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이후, 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다음 행동 방향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폭스뉴스(FOX)가 보도했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내 분열을 심화시키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화요일, 각 주(州)가 생물학적 남성이 여학생 및 여성 스포츠팀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아이다호(Idaho)주와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주의 관련 법률을 지지한 것으로,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스포츠 참가를 제한하는 다른 25개 주의 유사한 법률도 사실상 유효하게 됐다.
공화당 측의 환호를 이끌어낸 이번 판결은 생물학적 남성의 여성 팀 참가를 계속 허용하는 나머지 주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진보 성향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당내 대다수 선출직 의원들은 공개 성명을 내지 않았다. 어떠한 입법적 대응 방안도 제시한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하원의원 사라 제이콥스(Sarah Jacobs, D-Calif.)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의회에는 여러분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모든 트랜스젠더 아이들이 알았으면 한다"며 "우리는 트랜스 여성과 여아를 포함한 모든 여성과 소녀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 민주당 지도부의 하위 구성원이자 트랜스 평등 태스크포스(Trans Equality Task Force) 공동 의장인 제이콥스 의원은 대법원 판결에 대응해 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LGBTQ 권리 옹호를 위한 민주당 계열 단체인 의회 평등 코커스(Congressional Equality Caucus)와 뉴욕주 민주당 하원 소수당 대표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 D-N.Y.)도 어떠한 입법적 대응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평등 코커스는 소셜미디어에 이번 결정을 맹비난하는 일련의 논평을 게재하며, 판결 결과가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들에게 "파멸적"이라고 규탄했다.
폭스뉴스 디지털은 제이콥스 의원실, 제프리스 의원실, 의회 평등 코커스 대변인에게 논평을 요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의 반응이 비교적 조용한 데에는 배경이 있다. 그간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를 포함해 여성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를 반대하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인돼 왔다. 이는 일부 의원들이 자신의 지지자들과 온도 차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2025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거의 8명이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 스포츠에 참가하는 것에 반대했다.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 성향인 응답자 중에서도 약 70%가 같은 견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중도 성향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체로 침묵을 유지했다. 폭스뉴스 디지털이 쿡 폴리티컬 리포트(Cook Political Report) 선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화당과의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에서 재선에 도전 중인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이번 판결에 대해 언급한 의원은 거의 없었다.
공화당 우세 선거구에서 3선에 도전 중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하원의원 돈 데이비스(Don Davis, D-N.C.)는 판결 직후 긍정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데이비스 의원은 서면 성명에서 "연방 대법원은 각 주가 생물학적 성별에 기반해 별도의 스포츠팀을 유지할 법적 권한을 보유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며 "타이틀 나인(Title IX)은 여성과 소녀들의 체육 기회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우리는 그 기회를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주요 공략 대상이자 평등 코커스 소속인 워싱턴주 민주당 하원의원 마리 글루센캠프 페레스(Marie Gluesenkamp Perez, D-Wash.)는 수요일 트랜스 권리 운동이 여성 스포츠에서의 "미묘한 차이(nuance)"를 놓치고 있다고 인정했다.
페레스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타운홀에서 보면 가장 화가 난 분들 중 상당수는 지난 12년간 딸을 스포츠 훈련에 데려다준 분들이었다"며 "그분들은 딸이 체육 장학금을 받아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가 '이건 사랑 대 혐오의 문제'라고 도덕적으로 서두를 때, 우리는 미묘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동의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상원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이 극히 드물었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되찾을 경우 판결에 이의를 제기할 입법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복수의 민주당 의원실 논평 요청에 답변이 없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뉴욕주 민주당 상원 소수당 대표 척 슈머(Chuck Schumer, D-N.Y.)가 이 사안에 대해 침묵했다는 것이다. 슈머 의원은 같은 날 출생 시민권을 지지하는 대법원 판결은 칭찬했고, 며칠 전에는 뉴욕시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석했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상원에서 트랜스 권리를 가장 강하게 지지해 온 일부 의원들은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들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다짐하며 목소리를 냈다.
'트랜스 권리 법안(Trans Bill of Rights)'을 발의한 매사추세츠주 민주당 상원의원 에드 마키(Ed Markey, D-Mass.)는 상원에서 LGBTQ 권리를 가장 먼저 지지해 온 의원 중 한 명으로, 이번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MAGA) 공화당원들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차별할 수 있는 길을 또다시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소속 하원의원 세스 모울턴(Seth Moulton, D-Mass.)과의 치열한 재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키 의원은 X(구 트위터)에 "이번 판결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을 그들의 팀과, 그들이 사랑하는 스포츠로부터 떼어놓는다"며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 차별과 혐오는 이길 수 없다"고 썼다.
매사추세츠주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D-Mass.)도 목소리를 내며 "극우 세력과 마가 운동"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집요하게 겨냥하고 해를 끼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X에 "내 마음은 트랜스젠더 아이들과 그 가족들과 함께 있다"며 "그들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