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장관 오만 방문...트럼프 "대화는 계속하지만 휴전은 끝났다" 

미국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중단하고 모든 항로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라는 공개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Abbas Araqchi) 이란 외무장관은 11일 오만에 도착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안전 통항 문제를 논의했다.

이란 외무장관
(이란 아락치 외무장관. 자료화면)

오만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 완화를 중재하고 있으며, 이번 논의는 이란과 미국의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양측의 휴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대화'를 계속하자고 요청했고 우리는 이에 동의했다"면서도 "미국은 그들에게 분명히 휴전은 끝났다고 밝혔다"고 적었다.

미국 "선박 공격 중단·무통행료 보장해야"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모든 항로를 개방하며, 별도의 통행료 없이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로이터에 전쟁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며, 이 해상 통로의 안정이 국제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에 핵심적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이 해협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운송된다.

전쟁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크게 강화해왔다. 로이터는 이란이 최근 핵 문제 협상보다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 문제를 우선시해왔으며, 미국이 이란의 해협 관리 권한을 인정하기 전까지 핵 문제 논의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선박 공격 뒤 휴전 흔들려

이번 협상 재개 움직임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용 선박들이 공격을 받은 뒤 나왔다.

이번 주 초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소속 상업용 유조선 3척이 공격을 받았고, 이에 미국은 이란 내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란은 걸프 지역의 미군 시설을 공격하며 대응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던 기존 면허를 철회했다. 이란은 이를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아락치 외무장관은 X에 "상호 준수만이 가능하다"고 적으며, 미국이 약속을 어기면 이란도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은 선박 공격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로이터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테헤란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이런 행동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란 측이 최근 해협 공격이 이란 체계의 "통제에서 벗어난 일부"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긴장을 완화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오만·카타르 중재 속 주말 협상 추진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고위 소식통은 이란과 미국, 카타르, 파키스탄 간 통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중재자들이 아락치 외무장관의 오만 방문 기간 중인 11일 이를 성사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 협상단도 10일 이란에서 관리들과 만나 긴장 완화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CBS뉴스와 BBC는 미국 측에서 JD 밴스(JD Vance) 부통령,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 파르스통신은 이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기 전까지 협상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실제 협상 개최 여부와 형식은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이란이 나를 암살하려 하면 미사일 수천 발 준비"

협상 재개 움직임에도 양측의 위협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면 미군에 이란을 향해 수천 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 암살 계획을 세웠다는 정보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NATO 정상회의에서도 자신이 이란의 암살 표적 1순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부친 피의 복수 다짐"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Ayatollah Mojtaba Khamenei)는 11일 서면 성명을 통해 전임 최고지도자이자 부친인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당시 사망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부친 장례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성명을 통해 "순교한 지도자와 모든 순교자의 피에 복수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10일 열린 장례 행사에서는 대규모 추모 인파가 모였고, 일부 참석자들은 "우리는 트럼프를 죽일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이 같은 발언과 장면은 미국과 이란이 외교 채널을 재가동하려는 시점에도 양측의 적대감이 여전히 매우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가 급등, 트럼프에게 정치적 부담

호르무즈 해협 긴장은 국제 유가를 다시 끌어올렸다.

전쟁이 다섯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세계 에너지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원유 가격은 걸프 지역 교전 재개 이후 8주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휘발유와 항공유, 물류비가 오르면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11월 의회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민감한 정치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유가 상승과 경제 충격을 제한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생산적 대화" 평가에도 합의는 불안정

미국 관리들은 최근 이란과의 접촉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양측은 여전히 서로가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방치하거나 묵인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란은 미국의 원유 판매 면허 철회와 군사공격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달 체결된 임시 합의는 전쟁 종식을 위한 첫 단계로 여겨졌지만, 이번 선박 공격과 군사적 맞대응으로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현재 미국의 핵심 요구는 명확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중단하고,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공개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란은 해협 관리 문제를 자국 안보와 협상력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상 교통로가 아니라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오만과 카타르의 중재가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이란이 미국이 요구하는 공개 통항 보장 약속을 받아들일지가 걸프 지역 긴장 완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