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 장기화된 연방정부 셧다운(Government Shutdown)과 소비 둔화가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는 20일(금) 발표한 자료에서 2025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이 계절조정 및 물가조정 기준 연율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여름철 기록한 4.4% 성장률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다.

경제 성장율
(미 경제성장율. 상무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이 집계한 경제학자 전망치 2.5%에도 크게 못 미쳤다.

연방지출 16.6% 급감... GDP 1.2%p 깎아

지난해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이어진 사상 최장 셧다운은 연방정부 지출을 4분기에 연율 16.6% 감소시키며 전체 성장률에서 약 1.2%포인트를 깎아냈다.

상무부는 셧다운의 전체 효과를 정확히 계량화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연방 공무원들이 제공하지 못한 서비스 감소만으로도 실질 GDP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했다.

셧다운은 연방 공무원 급여 미지급, 정부 계약업체 매출 손실 등 다양한 경로로 경제에 충격을 준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재개되면 상당 부분의 손실이 이후 분기에서 보완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2025년 연간 성장률 2.2%... 2022년 이후 최저

2025년 전체 경제성장률은 전년 4분기 대비 기준으로 2.2%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의 2.4%보다 낮으며, 2022년 이후 가장 약한 성장세다. 경제학자들은 2.3%를 예상했었다.

또 다른 연간 비교 방식-2025년 전체 산출을 2024년과 비교-에서도 성장률은 2.2%로, 2024년의 2.8%에서 둔화됐다.

트럼프 대통령(Donald Trump)은 GDP 발표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셧다운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며 성장 둔화를 비판했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의장(Jerome Powell)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재차 비난했다.

민간 수요도 둔화 조짐

무역·재고·정부지출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민간 국내 최종판매(Final Sales to Private Domestic Purchasers)'는 4분기 연율 2.4% 증가했다. 견조한 수치이지만 2025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2.5% 증가해 2024년의 2.9%보다 둔화됐다.

2025년은 1분기 소폭 위축 이후 2·3분기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투자 확대와 소비 지출이 하반기 성장을 지지했다.

2026년 2.2% 성장 전망... AI 투자·감세 효과 기대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2026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지속, 지난해 여름 통과된 대규모 세금·지출 법안의 감세 효과, 약달러가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노동시장(Labor Market)은 여전히 변수다. 2025년 일자리 증가세는 정체됐으며, 관세(Tariffs)와 이민정책(Immigration Policy)에 대한 불확실성, 팬데믹 이후 과도한 채용의 조정, 생산성 향상형 AI 확산 등이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1월에는 고용 증가 조짐이 나타났지만 대부분 의료(Healthcare) 부문에 집중됐다.

소비 양극화 심화

고소득층은 주식 및 부동산 포트폴리오 상승에 힘입어 소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여전히 고물가의 피로감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월에 10여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도 증가했다.

월마트(Walmart)의 존 데이비드 레이니(John David Rainey) 최고재무책임자(CFO, Chief Financial Officer)는 "저소득 가구의 소비가 특히 신중해지고 있으며, 고소득·저소득 가구 간 소비 격차가 다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콜게이트-팜올리브(Colgate-Palmolive)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치약 등 생활용품의 추가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GDP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선진국 중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재정 불확실성과 소비 위축, 노동시장 둔화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