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25억달러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매너스(Manus)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중국과 연관된 AI 기업들이 미국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중국계 배경을 지닌 AI 기업이 어떻게 지정학적·규제 리스크를 관리하며 글로벌 무대에 안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25억달러 인수...중국계 AI의 '새 경로'
메타는 매너스를 약 2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이 가운데 5억달러는 직원 유지를 위한 리텐션 풀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너스는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으로, 복잡한 연구 보고서 작성이나 웹사이트 구축 등 고급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거래는 중국계 창업가들이 설립한 AI 기업이 미국 대형 테크기업의 품에 안긴 드문 사례다. 뉴욕대 법대 교수이자 드래곤캐피털 파트너인 윈스턴 마는 "거래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중국의 젊은 AI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과의 거리두기...본사 이전·사업 재편
매너스의 모회사 버터플라이 이펙트(Butterfly Effect)는 초기 중국 베이징과 우한에 사무소를 두고 성장했지만, 글로벌 확장을 위해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미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중국 내 AI 모델 대신, 앤트로픽(Anthropic) 등 미국 AI 모델을 활용했고,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이후 중국 내 일부 인력을 정리하고, 현지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메타 측은 "인수 완료 후 매너스에는 중국인 소유 지분이 남지 않을 것이며, 중국 내 사업 역시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투자 규제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워싱턴은 '조용', 베이징은 '불만'
미국 워싱턴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매너스가 미국의 해외투자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구조를 재편한 점이 우려를 완화했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기술 수출 통제를 담당했던 크리스 맥과이어는 "이번 사례는 수출·투자 규제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베이징에서는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일부 중국 당국자들은 매너스를 중국 AI 역량의 상징으로 여겨왔으며, 이번 매각이 미국에 기술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어 중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창업자 배경과 성장 스토리
매너스의 핵심 창업진은 중국 출신의 젊은 기업가 샤오훙(Xiao Hong)과 지이차오(Ji Yichao·별명 '레드'와 '피크')다. 샤오는 텐센트의 위챗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해 투자를 유치한 경험이 있고, 지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성장해 모바일 브라우저 스타트업을 성공시킨 이력이 있다.
이들은 2024년 샌프란시스코의 AI 코딩 도구 '커서(Cursor)'에서 영감을 받아 매너스 개발에 착수했다. 제품 이름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라틴어 모토 '멘스 에트 마누스(Mens et Manus·정신과 손)'에서 따왔다.
메타 품에서의 도약
메타는 매너스를 자사 생태계에 통합해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을 통한 유통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연말까지 거래를 마무리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블로그를 통해 "매너스의 뛰어난 인재들이 메타 AI 팀에 합류해 범용 AI 에이전트를 소비자·기업용 제품 전반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중국계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규제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