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16일(목) 유학생 비자의 체류 기간을 4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확정하면서 캘리포니아주 대학들과 유학생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이번 조치는 올가을부터 시행되며, 박사과정이나 의과대학생 등 통상 4년보다 오래 체류해야 하는 유학생들의 앞날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이번 규정은 1978년부터 이어져 온 '체류기간(duration of status)' 정책을 종료하는 것이다. 기존 정책은 유학생이 학위 과정 기간만큼 미국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해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유학생 규제 정책의 최신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비자 신청자에 대한 소셜미디어 심사를 확대해 학생들에게 계정을 공개하도록 요구했고, 수십 개국 출신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여행금지 조치도 시행한 바 있다.

국제교육연구소(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가을 학기 신규 외국인 유학생 등록은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을 가장 많이 유치하는 지역으로, 2024~25학년도 기준 약 14만 명이 재학 중이다.

미국 비자
(트럼프 행정부 이민국 서비스, 학생비자 4년 상한 확정.자료화면)

DHS는 성명에서 이번 규정이 "국가 이민 시스템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조치"라며 기존 '체류기간' 정책을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라고 평가했다.

마크웨인 멀린(Markwayne Mullin) 국토안보부 장관은 "수십 년간 외국인 유학생들이 기한 없이 미국에 체류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수천 명이 출국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강좌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이민 시스템을 악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비자에 명확하고 유한한 기한을 설정함으로써 미국은 국경 내 개인들을 제대로 심사·검증·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되찾게 된다"며 "이번 최종 규정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본연의 목적, 즉 학업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데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체류기한 규정

이번 규정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과 교환방문자는 프로그램 기간과 무관하게 체류 기간이 4년으로 제한된다. 추가 체류가 필요한 학생은 미국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에 연장을 신청해야 하며, 생체정보 검증과 신원조회, 사기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이로써 체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이 대학 당국에서 연방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규정은 또한 출국 유예기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F-1 비자를 소지한 학생들은 졸업 후 출국 준비, 학교 전학, 신분 변경 등을 위한 유예기간이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단축됐다. F-1 비자는 외국인 유학생이 미국에 거주하며 전일제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비자 종류다. 이번 규정은 학생들이 전공이나 학업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것도 제한한다.

이번 변화는 교실 밖까지 영향을 미친다. 학위 취득 후 미국에서 1년간(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졸업생은 최대 3년)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실무연수(Optional Practical Training·OPT)' 프로그램도 대상이다. 이제 이 취업 기간도 4년 체류 상한에 포함된다. 허용된 체류 기간이 만료된 학생은 계속 근무하기 위해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규정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신청하는 경우 임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미 미국에 체류 중인 유학생들은 별도 절차 없이 새 제도로 자동 전환되며, 올가을 학기 중 규정 발효일로부터 4년이 체류 상한으로 적용된다.

◇ 대학가의 우려

캘리포니아 주요 대학들은 재학 중인 유학생들의 미래와 대학의 국제적 유대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UC) 시스템은 주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유학생(약 3만4500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일 캠퍼스 기준으로는 남가주대(USC)가 약 1만2000명으로 가장 많다. 캘리포니아주립대(Cal State) 시스템 전체로는 약 1만2000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내 외국인 유학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중국(약 35%)이며, 인도(약 21%)가 뒤를 잇는다.

UC 대변인은 이번 새 규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유학생들의 미국 내 학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조치"라고 밝혔다.

UC 대변인 레이철 잰츠(Rachel Zaentz)는 "기존의 '체류기간' 규정은 유학생과 학자들이 비이민 신분을 유지하는 한 학업을 마치고 연구·강의·훈련·근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과 혁신 경제를 뒷받침해 왔다"고 말했다.

160개국 이상 출신 유학생들이 재학 중인 캘스테이트(CSU) 시스템은 성명을 통해 지도부가 "새 규정이 미칠 영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CSU 대변인 제이슨 메이먼(Jason Maymon)은 "다른 모든 CSU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유학생들은 캠퍼스를 풍성하게 하는 다양성과 목소리, 관점을 더해주며 CSU를 활기차고 포용적인 배움과 성장의 공간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처리 지연 우려도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에 따르면 USCIS의 미처리 사건은 2025년 4분기 기준 1165만 건을 넘어섰으며, 평균 처리 기간은 1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 및 유학생 권익 단체들은 이 같은 적체 현상이 크게 악화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학생들이 학업 지속 여부에 대해 불확실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한 스탠퍼드대 학부생은 석사 학위를 위해 5년 차에 진학하려던 계획이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이 학생은 새 규정에 대한 비판이 자신의 이민 신분에 불이익을 줄 것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을 느낀다"며 "건강상의 이유로 휴학을 해야 했던 터라, 학부 과정을 마치기 위해 한 학기를 더 다닐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대변인은 비자 규정 변경과 관련한 지침을 금요일 학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탠퍼드대 대변인 앤지 데이비스(Angie Davis)는 "외국인 유학생과 학자들은 우리 강의실과 연구팀에 독특한 관점을 더해 학습 환경을 풍요롭게 하고, 세계 문제에 대한 보다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UC를 비롯한 다수의 주요 대학은 아직 2026~27학년도 외국인 유학생 입학 및 등록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교육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이민 정책으로 인해 향후 외국인 유학생 등록 규모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