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업용 트럭 운전자들이 치솟은 유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조금씩 낮추고 있다.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한 이 같은 운전 습관 변화는 물류업계 전반에 고유가 압박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교통 분석업체 INRIX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트럭 운전자들의 주행 속도는 지난 4월 말 기준 연초보다 약 4% 느려졌다. 회사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댈러스 등 미국 10대 주요 대도시권에서 올해 첫 4개월 동안 6천만 건 이상의 상업용 트럭 운행 데이터를 분석했다.
속도 감소의 가장 큰 배경은 연료 가격 상승이다. 디젤 가격은 현재 갤런당 5.49달러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말 이란을 공격하기 전의 3.81달러보다 44% 오른 수준이다.
몇 마일 감속만으로도 주당 수백 달러 절감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낮추면 공기 저항이 줄고 연비가 개선된다. 트럭은 승용차보다 연료 소비가 훨씬 크기 때문에, 시속 몇 마일만 줄여도 운전자들은 일주일에 수백 달러를 아낄 수 있다.
특히 자기 차량을 소유하고 운행하는 독립 운전자, 이른바 오너 오퍼레이터들은 유류비를 직접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못할 경우 연료 절감은 곧 생존 전략이 된다.
아이오와주 엘크런하이츠에 거주하는 트럭 운전사 마이클 휘태커는 과거 아이오와, 메릴랜드, 조지아, 캐롤라이나 지역을 오가며 중장비를 운송할 때 평균 시속 65~68마일로 달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평균 시속을 62~65마일 수준으로 낮췄다.
그는 "그 속도가 가장 좋은 연비를 낸다"며 "우리는 연료비로 쓰는 돈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한 번 주유에 1,200달러...독립 운전자 부담 커져
휘태커는 현재 트럭을 가득 채우는 데 약 1,200달러를 지불한다고 말했다. 유가가 3월부터 오르기 전에는 약 750달러 수준이었다.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주유하고 있어, 연료비 증가는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그는 "좋은 사업가가 되고 싶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예전에는 이런 부분에 좀 더 느슨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된 트럭에는 실시간 연비를 계산해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경우가 많다. 운전자들은 이를 보며 최적의 속도와 운전 습관을 찾고 있다.
느리게 달리는 데도 비용은 있다
그러나 감속 운전이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단기 계약이나 현물 운송 시장에서 일하는 트럭 운전자들은 대개 마일당 운임을 받는다. 속도를 낮추면 같은 거리를 운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받는 운임은 그대로다.
소형 운송업체와 독립 트럭 운전자들을 대변하는 오너-오퍼레이터 독립운전자협회는 이 때문에 감속 운전이 운전자들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부담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 고객을 보유한 운송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청구서에 유류 할증료를 붙여 높아진 연료비를 전가할 수 있다. 하지만 휘태커처럼 단기 계약을 중심으로 일하는 운전자들은 이런 혜택을 받기 어렵다.
연비 운전 습관도 확산
많은 상업용 운전자들은 이미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운전 습관을 실천하고 있다.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고,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기 위해 페달을 부드럽게 밟는 방식이다.
더운 날이 아니면 에어컨 대신 대시보드 팬을 사용하기도 한다. 에어컨은 연료를 더 소모하기 때문이다. 다만 창문을 여는 것은 피한다. 창문을 열면 공기 저항이 커져 오히려 연비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INRIX는 평균 주행 속도 하락과 함께 상업용 트럭의 평균 운행 거리도 2% 줄었다고 밝혔다. 4월까지의 분석이 완료됐으며, 5월 초기 분석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트럭 운전자가 속도를 낮추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중형 운송업체 AWL 트랜스포트에서 일하는 엘머 본트레이거는 주로 중서부와 남동부 지역에서 상업용 HVAC 장비와 철강 제품을 운송한다. 그는 감속보다는 천천히 가속하는 데 더 신경 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인내심 있게 운전한다"며 "천천히 가속하고, 언덕을 오를 때는 트럭이 연비 위주로 세팅돼 있기 때문에 꽤 느리게 간다"고 설명했다.
그가 운전하는 2024년형 피터빌트 트럭은 최신 기술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약 시속 70마일로 달릴 때 가장 좋은 연비를 낸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바꾸는 미국 물류 현장
트럭 운전자들의 감속은 단순한 운전 습관 변화가 아니라, 고유가가 미국 물류 산업의 현장 운영 방식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료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운전자들은 속도, 가속 방식, 냉방 사용, 운행 거리까지 세밀하게 조정하며 비용을 줄이려 하고 있다.
특히 비용 전가 능력이 제한된 독립 운전자들에게 연비 개선은 수익을 지키기 위한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느리게 달릴수록 운행 시간이 늘어나고,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트럭 운전자들의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