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보수가 다시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1억 달러 이상의 보상 패키지를 받은 경영자 수가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억 달러를 넘는 보상을 받은 최고경영자도 10여 명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기업정보업체 마이로그아이큐(MyLogIQ)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최고경영자의 보수 중간값은 1,79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최고경영자의 절반은 전년보다 9.8% 이상 보수가 늘었다. 5,0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경영자의 수는 증가했고, 1,000만 달러 미만을 받은 경영자의 비중은 줄었다.

머스크, 테슬라서 1,580억 달러 보상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2025년 총 1,583억5,900만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연례 최고경영자 보수 순위에 포함된 나머지 391명의 보수를 모두 합친 99억 달러의 약 16배다.

머스크의 보상은 전액 주식으로 구성됐다.

해당 보상 패키지는 향후 테슬라가 설정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최종 가치가 1조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자료화면)

머스크는 2018년에도 당시 기록적인 규모의 성과연계형 보상안을 받았다. 이후 여러 기업이 장기간의 높은 성장 목표와 연계된 대규모 주식·옵션 보상을 도입하면서 이른바 '문샷 보상'이 확산됐다.

웰타워 CEO 보수 8억2,100만 달러

고령자 주거시설과 의료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투자신탁 웰타워(Welltower)의 샹크 미트라(Shankh Mitra) 최고경영자는 8억2,100만 달러의 보상을 받아 S&P500 기업 가운데 머스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마이로그아이큐에 따르면 이는 최근 10년간 미국 상장기업 최고경영자에게 지급된 보상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다.

미트라 보수의 99%는 주식 보상으로 구성됐다.

그가 지난해 10월 받은 주식 보상만 7억8,900만 달러였다. 웰타워는 해당 보상의 기초가 되는 주식 가치가 연말 기준 10억 달러를 조금 넘었다고 증권당국 제출자료에서 밝혔다.

미트라는 2031년까지 회사에 재직하면 보상 주식의 약 절반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웰타워의 시장가치가 5년간 45% 이상 증가하고, 회사 주가가 여러 주가지수를 일정 수준 이상 웃돌아야 받을 수 있다.

웰타워 임원 4명에게 총 13억 달러

웰타워에서는 미트라 외에 다른 임원 3명도 각각 1억 달러가 넘는 보상 패키지를 받았다.

한 회사에서 한 해 동안 4명의 경영자가 모두 9자리 수의 보상을 받은 것은 최근 10년간 두 번째라고 마이로그아이큐는 집계했다.

웰타워 임원 4명이 받은 보상의 총가치는 약 13억 달러에 달했다.

웰타워는 이 보상안이 향후 10년 동안 지급될 상여금과 주식 보상을 대체하는 성격이며, 임원들의 이해관계를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과 일치시키기 위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피그마·오픈도어 경영진도 수억 달러 보상

지난해 1억 달러 이상의 보상을 받은 최고경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S&P500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을 이끌고 있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Figma)의 딜런 필드(Dylan Field) 최고경영자는 8억6,400만 달러의 보상을 받았다.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Opendoor Technologies)의 카즈 네자티안(Kaz Nejatian)은 7억4,100만 달러를 받았다.

두 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의 S&P500 최고경영자 보수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규모 보상 증가는 일부 초대형 보상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S&P500 기업의 보수 중간값 자체가 상승하면서 기업 최고경영자 보상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보상이 CEO 급여 대부분 차지

미국 대기업은 최고경영자 보수의 대부분을 현금보다 스톡옵션이나 제한조건부 주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주식 보상에는 일반적으로 매출과 이익, 주가, 시장가치 등 장기 성과와 연계된 조건이 붙는다.

기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최고경영자가 받는 주식 수가 줄어들 수 있고, 목표를 초과하면 처음 발표된 것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회사가 보상안을 승인할 당시 발표한 가치와 경영자가 실제로 받는 금액에는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경영자가 기업이 처음 보고한 금액보다 더 큰 가치를 확보하기도 한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CEO 2억4,800만 달러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의 조지 커츠(George Kurtz) 최고경영자는 2억4,800만 달러의 보상을 받아 S&P500 기업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Broadcom)의 혹 탄(Hock Tan) 최고경영자는 2억500만 달러로 4위를 기록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의 데이비드 재슬러브(David Zaslav) 최고경영자는 1억6,500만 달러를 받았다.

블랙스톤(Blackstone)의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은 1억2,600만 달러,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데이비드 솔로몬(David Solomon)은 1억1,900만 달러의 보상을 받았다.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의 니케시 아로라(Nikesh Arora)는 1억 달러를 기록했다.

씨티·웰스파고 CEO도 1억 달러 근접

씨티그룹(Citigroup)의 제인 프레이저(Jane Fraser) 최고경영자는 9,600만 달러를 받았다.

웰스파고(Wells Fargo)의 찰스 샤프(Charles Scharf) 최고경영자는 9,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프레이저가 이끈 씨티그룹의 최근 1년 주주수익률은 70%, 샤프가 이끈 웰스파고는 36%였다.

브로드컴의 1년 주주수익률은 120%,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173%로 나타났다.

반면 블랙스톤의 주주수익률은 마이너스 8%였지만 슈워츠먼의 보수는 1억2,600만 달러에 달했다.

CEO 보수와 주주수익률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

최고경영자의 보수 규모와 주주가 얻은 수익률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테슬라의 최근 1년 주주수익률은 11%로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188위였지만, 머스크의 보수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마켓츠(Robinhood Markets)는 204%의 주주수익률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회사가 지난해 블라디미르 테네프(Vladimir Tenev)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한 보수는 300만 달러였다.

다만 테네프는 2019년에 부여된 과거 보상안의 조건을 충족하면서 11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로빈후드 주가 상승으로 과거 보상안 확정

로빈후드는 테네프가 받은 2019년 보상안이 회사 주가가 2021년 기업공개 가격의 두 배 이상으로 오른 뒤에야 전액 확정됐다고 밝혔다.

테네프와 로빈후드는 당초 7억9,600만 달러로 평가됐던 2021년 보상안은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특정 연도에 회사가 공시하는 최고경영자 보수와 실제로 경영자가 현금화하거나 확보하는 경제적 가치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과연계형 주식 보상은 부여 시점에는 가치가 크지 않거나 확정되지 않더라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 수년 뒤 수억 또는 수십억 달러의 가치로 바뀔 수 있다.

브로드컴, AI 매출 목표와 보상 연계

브로드컴은 혹 탄 최고경영자의 주식 보상을 인공지능 관련 매출 목표와 연계했다.

회사는 탄이 2030년까지 추가 주식 보상을 받지 않으며, 기존 보상도 AI 매출을 포함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해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탄은 2023년에도 1억6,200만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받은 바 있다.

재슬러브 역시 2021년 2억4,700만 달러 규모의 보상을 받아 과거에도 9자리 수 보상 패키지를 기록했다.

두 경영자가 이끈 브로드컴과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주가 성과에서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문샷 보상' 다시 확산

'문샷 보상'은 기업이 단기간에 지급하는 일반적인 급여나 상여금과 달리, 수년에 걸친 매우 높은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대규모 주식이나 옵션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현금 지출을 줄이면서 최고경영자에게 장기적인 성장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주가와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면 최고경영자와 주주가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목표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경영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대규모 문샷 보상안이 최고경영자나 주주에게 항상 기대한 성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도 나왔다.

S&P500 밖에서 초대형 보상 증가

이번 집계에서는 초대형 보상 패키지가 전통적인 대기업뿐 아니라 신규 상장기업과 성장기업에서도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억 달러 이상을 받은 경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S&P500 외 기업 소속이었다.

이는 기술기업과 온라인 플랫폼,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높은 주가와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대규모 주식 보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핵심 경영자를 장기간 붙잡아두고 높은 성장 목표를 달성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5년에서 10년에 걸친 주식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발표된 보수와 실제 수령액은 달라질 수 있어

최고경영자 보수 순위에 표시되는 금액은 기업이 해당 연도에 회계상 평가해 공시한 보상가치다.

경영자가 그 금액을 즉시 현금으로 받은 것은 아니다.

주식 보상의 상당 부분은 재직 기간과 실적, 주가 목표를 충족해야 확정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경영자가 실제로 받는 금액은 공시액보다 적어질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거나 성과 목표를 초과하면 실제 보상의 가치는 공시 당시보다 더 커질 수 있다.

CEO 보수 중간값도 사상 최고

일부 초대형 보상안을 제외하더라도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보수는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2025년 S&P500 기업 최고경영자의 보수 중간값은 1,79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며 조사 이래 최고 수준이다.

최고경영자의 절반은 전년보다 최소 9.8%의 보수 인상을 받았다.

고액 보상은 머스크나 미트라처럼 특수한 성과계약을 맺은 소수 경영자에게 집중됐지만, 일반적인 대기업 최고경영자 보상도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성과와 보상 연계 방식 논쟁 지속

기업들은 대규모 주식 보상이 최고경영자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고 설명한다.

경영자가 기업가치와 주가를 높여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해의 보수 순위와 같은 기간의 주주수익률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일부 보상은 앞으로 수년간의 성과를 반영하기 때문에 단기 주가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반대로 과거에 부여된 보상안이 현재의 주가 상승으로 확정되면서 특정 연도의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막대한 보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 기업에서 1억 달러와 2억 달러를 넘는 보상 패키지가 다시 증가하면서, 장기 성과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인지 과도한 경영자 보상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