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가 방금 승인한 주 예산안에 따라 주민 직선으로 선출되는 공교육 감독관(state superintendent of public instruction)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내년 1월부터 주지사가 임명하는 교육위원(education commissioner)이 그 권한을 이어받는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가 1일 보도했다.
이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6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다니는 공립학교 시스템의 감독·운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조치다.
이번 변화는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가 학자들과 교육 개혁론자들의 촉구를 받아들여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1,49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의 공교육 시스템이 운영되는 방식을 오래전부터 비판해 왔다.
핵심은 권력의 주지사 집중이다. 지금까지는 교육감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예산과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은 없는 분산된 구조였는데, 이번 개편으로 관련 부처와 기관들을 아우르는 지휘 체계가 일원화된다.
지지자들은 이 조치가 주지사를 통해 교육 전반에 책임성과 일관성을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오클랜드 소재 연구·옹호 단체 '칠드런 나우(Children Now)'의 테드 렘퍼트(Ted Lempert) 대표는 "한 세기가 걸린 교육 거버넌스 개혁이 승인된 것은 캘리포니아 학생들에게 기념비적인 승리"라며 "뉴섬 주지사가 이 절실히 필요한 변화를 현실로 만든 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이번 변화가 주 헌법과 유권자의 의사를 부당하고 비민주적으로 우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최대 교원 노조 두 곳을 포함한 노동계 연합은 "캘리포니아 헌법의 설계는 공교육이 유권자에게 직접 책임을 지도록 독립적인 교육 수장을 의도적으로 두었다"며 "선출된 헌법 기관을 행정부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당파적 관료로 대체하는 것은 그 모델을 깨는 것이며, 민주적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국민의 목소리를 영구적으로 묵살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판론자들은 또한 선출직 교육감 폐지를 시도한 모든 주민투표가 부결된 역사를 상기시켰다. 이번 시도는 선출직 자체는 유지하되 그 권한 대부분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우회했다. 해당 법안은 통상적인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 예산안에 부수 법안(trailer bill) 형태로 끼워 넣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티 교육감 협의회 등 학교구 운영 단체들은 이번 변화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 분산된 권한과 책임의 구조
교육에 관한 권한은 오래전부터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었다. 주 의회는 교육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주지사가 서명 여부를 결정한다. 주지사는 예산안을 통해 교육 재원 지출 방향을 제안하며, 의회는 이를 수정·승인할 권한을 갖는다.
선출직 교육감은 주 교육부를 이끌고 주 교육위원회(Board of Education)의 행정 수반으로 활동한다.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주지사가 4년 임기로 임명한다. 교육감은 교육위원회에서 투표권이 없으며, 일부 사안에서는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안도 있다. 교육 정책과 교육과정 승인 권한은 교육위원회에 있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이자 전 주 교육위원회 의장인 마이클 커스트(Michael Kirst)는 "현재 지방 학교구에 대한 지원 및 책임 시스템이 불균등하다"며 "질 높은 교육의 섬 주변에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는 사막이 펼쳐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 체제로는 주 전체 수업의 질이 개선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 교육감 직무의 변화
교육감의 모든 권한은 주 상원의 인준을 거쳐 주지사가 지명하는 교육위원에게 이전된다. 이에 따라 차기 주지사는 주·연방 보조금을 포함한 교육 예산의 수립·집행과 교육 정책 개발에 대한 직접 통제권 또는 임명권자를 통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
기존 체제에서는 교육감이 보조금을 관리하고 교육법을 해석하며 학교들의 법규 준수 여부를 감독해 왔다. 새 법에서는 교육감의 역할을 "주 교육 시스템 거버넌스에서 공공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적으로 선출된 무당파 목소리"로 재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주요 동향과 과제, 새로운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전주를 돌아다니며 교육 현황을 의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비판론자들은 이것이 사실상 아무 실권도 없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새 법은 새 교육위원에게 2027년 10월 1일까지 교육감의 향후 역할과 직원 구성을 포함한 추가 변경안을 제안할 시간을 주고 있다. 그때까지 교육감에게는 몇 명의 부관과 최소한의 사무직 직원만 배정된다.
교육감은 또한 주 교육위원회 11명 위원 중 한 명,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 이사회(Board of Governors of the California Community Colleges) 19명 위원 중 한 명이 된다.
■ 교육감직 후보들도 반대
이번 개편은 11월 선거에서 선출직 교육감 자리를 놓고 두 후보가 경쟁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두 후보 모두 이번 변화에 강하게 반대했다.
공화당의 소냐 쇼(Sonja Shaw) 후보가 예선 1위로 통과했으며, 민주당의 리처드 바레라(Richard Barrera) 후보와 맞붙는다.
쇼 후보는 이번 변화를 "유권자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노골적인 권력 찬탈"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당선될 경우 이전 교육감 권한을 활용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새크라멘토에 무조건 따르기를 거부하는 외부 인사가 교육감으로서 보조금, 계약, 연방 프로그램, 책임 시스템, 재정 기준, 학부모 자원, 행정 기능에 대한 권한을 활용해 이념보다 결과를 우선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검증된 읽기·수학 교육에 자원을 집중하고 투명성을 높이며 부모 참여를 확대하고 여학생 스포츠에서 공정성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레라 후보는 당선 즉시 교육감의 역할을 의미 있게 구체화하고, 그동안 소외됐다고 지적한 교육계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구조 개편의 핵심 목적은 학생 학습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것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개편된 직무 규정에 대해 법적 이의 제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교원협회(California Teachers Association) 데이비드 골드버그(David Goldberg) 회장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주지사에게는 항상 수많은 현안이 있고, 교육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말했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공교육에 대한 독립적인 목소리를, 때로는 주지사에게도 맞설 수 있는 인물을 원해 왔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개편 지지자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에 책임을 지는 주지사가 교원 노조를 포함한 교육계 특수 이익단체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새 체제의 핵심 원칙은 스탠퍼드대, UC 버클리, UCLA, UC 데이비스, USC 소속 연구자들이 모인 비당파 연구센터 '캘리포니아 교육 정책 분석(Policy Analysis for California Education)'이 지난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기반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