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선거일 이후 최대 5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를 유효로 인정하는 미시시피주 법률을 지지하는 연방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강하게 반발했다고 폭스뉴스(Fox News)가 29일(월)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왓슨 대 공화당 전국위원회(Watson v. RNC)' 사건으로,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일부 대법관들이 그의 입장에 반하는 결론을 내리며 보다 엄격한 선거 규정을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안겼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신랄한 반응 속에 직접 이름을 거론한 공화당 상원의원 중 한 명이 반박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해당 의원은 이미 선거일까지 우편투표 수령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은 이번 사건에서 공화당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배럿 대법관은 법령상 선거일은 투표가 제출되는 날로 규정되어 있는 한, "선거일 관련 법령이 투표 수령 마감 기한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번 판결이 유권자 권리에 있어 "엄청난 패배"라고 규정하며, 의회가 'SAVE 아메리카 법(SAVE America Act)' 통과를 통해 즉각 이 문제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AVE 아메리카 법은 하원에서는 텍사스주 공화당 소속 칩 로이(Chip Roy) 하원의원이, 상원에서는 플로리다주 공화당 소속 릭 스콧(Rick Scott)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법안으로, 전국적인 신분증 제시 의무화와 사실상 무사유(無事由) 우편투표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SAVE 아메리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이든 아니든, 신분증 확인·시민권 증명·우편투표 제한이라는 세 가지 요건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우편투표는 군인, 환자, 장애인, 선거일 당일 선거구를 떠나 있는 유권자에게만 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반대하는 이유는 단 하나,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하원이 이미 세 가지 버전으로 SAVE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진주만 공습, 9·11 테러보다 더 위험한 강력한 공산주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모든 '더모크랫(Dumocrats·민주당원을 비하한 표현)'과 공화당 상원 반대파 5인—리사 머카우스키(Lisa Murkowski),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톰 틸리스(Thom Tillis), 빌 캐시디(Bill Cassidy),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은 반드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폭스뉴스 디지털은 사우스다코타주 공화당 소속 존 슌(John Thune) 상원 원내대표, 뉴욕주 민주당 소속 척 슈머(Charles Schumer) 상원 원내대표,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의원들 모두에게 논평을 요청했다.

루이지애나주 공화당 소속 캐시디 의원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대통령이 자신의 글을 팩트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응수했다. 캐시디 의원은 SAVE 법안의 공동 발의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보좌관이 잘못된 정보를 드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명 말미에 즐겨 쓰는 표현을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캐시디 의원은 다른 사안에서는 갈등을 빚어온 바 있지만, SAVE 법안 내용에 있어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캐시디 의원은 SAVE 법안 통과를 조건으로 현재 중단된 주택 관련 법안 서명을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은 높은 주거 비용에 대한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슌 원내대표 측은 추가 논평을 거부했으며, 맥코넬 전 원내대표 측은 수신을 확인했다며 의견이 있으면 추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민주당 의원을 반대파로 묶었지만, 소수당 내 이견 의원 한 명은 신분증 확인 의무화를 담은 축소 버전 법안을 지지할 의향을 내비쳤다.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소속 존 페터먼(John Fetterman) 상원의원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공화당이 보여주기식 투표가 아닌 진짜 개혁을 원한다면, 단순하고 독립적인 법안을 내놓으면 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에 집중하라. 투표 시 사진 신분증 제시. 이걸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으로 만들고 우편투표를 공격하는 짓은 그만하라"고 덧붙였다.

만약 상원이 하원 통과 버전의 SAVE 법안을 승인할 경우, 대법원의 왓슨 판결 일부가 뒤집히거나 적어도 무효화될 수 있다.

한편, 이번 대법원 결정이 나오기 몇 주 전부터 SAVE 아메리카 법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비판론자들은 캘리포니아주의 투표 집계 과정을 문제 삼았다. 배우 스펜서 프랫(Spencer Pratt)이 로스펠리스(Los Feliz) 지역구 사회주의 성향 민주당 시의원 니티아 라만(Nithya Raman)에게 역전당해 결선투표 진출이 무산된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자비에 베세라(Xavier Becerra)와 공화당 후보 스티브 힐튼(Steve Hilton)이 혼전 끝에 열린 예비선거를 통과해 본선 후보로 확정되기까지 지나치게 느린 개표 속도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