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SAVE 아메리카법(SAVE America Act)'을 지렛대로 삼아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폭스뉴스(Fox News)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을 공화당의 다른 핵심 현안들과 연계하며, 중간선거 전 의회 다수당 지위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가운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이 싸움은 현재 국방 예산, 주택 법안, 상원 예비선거 정치, 필리버스터까지 광범위하게 얽혀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중간선거 입법 가능 시간이 좁아지기 전에 이 선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공화당 의원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압박은 지난 화요일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착 상태의 선거 법안을 3,500억 달러(약 483조 원) 규모의 신규 국방비를 담은 '화해 3.0(Reconciliation 3.0)' 패키지와 연계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모두가 원하는 SAVE 아메리카법과 우리의 위대한 전쟁부(Department of War) 완전 예산 지원을 함께 통과시킬 수 있으며, 그렇게 하면 미국이 수 세대에 걸쳐 자유를 지킬 수 있다"고 썼다.

SAVE 아메리카법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투표자 신분 확인(Voter ID)과 시민권 검증 조항이 포함돼 있으나, 상원에서 장애물에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선거운동 때부터 수년간 투표자 신분 확인법의 필요성을 경고해왔다.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지난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21세기 ROAD 주택법(21st Century ROAD Act of Housing)'의 서명을 막판에 취소하며 SAVE법 통과를 최후통첩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주택 법안은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주택 공급을 늘리고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대형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구매를 금지해 개인 구매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서명 취소는 여야 의원 모두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공화당 소속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메인주 상원의원은 이 결정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고,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서명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 애비게일 잭슨(Abigail Jackson)은 폭스뉴스 디지털에 "SAVE 아메리카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상 최우선 과제였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이 법은 미국인 대다수가 지지하는 상식적인 입법으로, 앞으로 수 세대에 걸쳐 선거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밝혔다. 잭슨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 문제가 미국 국민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으며, 법이 통과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SAVE법이 유권자 자격을 갖춘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어 참정권을 박탈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크 슈머(Chuck Schumer) 뉴욕주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실 그는 중간선거를 조작하고 수백만 명의 미국 시민을 유권자 명부에서 지워버리기 위한 SAVE법을 얻기 전까지는 주택 시장에 마침내 구제책을 가져올 우리의 초당적 법안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라고 꼬집었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해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도 X(구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는 유권자 탄압법 통과가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올렸다.

SAVE법은 텍사스주 상원의원 경쟁에도 얽혀들었다. 켄 팩스턴(Ken Paxton) 텍사스 법무장관과 현직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간의 대결에서 필리버스터 폐지 문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같은 압박 캠페인의 일부가 됐다. 공화당 텍사스 상원 후보 팩스턴은 지난 3월 선거운동 중 이 법안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원 지도부가 필리버스터를 폐지하고 SAVE 아메리카법을 통과시키는 데 동의한다면 이 경선에서 사퇴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X에 쓴 바 있다. 코닌 의원은 SAVE법 지지를 거부했고, 오랫동안 지지해온 필리버스터 제도에 대해 재고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팩스턴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법원의 출생시민권 판결 이후 이민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다시 SAVE법에 주목하기도 했다. 연방 대법원이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불법 체류 또는 임시 체류 부모에게서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도 출생시민권자라고 판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더 넓은 이민·선거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다시 SAVE법 카드를 꺼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대법원이 출생시민권을 지지했는데, 우리나라에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지 아래 의회의 입법을 통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적었다.

존 툰(John Thune)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공화당·사우스다코타)는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60표를 공화당이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법안의 전망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규칙을 바꿔 단순 과반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촉구하는 한편,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공개적으로 필리버스터 의존을 정당화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이전에 SAVE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과 행정부 관리들도 각종 연설 기회를 활용해 SAVE법 통과 운동에 합류하고 있다.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은 투표자 신분 확인 법안을 통과시키면 공화당이 선거 부정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전 세계 어떤 선진 민주주의 국가도 투표 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뿐"이라며 "선거 무결성 법안을 통과시키고 투표자 신분 확인제를 도입하면, 우리는 미국 국민에게 부정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니 그만하고 미국 국민에게 투표자 신분 확인제를 달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원은 독립기념일 휴회를 마치고 7월 13일 주(週)에 복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