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휴전 붕괴 후 유가 다시 급등...7월 물가에는 부담 가능성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됐다.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고 경제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이는 5월의 4.2%보다 낮아진 수치이며, WSJ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3.8%도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휘발유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6월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배경이 됐다.

휘발유 가격 하락이 물가 둔화 이끌어

6월 물가 둔화의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 가격 안정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달 주유소에서 이전보다 낮은 가격을 체감했다. 휘발유 가격 하락은 전체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GAS STATION
(LA 에 위치한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표)

식품과 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물가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6%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몇 달 동안 다시 커졌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적어도 6월에는 일부 완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란 휴전 붕괴로 7월 물가 전망은 불확실

다만 6월의 긍정적인 물가 흐름이 7월에도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이란전쟁 휴전이 붕괴되고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이 재개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했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기준유가는 7월 들어 월요일까지 12% 상승했다. 이란과의 휴전이 유지되던 6월에는 유가가 안정되며 물가 부담을 낮췄지만, 이달 들어 호르무즈 해협 긴장과 군사 충돌이 다시 고조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반등했다.

따라서 6월 CPI는 예상보다 좋았지만, 7월 물가 지표에는 유가 상승의 영향이 다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낮아져

이번 물가 보고서가 발표된 뒤 금융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말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크게 낮춰 반영했다.

보고서 발표 전 금리선물 시장은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40%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CPI 발표 이후 이 가능성은 장 초반 15%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는 6월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나오면서 연준이 당장 추가 긴축에 나설 필요성이 줄었다고 시장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하면서 일부 연준 인사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런 압박을 일부 완화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남아

그럼에도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지난해 한때 2.3%까지 낮아졌던 미국 물가상승률은 올해 들어 다시 빠르게 올라왔다. 특히 이란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반등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에너지 외 요인도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장비, 건설 인력 수요가 커지고 있고, 이는 경제 전반의 비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높이고, 기업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따라서 6월 CPI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더라도, 근본적인 물가 압력이 충분히 꺾였는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 상무부 물가지표도 주시

연준은 이번 CPI 지표뿐 아니라 상무부가 발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더 중요하게 본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5월 PCE 물가상승률은 4.1%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6월 PCE 지표는 이달 말 연준 회의가 끝난 뒤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PCE는 CPI 자료를 상당 부분 반영하기 때문에, 연준 경제학자들은 이번 CPI 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해 물가 흐름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결정 앞두고 신중론 강화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연준 이사는 이번 주 물가 지표가 이달 말 금리 결정에 중요한 변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제롬 파월의 뒤를 이은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다만 고착화된 물가 상승에 대해 연준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6월 CPI 지표는 연준이 곧바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낮췄다. 그러나 유가가 다시 오르고, AI 투자와 관세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연준은 당분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6월 물가 보고서는 미국 경제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제공했지만, 이란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 에너지 가격 반등이 이어지는 한 인플레이션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