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중국계 창업진이 설립한 아시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 이상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AI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거래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이 중국 뿌리를 가진 AI 스타트업을 전면 인수하는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단독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Meta Platforms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Manus를 20억 달러를 웃도는 금액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누스는 메타의 접근 당시 기업가치 20억 달러 수준으로 신규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었다.
마누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샤오홍(Xiao Hong·별명 '레드')은 인수 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COO)인 Javier Olivan에게 직접 보고하게 될 예정이다.
아시아 AI 생태계에서 탄생한 '에이전트'
마누스는 올해 3월 공개한 AI 에이전트 시연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에이전트는 심층 리서치 보고서를 작성하고 맞춤형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Anthropic와 Alibaba가 개발한 AI 모델을 활용한다.
이는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도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고 주장하며 실리콘밸리를 흔들었던 중국산 AI 모델 '딥시크(DeepSeek)'가 등장한 직후여서, 글로벌 AI 경쟁 구도 속에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메타의 전략적 전환...AI 에이전트 전면전
이번 인수는 메타가 Google, Microsoft, OpenAI와의 경쟁에서 AI 역량을 대폭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코파일럿(Copilot)'이라는 AI 비서를 운영 중이다.
메타는 마누스 서비스를 유지·판매하면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 전반에 통합할 계획이다. 그동안 '오픈소스' 모델을 강조해온 메타가 유료 구독 기반 AI 서비스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셈이다.
저커버그의 'AI 드림팀' 구축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올해 초 차세대 AI 모델 출시 과정에서 난관을 겪은 뒤,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다. 메타는 AI 스타트업 Scale AI 지분 49%를 인수해 기업가치 290억 달러를 인정했고, 창업자 알렉산드르 왕(Alexandr Wang)을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중국과의 연결고리, 정치적 변수
마누스의 모회사 '버터플라이 이펙트(Butterfly Effect)'는 2022년 중국 베이징과 우한에서 설립됐다. 이후 미국 AI 모델 사용 제한을 피하기 위해 중국 외 지역에서 서비스를 출시했고, 지난해 공식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의회는 벤치마크가 중국과 연관된 AI 기업에 투자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마누스는 중국 시장용 제품 개발 계획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현재 직원 약 100명은 대부분 싱가포르에 근무하고 있다.
"독립성 유지한 채 성장"
샤오홍 CEO는 성명에서 "메타 합류는 마누스의 작동 방식이나 의사결정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더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기반 위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연 매출 반복 수익(ARR) 1억 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성사된 이번 인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와 아시아 AI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교차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