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인구 유출과 산업 쇠퇴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미국 중서부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에서 예상 밖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오랜 기간 남부 선벨트(Sunbelt) 지역으로 빠져나가던 인구 흐름이 둔화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1년 동안 중서부는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부터 약 1만6000명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까지만 해도 연간 17만5000명 이상이 순유출됐던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특히 오하이오(Ohio)주의 애크런(Akron)과 클리블랜드(Cleveland) 같은 전통 제조업 도시들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미국 제조업 쇠퇴의 상징이었던 B.F. 굿리치(B.F. Goodrich) 타이어 공장은 이제 스타트업과 첨단기술 기업들이 입주한 혁신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
30세 엔지니어 네이트 올브라이트(Nate Albright)는 팬데믹 기간 라스베이거스(Las Vegas)로 이주했지만, 결국 애크런으로 돌아왔다. 굿리치 공장 건물에 입주한 기술 스타트업 하모니(Harmoni)가 소프트웨어와 제조업을 결합한 엔지니어링 일자리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올브라이트는 "한동안 비어 있던 건물이 이제 기술 허브로 다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서부 회복세의 핵심 요인으로 △남부 지역 일자리 성장 둔화 △주택 가격 부담 증가 △재택근무 확산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주택 가격 경쟁력은 중서부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애크런과 클리블랜드의 기존 단독주택 중간가격은 각각 22만6000달러와 23만7400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전국 평균은 41만9300달러에 달했다.
Knight Foundation의 카일 쿠투치프(Kyle Kutuchief)는 "1960년대 이후 계속 인구가 감소해온 도시에서 성장 가능성을 말하는 것 자체가 과거에는 비현실적으로 들렸다"며 "이제 실제로 안정화되고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니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러스트벨트는 오랫동안 제조업 해외 이전과 산업 공동화의 충격을 받아왔다.
애크런은 한때 '세계의 고무 수도(Rubber Capital of the World)'로 불렸으며, 굿리치·파이어스톤(Firestone)·굿이어(Goodyear) 등 대형 타이어 기업들의 본거지였다. 그러나 해외 경쟁과 산업 재편으로 대부분 공장이 폐쇄됐고, 지역 경제도 급격히 쇠퇴했다.
1960년 이후 애크런은 인구의 약 3분의 1을 잃었고,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Detroit)는 약 60%의 인구 감소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 스타트업과 바이오 기업, 의료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크런의 Bounce Innovation Hub에는 AI·가상현실(VR) 스타트업과 실내 농업 기업 등 6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하모니 공동창업자 애덤 엘리스(Adam Ellis)는 "스타트업이면 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하지만 이 지역은 제조업 기반이 여전히 살아 있어 잠재 고객이 수천 곳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대학과 기업들도 청년층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클리블랜드 지역 상공회의소는 대학 인턴들을 야구 경기·해변 행사 등에 연결하며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지역 22개 대학 졸업생의 약 52%가 현지에 남았으며, 이는 2021년의 47%보다 상승한 수치다.
텍사스(Texas)와 플로리다(Florida) 등 남부 지역에서 다시 중서부로 이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댈러스(Dallas) 교외에서 오하이오 허드슨(Hudson)으로 이주하는 코트니 스미스(Courtney Smith)는 "텍사스의 혹독한 여름에 지쳤다"며 "이곳은 마치 홀마크 영화(Hallmark movie) 속 작은 마을 같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California)에서 살다가 허드슨으로 돌아온 부동산 중개인 케이티 마디오(Katie Madio) 역시 "아이들이 내가 자랐던 것 같은 느린 삶의 속도를 경험하길 원했다"며 "이곳에서는 숨을 쉴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