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베팅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며 유명해진 투자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가 인공지능(AI)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약세 베팅을 확대했다.
버리가 새롭게 하락에 베팅한 대상에는 테슬라(Tesla), 캐터필러(Caterpillar),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반도체 기업들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포함됐다.
버리는 최근 수개월 동안 AI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지나치게 확대됐으며,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투입하는 막대한 자금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 조성에 5,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후 반도체주가 상승한 것을 두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버리는 자신의 서브스택에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가 이날 증시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나는 이것을 끝의 시작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도체 ETF SOXX 하락에 베팅
버리는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의 풋옵션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SOXX에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포함돼 있다.
이번 옵션은 SOXX 가격이 최고점 대비 약 3분의 1 하락할 경우 내년 3월까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버리는 앞서 내년 1월까지 SOXX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수익을 내는 옵션도 보유하고 있었다.
버리는 "SOXX는 지수 형태로 나타난 순수한 과대평가 사례"라며 "이처럼 쉽게 과대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주장했다.
캐터필러·테슬라도 공매도 대상
버리는 건설·중장비 업체 캐터필러에도 하락 베팅을 추가했다. 캐터필러의 장비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에 사용되고 있으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상승했다.
버리는 과거 캐터필러 주식에 상승 베팅해 수익을 얻은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공매도의 구체적인 이유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테슬라에도 다시 하락 베팅을 설정했다. 버리가 공개한 테슬라 관련 목표 가격은 416.22달러였다. 다만 이 가격이 풋옵션의 행사 가격인지, 손익분기점 또는 별도의 가격 전망인지는 기사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과 로보택시 사업을 AI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버리는 과거에도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한 바 있다.
버리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에 대한 기존 공매도 포지션도 확대했다.
엔비디아·팔란티어 약세 전망 유지
버리는 지난해 11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Palantir)의 주가가 2027년까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베팅을 공개했다.
엔비디아에 대해서는 일부 주요 고객사에 자금이 다시 흘러 들어가는 순환금융 구조를 이용해 AI 반도체 수요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거래가 닷컴 버블과 유사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팔란티어에 대해서는 정부 계약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경쟁업체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자금조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버리의 주장을 부인했다. 알렉스 카프(Alex Karp)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버리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버리가 공매도 사실을 공개한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당시보다 약 5% 하락했으며, 팔란티어 주가는 약 40% 떨어졌다. 그러나 두 회사의 주가는 아직 버리가 예상한 하락 수준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버리와 그가 공매도 대상으로 언급한 기업들은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