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업률이 11월 4.6%로 올라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 일자리가 늘어났음에도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WSJ이 보도한 이날 공개된 미 노동부의 지연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미국에서는 6만4천 개의 일자리가 증가했으나, 10월에는 10만5천 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통계 수집이 중단되면서 두 달치 고용 지표를 한꺼번에 발표한 것이다.

셧다운 여파로 두 달치 고용 지표 동시 발표

11월 실업률은 4.6%로, 노동부가 마지막으로 실업률을 발표했던 9월(4.4%)보다 상승했다. 셧다운 기간 중 필요한 설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10월 실업률은 집계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경제학자들은 11월 고용 증가폭을 4만5천 개, 실업률을 4.5%로 예상했으나, 실제 수치는 이를 웃돌았다. 정부 발표 직후 미 주가지수 선물은 큰 변동 없이 보합세를 보였다.

연방정부 일자리 감소 본격 반영

연방정부 고용은 11월에만 6천 명 감소해, 10월의 대규모 감원(16만2천 명)에 추가로 하락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연방정부 일자리는 총 27만1천 개 줄었다.

고용
(고용광고문. 자료화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인력 감축을 핵심 정책 기조로 내세워왔으나, 상당수 감원은 최근에야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유급 휴직자들은 고용자로 집계되며, 조기퇴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 역시 9월 말까지 급여를 받았기 때문이다.

냉각된 고용시장, 그러나 대규모 해고는 없어

이번 보고서는 최근 수개월간 뚜렷하게 둔화된 고용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 지속과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은 채용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억제 정책으로 구직자 수가 줄면서, 실업률 상승을 막기 위한 고용 수요도 예전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9월과 8월 고용 지표 역시 하향 조정됐다. 9월 일자리 증가는 기존 11만9천 개에서 10만8천 개로 낮아졌고, 8월은 4천 개 감소에서 2만6천 개 감소로 수정됐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최근 6개월 중 3개월(6월·8월·10월)에 걸쳐 순고용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해고·저채용' 국면 진입

경제학자들은 현재 고용시장을 '저해고·저채용' 환경으로 평가한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지만, 신규 채용에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높은 생활물가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가운데, 장기화된 정부 셧다운은 식량 지원, 항공 운송, 연방공무원 급여 지급에도 차질을 빚었다. 계절적 채용이 활발해야 할 시기에도 기업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거나, 인공지능(AI)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 범위를 시험하고 있다.

연준, 지연된 데이터에 '신중한 시선'

이번 고용 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1월 말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검토할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노동시장 둔화는 연준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인하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월과 11월 중반까지 데이터가 수집되지 못한 만큼, 향후 지표를 다소 회의적인 시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공식 통계가 월간 고용 증가를 최대 6만 개까지 과대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실제로는 4월 이후 매달 2만 개 안팎의 일자리가 줄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신규 기업 창업과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변동을 추정치로 반영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