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U.S. Supreme Court)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Donald Trump)의 글로벌 관세(Global Tariffs) 정책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20일(금)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명확한 승인 없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은 권한을 초과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에 대한 중대한 사법적 제동으로 평가된다.

"의회 승인 없는 관세 권한은 명시돼야"

판결문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Chief Justice John Roberts)이 작성했다. 로버츠는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이 관세 부과 권한을 묵시적으로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
(연방 대법원. 자료화면)

그는 "의회가 관세 부과라는 독특하고 예외적인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려 했다면,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했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권한(emergency powers)을 근거로 도입한 관세의 대부분을 무효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조세정책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에 따르면, 해당 관세는 향후 10년간 약 1조5천억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는 트럼프 2기 관세의 약 70%에 해당한다.

보수·진보 6인 다수 의견... 3인 보수 대법관 반대

이번 판결은 보수 성향 대법관 3명과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이 다수 의견을 형성했다. 반면 클래런스 토머스(Clarence Thomas), 새뮤얼 얼리토(Samuel Alito),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는 트럼프 2기 정책 가운데 대법원이 명확히 위헌 판단을 내린 첫 사례다. 그간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행정부 권한 확대에 일정 부분 우호적 입장을 보여왔으나, 이번 사안에서는 권한 남용에 선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대상 10% 기본 관세... '해방의 날(Liberation Day)' 발표

사건은 두 종류의 관세를 둘러싸고 제기됐다.

첫째는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10% 일괄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4월 이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명명하며 발표했다.

둘째는 멕시코(Mexico), 캐나다(Canada), 중국(China)을 상대로 한 추가 관세로, 이들 국가가 불법 펜타닐(fentanyl) 유입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과다복용 사망과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로 선언하며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민주당 주도 주정부들은 해당 관세가 사실상 미국 소비자에 대한 세금(tax)이며,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도 연이어 위법 판단

트럼프 이전까지 어떤 대통령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전례는 없었다.

연방 항소법원(Federal Appeals Court)을 포함한 세 개의 하급심 법원이 모두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총 15명의 판사가 의견을 냈고, 이 중 11명이 대통령 권한 초과라고 결론지었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11월 신속심리(fast-track oral arguments)에서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수십억달러 세수 자랑... "수입은 부수적 효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관세는 유지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조속한 판결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수십억달러의 세수를 거두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에서 행정부 측을 대리한 연방 법무차관(미국 솔리시터 제너럴, Solicitor General) 존 사우어(John Sauer)는 관세 수입은 "부수적 효과(incidental)"일 뿐이며, 본질은 외국 상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무역정책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향후 관세 정책은 의회의 명확한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법적 기준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