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대(UC) 입학위원회가 입학전형에서 SAT·ACT 표준화시험 요건을 부활시킬지 검토하기 위한 계획을 일단 철회하기로 표결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보도했다.
이번 결정으로 UC 내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였던 사안의 향방이 다시 안갯속에 빠지게 됐으며, 공교롭게도 UC 이사회(Board of Regents)가 샌프란시스코에서 회의를 여는 하루 전에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입학 및 학교관계위원회(Board of Admissions and Relations with Schools, BOARS)'로 불리는 UC 입학위원회는 지난달 내년까지 두 개의 실무 그룹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나는 입학전형에서 표준화시험의 역할을 재검토하는 그룹이었고, 다른 하나는 UC 입학에 필요한 고교 이수과목 요건을 재검토하는 그룹이었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회의에서 위원회는 이 계획을 철회하기로 표결했고, 지난주 후반 UC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관련 설명 링크들도 삭제됐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 2명과 이번 결정을 인지하고 있는 UC 교수 여러 명(이들 중 일부는 시험 요건 부활에 찬성해왔고 일부는 반대해왔다)에 따르면, 아직 이를 대체할 새로운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신중하고 근거 기반의 검토가 될 것이라던 절차가 최소 수개월간 보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임스 B. 밀리컨(James B. Milliken) UC 총장은 앞서 이 계획을 두고 "포괄적"이라고 평가하며 긍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계획이 왜 갑자기 중단됐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아흐메트 팔라조을루(Ahmet Palazoglu) UC 학술평의회(Academic Senate) 의장은 월요일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학술평의회는 입학전형에서 표준화시험에 대한 포괄적 검토를 하겠다는 약속을 철회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입학위원회(BOARS)는 학술평의회 산하 위원회다.
UC 데이비스 화학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팔라조을루 의장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해, 학술평의회는 향후 진행될 검토가 철저하고 근거에 기반하며 교수진의 전문성을 반영하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팔라조을루 의장은 새로운 일정이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화요일 이사회 회의에서 예정된 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계획은 여러 방면에서 비판에 직면해 있었으며, 대입 과정에서 고위험 표준화시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UC를 전국적 관심의 중심에 세운 바 있다.
UC는 2020년 표준화시험을 선택사항으로 전환했다가, 이후 만장일치 이사회 표결을 거쳐 아예 시험 성적을 받지 않는 '시험 면제(test-free)' 정책으로 전환했다. 당시 이사회는 시험 준비 자원이 부족한 유색인종 학생들을 시험이 걸러내는 효과를 낳고, 점수가 학업 준비도보다 인종과 가정의 부유함과 지나치게 상관관계가 높다는 우려를 반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립대학 시스템인 UC는 명문대학들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시험 면제 입학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UC와 경쟁하는 다수의 사립대들, 즉 모든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스탠퍼드대(Stanford),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등은 코로나19 사태나 인종 형평성 우려로 중단했던 시험 요건을 이미 부활시킨 상태다.
이공계(STEM) 신입생들의 수학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교수진의 우려가 수개월에 걸쳐 쌓인 끝에, 입학위원회는 지난 6월 UC의 시험 정책 부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만약 시험이 다시 요구된다 하더라도 가장 이르게 적용될 수 있는 시점은 2028년 가을 입학전형부터였다. 일부 교수들은 대학 측의 대응이 지나치게 느리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시험 요건 부활에 반대하는 이들을 포함한 다른 교수들은, 시험 점수와 실제 입학생들의 준비도 사이의 관계를 분석할 데이터가 UC 측에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표준화시험이 부유층과 특정 인종에 유리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만큼, 이를 되살릴 경우 다른 학생들이 UC 입학 기회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철회 시점 두고 우려 제기
일부 교수진은 이번 철회 결정의 시점에 대해 당혹감을 나타냈다. UC 샌프란시스코(UCSF) 생리학과 교수이자 BOARS 위원인 마이클 스트라이커(Michael Stryker)는, 지난 금요일 위원회의 철회 결정과 오는 14~15일 예정된 이사회 회의 사이의 간격이 너무 짧아 혼선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 교수는 "이사회 위원들이 신문 등을 통해 접했던 시험 관련 논쟁 내용이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놀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획 철회로 이어진 위원회 내부 논의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입학위원회는 홈페이지에 공개 회의록을 게시하고 있지만, 회의 이후 게시까지는 최소 몇 주가 걸린다.
원래 UC 측이 세워뒀던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한 실무 그룹은 SAT·ACT 점수와 캘리포니아주 11학년 대상 '스마터 밸런스드(Smarter Balanced)' 평가에 의존하는 것의 "장단점"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또 다른 그룹은 UC 캠퍼스 입학에 요구되는 고교 이수과목 15개가 "지나치게 규정적이거나 경직돼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 요건들이 "변화하는 노동시장 수요, 인공지능(AI)의 광범위한 확산, 학생 준비도에 대한 UC 교수진의 우려, 학생들의 학습 방식 변화" 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검토할 예정이었다. 이사회는 이 고교 이수과목 요건 문제를 오는 수요일 공개 세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어떤 것이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다만 이번 주 회의에서 두 사안 중 어느 것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이 내려질 예정은 아니었다.
◇ 다음 단계는 불투명
계획이 철회된 상황에서, UC가 다음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불확실하다.
스트라이커 교수는 위원회가 가을까지 다시 회의를 열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위원회는 여전히 입학 관련 사안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후에 시험 관련 우려를 재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원회가 올해 안에 이번 로드맵을 촉발시켰던 문제들을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곧 위원회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새 학년도가 되면 추가적인 위원 교체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만 BOARS는 원한다면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험 요건 부활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교수 3000여 명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탠 UC 버클리(UC Berkeley) 수학과 교수 즈베즈델리나 스탄코바(Zvezdelina Stankova)는 이번에 폐기된 로드맵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두 실무 그룹이 "사실상 결정을 미루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SAT를 부활시킬지 말지에 대한 명확한 권고안이 이사회로 올라가기 전에 먼저 UC 학술평의회에 전달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옳은 조치를 취하는 데는 늦더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스탄코바 교수는 자신과 동료 교수들이 최근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이번 회의에서 "2027년 가을 입학전형부터 적용되도록 2026년 9월 안건으로 SAT·ACT 부활을 공개적으로 확약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트라이커 교수는 이번에 폐기된 검토 방식이 구조적으로 유의미한 근거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료 위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LA타임스가 이 메시지 내용을 입수했다), UC가 2020년 이후 시험 점수 수집을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시험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비교 가능한 지원자 집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트라이커 교수는 "타당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시험 관련 실무 그룹은 "시험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벌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위원회가 2027년 가을 입학전형부터 표준화시험을 부활시키도록 권고하고, UC가 지난 2020년 시험 정책을 마지막으로 평가할 때 사용했던 방식을 활용해 4년에 걸쳐 그 효과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인 2020년, 한 교수 위원회는 수백 쪽에 달하는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최종적으로 UC가 입학전형에서 SAT와 ACT를 계속 사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 위원회는 SAT 비판론자들의 주장, 즉 시험 성적이 인종과 부유함과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학점(GPA)을 비롯한 다른 학업 지표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UC 각 캠퍼스가 활용하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입학 평가 방식이 이런 격차를 이미 감안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사회는 당시 재닛 나폴리타노(Janet Napolitano) UC 총장의 지지 속에 2020년 5월 만장일치로 시험 요건 폐지를 표결했고, UC가 자체 표준화시험을 개발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지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별도의 교수 위원회는 필요한 짧은 시간 안에 UC가 자체 시험을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