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 3사가 전기차(EV) 사업 축소 과정에서 500억 달러(약 50조 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세액공제 종료와 규제 완화,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전기차 버블'이 급격히 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포드(Ford Motor),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이른바 '디트로이트 빅3'는 최근 수년간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전기차 관련 자산에 대해 대규모 상각(write-down)을 단행했다. 세 회사의 감액 규모는 총 500억 달러를 넘는다.
세액공제 종료 후 판매 30% 급감
미국 전기차 판매는 4분기 들어 30% 이상 감소했다. 9월 종료된 7,500달러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판매를 떠받쳐왔지만, 지원이 사라지자 수요가 급격히 식었다.
테슬라(Tesla)의 사이버트럭(Cybertruck)과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등 대표 모델의 수요도 크게 둔화됐다. 자동차 업계는 당분간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 주도의 의회는 지난해 가을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동시에 연비 의무 규제도 철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연방 지원이 유지되던 시기에도 수요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한다.
공장 전환·투자 취소 잇따라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을 위해 발표됐던 투자 계획 중 200억 달러 이상이 지난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클린에너지 투자 동향을 추적하는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Atlas Public Policy)에 따르면, 이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순투자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는 미시간, 오하이오, 테네시 공장에서 수천 명을 감원하고 전기 픽업트럭 및 전기 모터 생산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해당 공장들은 가솔린 트럭과 V-8 엔진 생산으로 전환된다.
포드(Ford Motor)는 한국 대기업과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 프로젝트를 해체했으며, 향후 2027년까지 저가형 전기 픽업트럭 한 종만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짐 팔리(Jim Farley)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수익이 나지 않을 대형 전기차에 수십억 달러를 계속 투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일리노이주 벨비디어에서 추진하던 32억 달러 규모 배터리 공장을 취소했으며, 배터리 합작사 지분도 매각 중이다.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 CEO는 "에너지 전환 속도를 과대평가했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현실적 필요와 동떨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은 성장...중국 비야디 부상
미국과 달리 해외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비야디(BYD)는 최근 테슬라(Tesla)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업체로 올라섰다.
비야디(BYD)는 지난해 중국 외 지역에서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경쟁 심화와 보조금 축소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업계 "가솔린차 회귀" 가속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설비를 축소하거나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수천억 달러가 투입됐던 전기차 전환 전략이 급격히 수정되면서, 업계는 보다 현실적인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완전히 붕괴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책 의존적 성장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디트로이트 3사의 대규모 손실은 전기차 산업의 '조정기'가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