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억달러 인수 거부하며 "가문 신탁 아닌 본인 책임 명확히 하라" 압박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제시한 779억달러 규모의 적대적 인수 제안을 공식 거부하며, 핵심 조건으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의 개인적 지급 보증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엘리슨 가문의 신탁(trust)을 앞세운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불신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사고 싶다면 본인이 서명하라"
WSJ에 따르면, 워너는 17일(수)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인수 제안이 넷플릭스가 제시한 대안보다 여러 측면에서 열위에 있다며, 특히 재원 조달의 확실성에 중대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워너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면, 불투명한 신탁이 아니라 래리 엘리슨 본인이 직접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779억달러 전액 현금 인수... 그러나 '신뢰'가 문제
파라마운트 측은 워너에 주당 30달러, 총 779억달러 규모의 전액 현금 인수를 제안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제시한 720억달러보다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워너는 "가격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넷플릭스의 경우 워너의 스튜디오와 HBO 맥스 스트리밍 부문만 인수하고, CNN·TNT 등 케이블 채널은 분사된 회사 형태로 기존 주주들이 계속 보유하게 된다. 반면 파라마운트는 전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거래 성사 가능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게 워너의 논리다.
엘리슨 가문 신탁에 대한 의구심
파라마운트의 인수 구조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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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약 407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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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약 540억달러 (BofA, 씨티, 아폴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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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슨 가문 출자금 118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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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부펀드 3곳에서 240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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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버드 캐피털 등 추가 투자자
엘리슨 가문은 전체 자기자본을 최종 보증(backstop)하겠다고 밝혔지만, 워너는 이 보증이 **'철회 가능한(revocable) 가족 신탁'**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워너는 제출된 문서에 "공백과 허점, 제한 조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파라마운트 "2500억달러 자산 신탁" 반박
이에 대해 파라마운트는 워너가 주주들을 오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파라마운트는 엘리슨 가문 신탁이 약 25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오라클 주식 약 11억6천만 주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기타 자산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신탁은 과거 트위터(X) 인수 거래 등에서도 실제 거래 상대방으로 기능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오라클 주가 급락이 불신 키워
워너의 의구심은 최근 오라클 주가 급락과도 맞물려 있다. 오라클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오픈AI 의존도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이로 인해 래리 엘리슨의 자산은 약 1700억달러 감소했으며, 현재 순자산은 약 2430억달러로 추산된다.
특히 엘리슨이 620억달러 규모의 오라클 주식을 개인 부채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워너 측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인수전 장기화 불가피
파라마운트는 당장 인수가를 상향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대신 주주들과의 접촉을 늘리며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공개매수 기한은 내년 1월 8일까지지만 추가 연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단기간에 결론 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솔로몬 파트너스의 마크 보이드먼은 "이 싸움은 여러 차례 반전을 거칠 것이며, 승자가 누가 되든 미디어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너 주주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는 파라마운트 쪽이 거래 성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찬성 입장을 보이는 반면, 다른 주주들은 워너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가격 경쟁을 넘어 '자금의 신뢰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며,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