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로 위 자동차들이 사상 어느 때보다 오래되고 있다. 신차 가격 급등, 높은 금리, 경기 불안으로 소비자들이 새 차 구매를 미루는 가운데, 자동차의 내구성 향상까지 맞물리면서 평균 차량 연식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미국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평균 연식은 약 13년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10% 높아진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공장 폐쇄와 공급망 차질로 자동차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최근에는 높은 신차 가격과 전기차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기존 차량을 더 오래 보유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새 차 살 이유가 없다"

매사추세츠에서 회계 업무를 하는 41세 티머시 메이슨(Timothy Mason)은 혼다 어코드 두 대를 몰고 있다. 출퇴근용으로는 주행거리가 4만 마일도 안 되는 2010년식 어코드를 타고, 겨울철 험한 도로 주행용으로는 28만 마일 이상 달린 2001년식 V6 어코드를 사용한다.

그는 "새 차를 사는 게 재정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연비가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매달 800달러 이상을 아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2010년식 혼다 어코드
(2010년식 혼다 어코드)

메이슨의 사례는 다소 극단적이지만, 미국 전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운전자들이 높은 신차 가격과 할부금 부담 때문에 기존 차를 계속 타고 있다. 동시에 최근 자동차는 엔지니어링, 소재, 안전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훨씬 오래 버틸 수 있게 됐다.

신차 평균 가격 5만 달러 육박

소비자들이 새 차 구매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현재 약 5만 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2020년대 초보다 약 1만 달러 오른 수준이다. 올해 4월 평균 판매가격도 전년 대비 1.8% 상승했다. 여기에 높은 금리까지 더해지면서 월 할부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은퇴한 목사 톰 스파크스(Tom Sparks)와 그의 아내는 2010년식 혼다 CR-V와 2014년식 토요타 아발론을 몰고 있다. 두 사람은 새 차를 살 여력이 있지만, 구매에는 관심이 크지 않다. 스파크스는 새 CR-V를 검토했지만 원하는 기능을 갖춘 모델이 4만 달러에 달하자 부담을 느꼈다.

그는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 사이에 선택지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집 수리비, 자동차 보험료 등 생활비 전반이 오른 상황에서 신차 가격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콕스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의 스카일러 채드윅(Skyler Chadwick) 컨설턴트는 "소비자들이 현재 보유한 차량에 묶여 있고, 때로는 수리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수익 중심, 판매에서 정비로 이동

이 변화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수익 구조를 바꾸고 있다. 과거 월가는 자동차 산업의 건강 상태를 신차 판매량으로 판단했다. 올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에서 약 1,600만 대의 신차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더 큰 수익은 기존 차량을 유지·수리하는 데서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딜러들은 신차 판매뿐 아니라 중고차, 부품, 정비, 사후관리 사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세인트오거스틴의 보자드 포드 링컨(Bozard Ford Lincoln) 운영책임자 에드 로버츠(Ed Roberts)는 "판매 쪽에서 돈을 벌 수 없다면 서비스 쪽에서 벌어야 한다"며 "모두가 그 파이를 차지하려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딜러 입장에서 차량 정비는 신차 판매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다. 콕스에 따르면 평균 딜러 프랜차이즈의 총이익 가운데 약 절반이 서비스 사업에서 나온다.

포드, "딜러 정비도 경쟁력 있다" 광고

포드(Ford)는 이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회사의 광고는 신차 출시나 판매 조건을 강조하지만, 포드의 최근 광고는 고객에게 포드 차량을 딜러에서 수리하라고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드 고객서비스 부문 부사장 대니얼 후스토(Daniel Justo)는 "딜러 서비스는 경쟁력이 없다는 인식이 있다"며 회사가 이를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포드는 이동식 정비 서비스도 홍보하고 있다. 정비 기술자가 특수 서비스 밴을 타고 고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현장에서 진단, 유지보수, 일부 수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또한 차량이 배선 문제나 공기 누출 같은 이상을 감지하면 차량 데이터를 소유자 앱과 딜러에 전송해, 딜러가 차량 입고 전에 필요한 부품을 준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와 부품 사업도 성장

중고차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완성차 업체에는 중요하다. 중고차 잔존가치가 높으면 신차 가격도 더 높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은 수리용 부품 판매와 차량 개조·커스터마이징 부품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제조사가 보증과 점검, 수리를 제공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도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급차 브랜드 중심이었지만, 이제 현대차부터 GM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보증 기간도 늘리고 있다.

GM 캐딜락 브랜드 사장 존 로스(John Roth)는 지난해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자동차 업계에는 오래된 말이 있다. 판매 부서에서 한 번 팔고, 사후관리 부문에서 열 번 더 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딜러들, 카페·업무공간까지 갖춘 정비센터로 변신

딜러들도 변하고 있다. 과거 딜러 정비소는 긴 대기시간, 불투명한 가격, 제한된 영업시간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대기공간을 개선하고, 빠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급차 고객에게나 제공하던 서비스를 일반 고객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

대형 딜러 체인 펜스키오토모티브그룹(Penske Automotive Group)은 와이파이와 복사기가 갖춰진 업무공간, 무료 카푸치노, 1시간 내 완료되는 서비스 방문 등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쇼룸을 줄이더라도 정비 작업장과 서비스 공간을 늘리고 있다.

펜스키 최고재무책임자 셸리 헐그레이브(Shelley Hulgrave)는 "정비사 한 명, 서비스 베이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매우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평균 연식이 올라가면서 수리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 정비소와 오일체인도 경쟁 가세

하지만 딜러들이 정비 시장을 쉽게 장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립 정비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보증기간이 끝나기 전부터 고객을 딜러에서 빼앗고 있다.

콕스의 조사에 따르면 딜러의 서비스 방문 점유율은 2018년 이후 12% 하락했다. 특히 딜러들에게 충격적인 것은 2~5년 된 차량, 즉 일반적으로 아직 보증기간 안에 있는 차량 고객 이탈이 가장 컸다는 점이다. 과거 딜러들은 보증기간이 고객을 묶어두는 장치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보증기간 중에도 고객이 독립 정비소로 이동하고 있다.

전국 오일교환·타이어 체인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피루브(Jiffy Lube) 같은 대형 오일교환 체인은 기본 수리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홀브룩의 50년 된 정비소 파인힐오토모티브(Pine Hill Automotive)의 서비스 매니저 스콧 로링(Scott Loring)은 자신의 고객층을 주로 블루칼라 노동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에게 새 차는 점점 더 손이 닿기 어려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차량 연식도 차이

차량 연식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S&P글로벌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몬태나주의 차량 평균 연식은 18년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반면 텍사스는 평균 11년으로 비교적 젊은 편이다.

로링은 "소득이 높은 지역에 가면 새 차를 많이 볼 수 있다"며 "여기서는 사람들이 오래된 차를 계속 도로 위에 남겨두려 한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10년 된 쉐보레 실버라도 픽업트럭을 몰고 있다.

"이 차를 15년 더 탈 생각"

일리노이주 세인트조셉에 사는 크리스 글리슨(Chris Gleeson)은 6년 전 새 차를 사려 했지만, 팬데믹 당시 차량 부족으로 원하는 모델을 찾지 못했다. 대신 주행거리 2만2,000마일의 중고 토요타 타코마를 샀다.

지금은 새 차를 살 계획이 없다. 그의 아내도 2007년식 토요타 프리우스를 계속 타고 있다. 글리슨은 프리우스를 "죽지 않는 차"라고 표현했다.

그는 "필요했던 수리 횟수를 한 손으로 셀 수 있고, 길에 멈춰 선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다음에 사는 차는 전기차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당장은 아니다. 그는 "이 차가 내가 소유하는 마지막 가솔린 트럭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15년은 더 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래 타는 미국인들이 산업을 바꾸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새 표준은 더 이상 3~5년마다 차를 바꾸는 소비자가 아니다. 평균 13년 된 차량을 유지하고 수리하며 타는 소비자가 산업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차 가격은 여전히 높고, 금리 부담은 크며, 전기차 전환에 대한 소비자 확신도 완전하지 않다. 반면 기존 차량은 과거보다 오래 버틴다. 이 조합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판매 중심에서 정비·부품·중고차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딜러, 독립 정비소, 오일교환 체인, 타이어 업체가 모두 같은 시장을 향해 뛰어들고 있다. 새 차를 팔아 성장하던 자동차 산업은 이제 오래된 차를 계속 굴러가게 만드는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