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 애플(Apple)의 장기 최고경영자(CEO) 팀 쿡(Tim Cook)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하드웨어 부문 책임자인 존 터너스(John Ternus)가 차기 CEO로 선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9월 1일부로 터너스가 CEO직을 맡고, 쿡은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아이폰 제국' 구축한 쿡, 역사적 전환점 맞아

쿡은 2011년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 이후, 애플을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재임 기간 동안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3조7000억 달러 증가하며,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큰 가치 창출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다.

팀 쿡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  팀 쿡 트위터)

특히 글로벌 공급망 관리와 정치·외교적 대응에서 강점을 보이며, 미·중 갈등과 관세 정책, 팬데믹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임 터너스, '제품 중심' 전략 강화 과제

새롭게 지휘봉을 잡는 터너스는 애플에서 2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엔지니어로, 아이패드·맥·에어팟 개발을 거쳐 전 제품 하드웨어를 총괄해온 인물이다.

그는 특히 애플 자체 설계 칩으로의 전환을 주도하며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이 전환 이후 맥 판매는 크게 증가하며 회사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향후 과제는 만만치 않다. 경쟁사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애플은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 전략...'플랫폼 장악력'이 핵심

현재 애플은 자체 AI 모델 경쟁에서는 뒤처졌지만, 전 세계 25억 대 이상의 활성 기기를 기반으로 AI 서비스 유통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앱스토어를 통한 AI 서비스 구독 수익은 올해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AI 기업들이 애플 생태계에 접근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젠슨 황(Jensen Huang)이 이끄는 엔비디아(Nvidia) 등 AI 인프라 기업들과는 다른 방향의 전략으로, 애플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구조로 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혁신 둔화 우려...신제품 성공 여부 주목

다만 시장에서는 애플의 혁신 속도가 둔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이폰 이후 가장 성공적인 제품으로 꼽히는 애플워치와 에어팟 역시 여전히 아이폰에 비해 영향력이 제한적이며, 최근 비전 프로 헤드셋은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를 기록했다.

전기차 프로젝트가 중단된 점 역시 애플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쿡 이후 애플', 다시 혁신할 수 있을까

결국 터너스 체제의 성패는 애플이 다시 한 번 '아이폰급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하드웨어 중심의 DNA를 강화하는 동시에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주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중심 리더십은 긍정적 신호지만, AI 경쟁에서 뒤처진 격차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