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연준의 대외 소통 방식에 변화를 줄지 월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오랫동안 연준이 시장과 대중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워시 의장은 지난해 투자자들 앞에서 연준을 향해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며 "더 많이 생각하고, 덜 말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는 10년 넘게 연준이 공개 발언과 전망, 설명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연준이 자신의 판단을 얼마나 공개하느냐는 단순한 소통 문제가 아니다. 이는 모기지 금리와 금융시장,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만큼 시장은 18일 열리는 워시 의장의 첫 연준 회의에서 그가 어떤 방향으로 연준을 이끌지 신호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보다 소통 방식이 첫 시험대
워시 의장이 당장 금리정책에서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졌고, 연준 내부 논의도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상 가능성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새 의장이 취임 직후 이런 흐름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금리 자체보다 더 주목받는 부분은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지나치게 많은 전망과 발언을 내놓으면서 스스로를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 경제 전망과 금리 전망을 공개하면 시장이 그것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연준 위원들도 이후 상황이 바뀌어도 기존 전망을 방어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연준이 덜 말하고, 시장이 더 많은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버냉키식 투명성에 대한 반발
워시 의장의 문제의식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연준 이사로 벤 버냉키(Ben Bernanke) 의장의 정책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두 가지 큰 변화를 이끌었다. 하나는 연준의 대규모 채권 보유 확대였고, 다른 하나는 연준의 정책 판단과 전망을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의장 시절 시작된 변화의 연장이었다. 당시 연준은 금리 결정 내용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이후 금리가 어디로 갈지에 대한 신호도 점점 더 많이 제공했다.
워시 의장은 2011년 연준을 떠났다. 그는 이후 연준이 채권 매입과 대외 설명을 모두 지나치게 확대했다고 비판해왔다. 이제 그가 의장이 되면서, 그 비판을 실제 개혁으로 옮길지 주목받고 있다.
점도표와 기자회견이 핵심 쟁점
현재 연준의 소통 체계는 상당히 촘촘하다. 연준은 매 회의 뒤 성명을 발표하고, 의장이 기자회견을 한다. 최대 19명의 정책위원들은 연설과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경제 전망과 정책 견해를 밝힌다. 분기마다 경제전망도 공개된다.
특히 논란이 큰 것은 '점도표(dot plot)'다. 점도표는 각 연준 위원이 향후 기준금리가 어느 수준에 있어야 한다고 보는지를 점으로 표시한 자료다. 시장은 이를 향후 금리 경로를 가늠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해왔다.
워시 의장은 이런 전망 공개가 연준을 불필요하게 묶어둔다고 본다. 그는 과거 "전망이 형편없었다"며 "내 점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질문도 바로 이 부분이다. 워시 의장이 자신이 비판해온 점도표에 금리 전망을 제출할 것인지, 아니면 제출을 거부하거나 축소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첫 신호가 될 수 있다.
"투명성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나은 말"
워시 의장이 무조건 비공개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연준을 떠난 뒤 영국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검토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정책 판단의 근거를 즉시 공개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회의 녹취록을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동시에 회의 횟수는 연 12회에서 8회로 줄이자고 했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진짜 투명성은 항상 더 많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많이 말하는 것보다 더 잘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경제 뉴스의 중심에 계속 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중앙은행이 다시 신문 경제면 뒤쪽에 조용히 등장하는 기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왔다. 금리 결정도 "0.25%포인트 인상 또는 인하, 특별할 것 없음" 정도의 짧고 건조한 기사로 처리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내부 설득이 관건
하지만 워시 의장이 원하는 변화를 혼자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연준 의장은 강력한 영향력을 갖지만, 다른 이사와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을 지휘하는 최고경영자는 아니다.
현재의 소통 체계는 여러 차례의 혼란과 위기를 거치며 만들어졌다. 과거 시장이 연준의 의도를 오해하거나, 정책 변화에 과도하게 반응한 경험 때문에 성명, 기자회견, 전망 자료가 강화됐다. 따라서 이를 줄이려면 동료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워시 의장은 취임 직후 급격한 인사 교체를 하지 않았다. 이는 일부가 우려했던 대대적 숙청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는 연준 고위 실무진을 유지했고, 과거 여러 의장을 보좌했던 미셸 스미스(Michelle Smith)에게도 계속 남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워시 의장이 개혁을 추진하되, 충돌보다는 설득을 택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준이 너무 많이 말한다"는 비판
워시 의장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인사들도 있다. 일부 전직 연준 관계자와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 위원들이 너무 자주 공개 발언을 하며, 때로는 서로 상충하는 메시지를 내놓는다고 비판한다.
글렌 허버드(Glenn Hubbard)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연준 인사들의 거의 매일 이어지는 발언을 경영 실패에 비유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부서장들이 회사 전략과 다른 말을 공개적으로 하게 놔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준은 기업이 아니며, 의장은 다른 위원들의 발언을 강제로 통제할 수 없다. 또한 공개 발언과 기자회견은 연준이 대중에게 설명 책임을 지는 중요한 장치라는 주장도 있다.
윌리엄 잉글리시(William English) 전 연준 고위자문역은 전망과 기자회견을 줄이면 연준이 덜 투명하고 덜 책임지는 기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은 "앵커 제거" 우려
채권시장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은 점도표와 경제전망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장에 기준점을 제공한다고 본다.
시장은 연준이 매번 경제지표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은 연준이 공개하는 전망과 정책 반응 함수에서 나온다. 이 기준점이 사라지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장기금리가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매크로 투자자 조지 사기르(George Saghir)는 이런 소통 체계가 조용히 차입 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앵커를 빼버리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불러드(James Bullard)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워시 의장이 조용히 있는 동안 다른 위원들이 계속 연설을 이어간다면, 의장이 오히려 발언권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장이 말을 줄이면 위원들이 사실상 위원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독립성 의심도 부담
워시 의장은 취임 초부터 섬세한 위치에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연준에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했고, 새 의장이 자신의 뜻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 때문에 워시 의장은 백악관의 의중을 따르기 위해 임명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출발했다.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소통 방식 개혁이 정치적 통제 강화로 비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워시 의장이 지난해 재무부와의 새로운 "합의"를 언급한 것도 일부 동료들에게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이 표현은 1951년 연준의 독립성을 확보한 재무부·연준 합의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보유자산 축소도 장기 과제
워시 의장의 또 다른 과제는 연준의 거대한 보유자산을 줄이는 것이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확대된 연준의 채권 보유가 과도하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 작업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연준이 보유한 국채를 줄이면 시장이 더 많은 국채를 소화해야 하고, 장기금리가 이미 오르는 상황에서는 금리 상승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워시 의장도 4월 인준 청문회에서 "이 대차대조표 문제를 만드는 데 18년이 걸렸고, 18분 만에 고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산 축소는 장기 과제인 반면, 커뮤니케이션 변화는 훨씬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이다.
첫 회의, 개혁 방향의 신호 될 듯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워시 의장이 어떤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점도표에 어떻게 대응하며, 성명 문구를 얼마나 바꿀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덜 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실제 의장이 된 뒤에는 시장 안정, 동료 설득, 정치적 독립성, 대중 설명 책임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는 취임 초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시기에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의 소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한 번의 회의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는 동료 위원들을 설득하고,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며, 대중에 대한 책임을 새 방식으로 설명해야 하는 장기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첫 회의는 그 출발점이다. 워시 의장이 연준의 말을 줄이는 방향으로 실제 움직일지, 아니면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 점진적 수정에 그칠지가 시장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