명을 통해 "래리 서머스가 이사회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으며,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서머스의 기여와 통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머스는 성명에서 "이사회에서 일할 수 있었던 기회에 감사하며, 회사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의 발전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2만여 건 공개 문서 속 드러난 교신... 비위 사실은 아냐

서머스는 최근 의회가 공개한 2만 건이 넘는 제프리 앱스틴 관련 문서에 등장한 여러 저명 인사 중 한 명이다. 이메일에 언급되었다고 해서 잘못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지만, 앱스틴과의 관계에 대한 불편한 의문이 제기됐다.

서머스는 월요일, "가까운 사람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공적 활동에서 한발 물러나겠다"고 밝혔으며, 하버드 교수로서의 강의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래리 서머스. 위키)

그는 "제 행동이 초래한 고통에 대해 깊이 부끄럽게 생각하며, 앱스틴과의 교신을 이어간 잘못된 판단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대학 강의도, 정부 자문도 맡아선 안 돼"

같은 날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서머스를 강하게 비판하며 "그는 대학에서 가르치거나 정부에 조언할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서머스의 이메일이 "엄청난 수준의 판단력 결여"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경제학계 거물... 그러나 논란도 반복

서머스는 1983년 하버드 경제학과에 부임한 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을 거쳤다. 2001년 하버드 총장이 되었으나, 이공계 여성 참여율에 대해 논란이 된 발언을 한 뒤 교수진의 불신임을 받고 2006년 사임했다.

뉴욕타임스는 서머스와의 오피니언 기고 계약을 재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8~2019년 이메일... '멘티'와의 관계 조언을 앱스틴에게 구해

하버드 크림슨 보도에 따르면 서머스는 2018~2019년 앱스틴에게 자신이 '멘티'라고 표현한 여성과의 로맨틱한 관계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메일은 두 사람이 정기적으로 연락했음을 보여준다.

서머스는 최근 몇 달간 앱스틴 관련 인물로 이름이 다시 거론된 많은 고위 인사 중 한 명일 뿐이다. 앱스틴의 이메일은 부유층·권력층 인사들과의 광범위한 교류를 담고 있어 정치적 논쟁을 불러왔다. 의회는 화요일, 앱스틴 관련 정부 문서를 대규모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2008년 유죄, 2019년 재수감 중 사망

앱스틴은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뒤 플로리다에서 복역하고 성범죄자로 등록됐다. 2019년 다시 체포돼 성매매·인신매매 공모 혐의를 받던 중 수감시설에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