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해협 수호자 될 것"...다만 화물 가치인지, 운송비인지 산정 기준은 불명확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보장을 명분으로 해협을 지나는 화물에 20% 수준의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으며, 이란이 있든 없든 계속 열려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해상봉쇄를 재개한다며, 이 조치는 "이란 선박이나 이란의 고객들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모든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공정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화물에 20%"...기준은 불명확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과 보안을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전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CENTCOM X
(미 중부사령부 X.  자료화면)

그는 "공정성의 문제로, 미국은 이 매우 불안정한 지역의 안전과 안보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에 대해, 운송되는 모든 화물에 20% 비율로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는 이 20%가 정확히 무엇을 기준으로 산정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20%가 화물의 전체 가치에 대한 비율인지, 운송비 또는 보험료에 대한 비율인지, 아니면 미국이 산정하는 안보 비용의 일부를 의미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또한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게 되는지, 선주인지 화주인지, 보험사인지, 또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되기 전까지 상당한 해석 논란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CENTCOM, 이란 항구 출입 선박 봉쇄 재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7월 14일 오후 4시부터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CENTCOM은 봉쇄 대상이 이란 항구와 해안 지역으로 향하거나 그곳에서 출항하는 선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봉쇄를 위반하지 않는 선박에 대해서는 역내 해상 교통 흐름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CENTCOM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13일부터 6월 18일까지 시행됐던 대이란 해상봉쇄를 재개하는 것이다. 당시 미군은 규정을 따른 선박 140척 이상을 다른 항로로 유도했고, 규정을 따르지 않은 선박 9척을 무력화했으며, 인도주의 물자를 운송하는 상업용 선박 50척 이상은 봉쇄선을 통과하도록 허용했다.

CENTCOM은 걸프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운항하는 선박들에게 항행 통보를 계속 확인하고, 미 해군과의 교신을 위해 VHF 16번 채널을 감시하라고 권고했다.

"호르무즈는 열려 있다"는 미국, "폐쇄" 주장한 이란에 맞대응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주장한 직후 나왔다.

미국은 이란이 해협 전체를 통제하거나 봉쇄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이란과 관련 없는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봉쇄는 해협 전체를 막겠다는 조치가 아니라,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과 이란 관련 해상 물류를 차단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미국의 메시지는 두 갈래다.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 통항로로 계속 열어두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란의 해상 물류를 봉쇄해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유가도 상승...에너지 시장 긴장 확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국제유가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해상봉쇄 재개 소식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브렌트유는 9.59% 오른 배럴당 83.30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42% 상승한 배럴당 78.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운송의 핵심 통로다. 이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커지거나 선박 통항이 제한될 경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이는 유가와 운송비,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은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다. 휘발유 가격과 물류비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의회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유가 안정이 중요한 정치적 과제이기도 하다.

20% 부담금, 국제법 논란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0% 부담금은 국제법상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항행에 사용되는 핵심 해협이다. 미국이 이 해협의 안전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화물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지, 또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징수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20%가 화물 가치 기준이라면 부담 규모는 막대해질 수 있다. 반면 운송비나 안전관리 비용 기준이라면 실제 부담은 달라진다. 현재 발언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와 에너지 시장, 보험업계는 향후 백악관과 미군, 재무부가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 통제권 둘러싼 미·이란 대립 격화

이번 발표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군사 공습을 넘어 해상 통제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자국 안보와 협상력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해협의 자유 통항을 내세우면서도,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봉쇄해 이란 경제와 에너지 수출을 압박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20% 부담금 발언은 여기에 또 다른 논란을 더했다. 미국이 해협의 안전 보장을 명분으로 비용 회수를 추진할 경우, 이는 동맹국과 해운업계, 에너지 수입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국제 통항권과 에너지 공급, 해상 안보 비용을 둘러싼 복합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