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역을 뒤흔든 반정부 시위의 동력은 Z세대였다. 더 연결된 세계에서 성장한 이들은 붕괴된 경제와 엄격한 사회 규범에 맞서 거리로 나섰고, 그 대가는 생명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마지막 메시지

WSJ의 보도에 따르면, 1월 7일, 파르비즈 아프샤리(Parviz Afshari)는 아들로부터 "내일 시위에 나갈 거야.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받았다.

샘 아프샤리(Sam Afshari)
(샘 아프샤리(Sam Afshari), WSJ)

열일곱 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들 샘 아프샤리(Sam Afshari)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흘 뒤 가족들은 테헤란 인근 카라즈(Karaj)의 한 영안실 바닥에 줄지어 놓인 시신들 사이에서 그를 찾았다. 당시 이란은 인터넷이 전면 차단된 상태였다.

Z세대가 불을 붙인 반정부 시위

이란 인구의 약 절반은 30세 미만이다. 이번 시위에서 희생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었다.

운동선수, 예술가, 학생들의 사진과 짧은 약력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차단된 인터넷 속에서도 '디지털 추모비'가 형성됐다.

시위는 처음에는 통화 가치 폭락에 분노한 보수적 바자르 상인들이 주도했다. 정권은 경제적 양보를 약속하며 달래려 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합류하자 시위는 체제 자체를 겨냥한 반정부 봉기로 변모했고, 이는 거의 50년간 지속된 시아파 성직자 통치에 가장 큰 도전이 됐다. 진압은 신속하고 잔혹했다.

인터넷 차단과 보이지 않는 학살

이란 당국은 1월 8일 인터넷을 차단하고 전국적인 진압에 나섰다. 수주간 이어진 통신 봉쇄로 정보는 위성 인터넷과 국경 인근 외국 SIM 카드, 해외로 탈출한 이들의 증언을 통해서만 조금씩 전해졌다.

인권 연구자들은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을 수 있다고 본다. 사실이라면 현대 정치 탄압 가운데 최악의 참사다.

당국은 3,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상당수가 테러와 연관됐다고 밝혔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기반 비영리단체 '이란 인권활동가들(Human Rights Activists in Iran)'은 확인된 사망자만 6,000명을 넘겼고, 이 중 124명은 18세 미만이라고 밝혔다.

연결된 세대의 좌절

이들은 이란 역사상 처음으로 광범위한 인터넷 접근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2016년 제재 완화로 잠시 희망을 봤지만, 2년 뒤 핵 합의가 붕괴되며 다시 고립이 심화됐다. 현재 청년 실업률은 20%를 웃돌고, 초보수적 이슬람 정권은 이들의 삶과 괴리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앞서 2022년에도 '도덕 경찰' 구금 중 사망한 여성 사건을 계기로 '여성, 생명, 자유' 시위가 벌어졌고, 당시에도 500명 이상이 숨졌다. 이번에는 더 많은 젊은이가 더 큰 대가를 치렀다.

이름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

카라즈에서 숨진 샘 아프샤리는 독일로 이주한 아버지를 따라 바이에른으로 건너가 IT를 공부할 계획이었다. 수영을 사랑했고, 컴퓨터에도 재능이 있었다. 실종 후 가족은 구금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병원과 영안실을 전전한 끝에 머리에 총상을 입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열일곱 살 축구 선수 레빈 모라디(Rebin Moradi)는 경기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위에 합류하겠다고 가족에게 전화했다.

나흘 뒤 테헤란 카흐리자크(Kahrizak) 영안실에서 발견됐다. 또 다른 희생자 아미랄리 헤이다리(Amirali Heidari)는 열여덟 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시위에 나섰다. 목격자들은 그가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진 뒤, 보안군의 폭행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미래를 위해 거리로

전문가들은 이란의 Z세대가 위험을 알면서도 거리로 나서는 이유를 분명히 한다. 자유로운 표현, 최소한의 경제적 기회, 그리고 존엄한 삶이다. 이들은 세계와 연결된 세대였고, 그만큼 현재의 억압을 더 또렷이 인식했다.

이란에서 성장한 연구자 홀리 다그레스(Holly Dagres)은 "이 젊은이들은 총과 곤봉을 각오하고 거리로 나선다. 그들의 미래가 싸울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란의 Z세대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을 피로써 치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은, 이란 사회가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