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 4곳을 폐쇄하고 전체 감원 규모를 최대 10만 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검토 대상에는 폭스바겐의 하노버와 츠비카우, 엠덴 공장과 아우디의 네카줄름 공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 독일 츠비카우 공장
(폭스바겐 츠비카우 공장. 자료화면)

이들 공장이 폐쇄되면 4만5,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폭스바겐이 이미 추진 중인 5만 명 감원계획에 추가되는 규모다.

계획대로 시행될 경우 총 10만 명 감원과 조립공장 4곳 폐쇄는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폭스바겐은 관련 계획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며, 노조와 폭스바겐의 주요 주주인 니더작센주 정부는 공장 폐쇄와 추가 감원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7월 9일 감독이사회서 논의 예정

관계자들에 따르면 폭스바겐 감독이사회 구성원들은 구조조정 방안을 전달받았으며, 오는 7월 9일 회의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폭스바겐 최고경영자는 이번 주 초 고위 경영진에게 계획을 설명하고 대규모 비용 절감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은 중국 자동차업체들과의 경쟁 심화와 미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 유럽 내 수요 감소로 압박을 받고 있다.

회사는 현재의 비용구조와 생산능력을 유지하는 사업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노버·츠비카우·엠덴·네카줄름 폐쇄 검토

폐쇄 검토 대상인 하노버와 츠비카우, 엠덴은 폭스바겐의 주요 생산기지다.

네카줄름 공장은 폭스바겐그룹 산하 고급차 브랜드 아우디의 생산시설이다.

관계자들은 이들 공장이 폐쇄될 경우 4만5,000명 이상의 고용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현재 계획 중인 5만 명 감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감원 규모는 최대 10만 명에 이를 수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2025 회계연도 기준 전 세계에서 66만7,164명을 고용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약 43%가 독일에서 근무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실행되면 독일 고용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동차업계 사상 최대 구조조정 가능성

절대적인 감원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10만 명 감원과 4개 조립공장 폐쇄는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가 2009년 파산보호 신청 전후에 추진한 구조조정과 비교될 만한 규모다.

GM은 1990년대 초 4년에 걸쳐 최대 7만4,000명을 감원하고 공장 21곳을 폐쇄하거나 가동을 중단했다.

폭스바겐의 이번 계획이 모두 시행될 경우 GM의 당시 감원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근로자 대표가 회사의 주요 결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계획이 그대로 실행될지는 불확실하다.

5년간 투자액 15% 줄이는 방안도 거론

독일 경제지 매니저 매거진은 폭스바겐이 앞으로 5년 동안 투자액을 약 15% 줄여 1,300억 유로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약 1,480억 달러에 해당한다.

매니저 매거진은 블루메 최고경영자와 아르노 안틀리츠(Arno Antlitz) 최고재무책임자가 89년 역사의 폭스바겐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려 한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방안에는 핵심 폭스바겐 브랜드와 부품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이러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

폭스바겐 "그룹 전체에 광범위한 변화 필요"

폭스바겐 대변인은 기밀문서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브랜드와 자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가 광범위한 변화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공장 폐쇄나 감원 대상, 투자 감축 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폭스바겐 경영진은 높은 인건비와 과잉 생산능력, 전기차 판매 둔화를 주요 비용 부담으로 지적해왔다.

주가 16년 만의 최저 수준

폭스바겐 주가는 26일 장중 3.4% 하락하며 약 16년 만의 최저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지, 또 이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폭스바겐 주주인 독일 자산운용사 데카의 잉고 슈파이히(Ingo Speich)는 높은 비용은 근본 원인이 아니라 증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의 가장 큰 문제는 판매 부진이라며, 소비자 수요가 높은 경쟁력 있는 차량을 출시해야 비용 논쟁도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모든 수단 동원해 막을 것"

폭스바겐 노사협의회와 독일 최대 금속노조인 IG메탈은 공동성명에서 공장 폐쇄와 대규모 감원을 강하게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한 계획이 추진된다면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니더작센주의 주총리도 주정부가 해당 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니더작센주는 폭스바겐의 2대 주주이며 주요 경영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폭스바겐의 최대주주인 포르쉐·피에히 가문의 투자회사 포르쉐SE는 논평을 거부했다.

근로자 대표·니더작센주 동의가 주요 변수

폭스바겐 감독이사회에서는 근로자 대표들이 상당한 의결권을 갖고 있다.

니더작센주 역시 회사의 주요 전략과 생산시설 관련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때문에 경영진이 비용 절감 필요성을 강조하더라도 공장 폐쇄와 대규모 감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폭스바겐의 독일 공장 폐쇄는 해당 지역 고용과 부품업체, 지방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치적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공장 폐쇄 추진도 노조 반발로 후퇴

블루메 최고경영자는 2024년에도 독일 공장 폐쇄를 포함한 대규모 비용 절감을 추진했다.

당시 경영진은 생산능력 과잉과 전기차 수요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IG메탈과 노사협의회의 강한 반발로 파업과 장기간의 노사 대립이 이어졌다.

결국 폭스바겐 경영진은 독일 공장 폐쇄 추진에서 한발 물러났다.

이번 계획은 당시보다 감원과 공장 폐쇄 규모가 더 커 노조의 저항도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 점유율 급락

폭스바겐은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중국 자동차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비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점유율은 2020년 57%에서 2025년 32%로 하락했다.

폭스바겐은 오랫동안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였지만 2024년 BYD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25년에는 중국 시장 3위로 한 단계 더 내려갔다.

중국 소비자들이 현지 업체가 생산한 가격 경쟁력 높은 전기차와 첨단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면서 기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 유럽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성장은 중국 내수시장에 그치지 않고 있다.

BYD와 체리, 상하이자동차(SAIC), 립모터 등 중국 업체들은 신흥시장과 유럽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이들 4개 회사의 유럽시장 합산 점유율은 올해 5월까지 전년 동기의 두 배로 늘었다.

이 밖에도 수십 개의 중국 자동차업체가 유럽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와 빠른 신차 개발, 디지털 기능을 앞세워 폭스바겐의 본거지인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관세·유럽 수요 감소도 부담

폭스바겐은 중국 경쟁 외에도 미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 부담을 받고 있다.

독일과 유럽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익률도 낮아질 수 있다.

유럽에서는 경기 둔화와 높은 금리,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했다.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전기차 전용 생산시설의 가동률도 낮아졌다.

특히 츠비카우와 엠덴은 폭스바겐 전기차 생산전략의 주요 거점이어서 폐쇄가 검토된다면 회사의 기존 전기차 전략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BMW도 중국 판매 부진으로 실적 경고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은 폭스바겐뿐 아니라 독일 고급차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BMW는 지난주 예상 밖의 실적 경고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판매 감소를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중국 현지 브랜드들은 대중차 시장에서 시작해 고급차 부문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와 포르쉐 등 고급 브랜드도 중국에서 가격 경쟁과 판매 감소 압력을 받고 있다.

비용 절감만으로 회복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

폭스바겐 경영진은 인력과 생산시설을 줄여 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와 업계 전문가들은 감원과 공장 폐쇄만으로 판매 부진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기차의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 성능, 소프트웨어 등에서 중국 경쟁업체를 앞설 제품을 내놓는 것이 더 근본적인 과제라는 것이다.

독립 자동차 분석가 마티아스 슈미트(Matthias Schmidt)는 지역정부와 노조의 영향으로 폭스바겐이 수년간 인력 규모를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동차시장의 현실이 독일의 대형 자동차업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까지 노사 충돌 예상

폭스바겐 감독이사회가 7월 9일 구조조정 계획을 논의하더라도 즉시 공장 폐쇄와 감원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시행하려면 노사협의회와 노조, 니더작센주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협상이 필요하다.

노조는 공장 폐쇄를 막기 위한 파업과 법적·정치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경영진은 판매 부진과 비용 증가가 지속되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논의에서는 실제 폐쇄 대상 공장과 감원 규모, 투자 축소, 브랜드와 부품사업 분리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