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이 월가 거물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전통 금융권을 대표하는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을 비롯한 대형 은행 수장들과의 갈등은 이제 '암호화폐 대 은행'이 아니라 '코인베이스 대 은행'의 구도로 번지고 있다.
다보스에서 터진 공개 충돌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암스트롱 CEO는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Tony Blair)와 커피를 마시던 중 다이먼 CEO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았다.
암스트롱이 방송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디지털자산 규제법안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다이먼은 이를 공개적으로 부인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협력을 표방하는 다보스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장면이었다.
핵심 쟁점: 스테이블코인 '보상금'
갈등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보상금 지급 여부다. 코인베이스는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한 고객에게 연 3%대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를 사실상 예금 이자와 동일한 성격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한다. 현재 미국의 보통예금 금리는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고금리 보상을 내세운 암호화폐 플랫폼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암스트롱은 "자유시장에 맡기면 될 문제"라며 은행들이 경쟁을 통해 금리를 올리거나 직접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클래리티 법안'을 둘러싼 힘겨루기
논란의 중심에는 '클래리티(Clarity) 법안'이 있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 규제의 틀을 정립해 향후 은행 예금과 전자결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으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은행권과 암호화폐 업계 간 절충을 모색하기 위해 회동을 추진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AI·크립토 정책 총괄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가 참석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반격과 암스트롱의 계산
Brian Moynihan(브라이언 모이니핸) 등 은행 CEO들은 "예금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은행과 동일한 규제 체계를 따라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감독청(OCC)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 은행과 달리, 암호화폐 기업은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적다는 문제 제기다.
암스트롱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한해 보상 지급을 허용하는 새로운 규제 범주를 도입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들도 동일한 조건에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은행 대체자'를 꿈꾸는 코인베이스
암스트롱은 코인베이스를 단순한 거래소가 아닌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위한 은행 대체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21년 상장 당시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기록했던 코인베이스는 이후 시장 침체와 규제 압박을 견뎌냈고, 현재는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암호화폐 기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입법의 열쇠를 쥔 한 사람
현재 상원에서 논의 중인 법안의 향방은 암스트롱의 선택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힐러리 앨런(Hilary Allen) 아메리칸대 법학 교수는 "입법의 '예·아니오'를 사실상 한 기업 CEO가 쥐고 있는 상황"이라며 "극히 이례적인 권력 집중"이라고 지적했다.
월가와 암호화폐 업계의 충돌은 단순한 이해관계 다툼을 넘어, 미래 금융 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힘겨루기로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