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FED) 전문 기자로 알려진 닉 티미라오스(Nick Timiraos) 기자는 14일 보도에서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 안정, 견조한 성장세를 동시에 보이며 '소프트랜딩(Soft Landing)'에 가장 근접한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과 정책 당국 모두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근원 물가 2.5%...팬데믹 이후 최저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에 따르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2021년 팬데믹 이후 물가 급등이 시작된 뒤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가을 연방정부 셧다운(Shut Down)으로 인한 통계 공백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완전한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최근 3년간 매년 초 나타났던 물가 재가속 현상이 이번에는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Federal Reserve)의 목표치인 2%에 점진적으로 수렴할 가능성을 다시 높게 보고 있다.

실업률 4.3%...고용은 '취약한 균형'

1월 실업률은 4.3%로 소폭 하락했으며, 비농업 신규 고용은 13만 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페이든앤리겔(Payden & Rygel)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클리블랜드는 "2% 물가를 달성하려면 실업률이 급등해야 한다는 우려가 컸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간 통계 수정 결과 2025년 월평균 고용 증가는 1만5천 명에 그쳐, 경기침체기를 제외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로 나타났다. 고용 증가도 의료·교육 부문에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채용하지도,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지도 않는 '취약한 균형' 상태에 있다고 진단한다. 작은 충격에도 고용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관세 영향·서비스 물가, 잠재적 위험

세부 지표를 보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물가 압력도 존재한다.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이었던 주거비는 의미 있게 둔화했지만, 주거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 NYSE
(뉴욕 증권거래소. 자료화면)

특히 중고차를 제외한 근원 상품 가격은 1월 연율 기준 4.4% 상승해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단행된 고율 관세의 영향이 점차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바클레이스(Barclay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지아노니는 "가계 재무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해 소비가 견조하다"며 "실업률은 4%까지 낮아질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2.8% 수준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연말 근원 인플레이션이 2.1%까지 하락하고, 실업률은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인공지능 투자·재정정책, 추가 변수

프루덴셜(Prudential) 산하 피짐 픽스트인컴(PGIM Fixed Income)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딜립 싱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관련 설비투자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에 약 1%포인트 기여했으며, 올해도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올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경기에는 우호적이지만 물가 안정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파월 의장 임기 종료 앞두고 분수령

Jerome Powell 의장의 임기는 5월 종료된다. 그는 40년 만의 고물가 국면을 통과하며 통화정책을 이끌어 왔고, 현재 경제는 연착륙에 가장 근접한 상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경제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경우, 백악관이 금리 인하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Kevin Warsh 전 연준 이사가 최근 성과를 공고히 할지, 더 공격적인 정책을 추진할지는 향후 경제 흐름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목표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프트랜딩은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