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공화당 주지사가 현지시간 수요일, 새로 발효된 주법을 활용해 수십 개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폭스뉴스(FOX)가 보도했다.

이 지정 조치는 플로리다 내각(Cabinet)의 승인이 있어야 최종 확정되며, 지정 대상에 포함된 일부 단체들은 즉각 법적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는 올해 초 서명된 주 법률 HB 1471로, 수요일부로 정식 발효됐다. 데샌티스 주지사는 이 법에 따른 새로운 법정 권한을 처음으로 행사해 "플로리다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을 식별·지정하고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 주 당국은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Council on American-Islamic Relations), 무슬림형제단(Muslim Brotherhood), 안티파(Antifa)를 포함해 90개 이상의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이 지정안은 주지사와 내각의 승인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자료화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지난 12월 급진 테러 이데올로기와 이를 조장하는 단체들의 영향력을 플로리다에서 차단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올해는 이를 더욱 강화하는 법률에 서명해 헌법적 권리를 지키면서도 테러에 대응할 수 있는 영구적 법제 도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늘 우리는 플로리다 법에 따라 테러조직을 공식 지정한다. CAIR과 무슬림형제단에 이어 안티파를 목록에 추가하며, 각종 카르텔을 포함한 90개 이상의 외국 테러조직도 함께 지정한다"고 덧붙였다.

HB 1471에 따르면, 국내보안국장(Chief of Domestic Security)이 자격 요건에 해당하는 단체를 국내 또는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수 있다. 단, 주지사와 내각이 다수결로 이를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으며, 승인된 지정 내용은 플로리다 행정 관보(Florida Administrative Register)에 게재된다. 새 법률은 플로리다 법집행부(Florida Department of Law Enforcement) 산하 국내보안국장이 초기 지정을 결정하면, 주지사와 내각이 이를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구조다.

이번에 외국 테러조직 목록에 추가된 단체로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와 시날로아 카르텔(Cartel de Sinaloa),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카르텔 델 노레스테(Cartel del Noreste), 카르텔 델 골포(Cartel del Golfo) 등 갱단들이 포함됐다.

플로리다 법집행부 청장 마크 글래스(Mark Glass)는 "지역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는 일은 위협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이러한 인식은 매일 우리 지역 사회의 안전을 강화하며, 우리 경찰관들과 연방 파트너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섬기는 시민들 간의 협력을 통해 더욱 굳건해진다"고 말했다.

HB 1471은 지정된 단체에 대해 공공 지원과 납세자 자금을 차단하도록 각 기관에 지시하고 있다. 또한 주(州) 차원의 집행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지정된 테러조직에 물적 지원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을 신설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정 단체와 연관된 특정 공공 혜택, 자금 지원, 기관 지원을 제한하고, 지정된 국내 테러조직에 물적 지원이나 자원을 알면서 제공하거나, 이를 시도하거나, 공모하는 행위에 형사 처벌을 부과한다. 아울러 해당 법은 외국 또는 종교적 법률 체계가 미국 헌법 및 플로리다 헌법보다 우선할 수 없도록 주 법원에서의 원칙을 명시했다.

무슬림 시민권 단체인 CAIR은 이번 조치를 강력히 비난하며 계속해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CAIR은 자신들이 "테러 활동"에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어떠한 범죄로도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CAIR과 CAIR-플로리다는 앞서 데샌티스 주지사가 지난 12월 서명한 CAIR 및 무슬림형제단을 겨냥한 행정명령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CAIR은 성명을 통해 "CAIR의 오랜 역사 동안 우리 시민권 단체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법 앞의 평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또한 혐오 범죄 피해를 입은 미국 무슬림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 실현에도 앞장서 왔다.

바로 이 때문에 디샌티스 주지사가 반복적으로 우리 단체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최근 편향된 시도를 간파하고 있다. 우리의 견해와 가치를 이유로 처벌하려는 이 근거 없는 공격에 법정에서 맞서 다시 한번 헌법이 어떤 정치인의 편견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CAIR과 시민자유 단체들은 이번 지정 조치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으며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가 보호하는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와 주 당국은 이 법이 테러를 조장하거나 지지한다고 판단되는 단체에 납세자 자금이 지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국가안보 프로젝트 국장 히나 샴시(Hina Shamsi)는 성명을 통해 "우리 의뢰인들에 대한 플로리다의 임박한 지정 조치는 심각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며 "CAIR과 CAIR-플로리다의 발언과 옹호 활동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으며, 여기에는 주지사와 다른 공직자, 그들의 정책을 비판할 권리도 포함된다. 우리는 법원이 의뢰인들의 핵심적 자유를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지정 조치가 내각의 승인을 받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플로리다 주법에 근거한 것으로, 미국 국무부(U.S. State Department)가 결정하는 연방 차원의 외국 테러조직 지정과는 별개의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