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튜 주도 신규 투자 라운드 발표...5개월 만에 기업가치 540억달러 상승
데이터·인공지능(AI) 기업 데이터브릭스(Databricks)가 신규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1,880억달러(한화 약 270조)로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데이터브릭스는 16일 코튜(Coatue)가 주도하는 신규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회사는 정확한 조달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자금은 아직 입금되지 않았고 이번 라운드는 올여름 말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매체는 이번 투자 규모가 약 3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실제 자금 수령 전에 투자 라운드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가 확실한 상태이며, 워낙 많은 투자자가 참여를 원하고 있어 데이터브릭스가 새 기업가치를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1년 반 사이 기업가치 세 배로
데이터브릭스는 최근 1년 반 동안 공격적인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올해 2월 50억달러 규모의 시리즈 L 투자를 마무리하며 기업가치 1,340억달러를 인정받았다. 그보다 5개월 전인 2025년 9월에는 10억달러를 조달하며 1,0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또 2024년 12월에는 당시 기록적인 규모였던 100억달러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620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이번 1,880억달러 평가는 불과 5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540억달러 더 오른 것이다. 2024년 말과 비교하면 약 1년 반 만에 기업가치가 세 배 가까이 뛴 셈이다.
데이터브릭스가 워낙 많은 투자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투자업계에서는 다음 라운드가 알파벳을 다 쓰고 '시리즈 AA'가 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 기업에서 AI 기업으로 이미지 전환
데이터브릭스의 기업가치 급등은 단순한 투자 열풍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회사는 최근 자신을 과거의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정의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 설립된 데이터브릭스는 원래 빅데이터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면서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로 성장했다.
그러나 챗GPT 이후 기업들이 AI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데이터브릭스의 위치가 달라졌다. 이미 기업 고객의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고 있던 데이터브릭스는 보안과 거버넌스를 갖춘 기업용 AI 수요에 대응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
기업들은 단순한 AI 챗봇이 아니라, 기존 데이터와 내부 시스템을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는 AI를 원하고 있다. 데이터브릭스는 이 수요를 파고들며 AI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AI 에이전트용 제품 잇따라 출시
데이터브릭스는 최근 AI 관련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에이전트를 위해 설계된 데이터베이스 '레이크베이스(Lakebase)', AI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유니티(Unity)', 여러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메타 하네스 '옴니전트(Omnigent)'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기업이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여러 모델과 도구를 통제하며, 비용과 보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이터브릭스는 AI 연구소로 출발한 회사는 아니지만, 기업 데이터와 AI 모델 운영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AI 투자 열풍의 수혜를 받고 있다.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 활용도 주목
데이터브릭스는 2026년 AI 업계의 주요 흐름 중 하나인 저비용 오픈웨이트 모델 활용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underlying code와 모델 가중치가 공개돼 누구나 활용하고 수정할 수 있는 모델을 말한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앤스로픽(Anthropic)이나 오픈AI(OpenAI)의 독점 모델뿐 아니라, 더 저렴한 오픈웨이트 모델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브릭스는 특히 중국 기반 AI 기업 Z.ai의 GLM 5.2 모델을 코딩 작업에 적합한 모델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알리 고드시(Ali Ghodsi) 데이터브릭스 CEO는 최근 3,000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AI 비용을 관리하기 위해 내부 벤치마크를 실시한 결과를 공유했다.
데이터브릭스는 자사 프로그래머들이 실제 수행하는 작업을 기준으로 여러 AI 모델을 비교했다. 그 결과 오픈 모델, 특히 GLM 5.2가 가장 높은 난도의 코딩 작업도 처리할 수 있으며, 총비용은 앤스로픽과 오픈AI의 독점 모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델 선택만이 비용 결정 요소는 아니다"
데이터브릭스의 내부 분석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부분은 AI 모델 자체뿐 아니라, 모델을 둘러싸고 작동하는 '하네스'의 중요성이다.
하네스는 코덱스(Codex)나 클로드 코드(Claude Code)처럼 모델을 감싸고, 문맥과 지시사항을 관리하는 에이전트형 코딩 도구를 의미한다.
데이터브릭스는 어떤 하네스를 선택하느냐도 비용에 큰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픈소스 하네스인 파이(Pi)가 각 프롬프트 주변의 문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품질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비용을 낮추는 선택지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회사는 "교훈은 특정 하네스가 항상 더 저렴하다거나, 네이티브 하네스가 더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델 선택은 전체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AI 후광 효과로 몸값 급등
데이터브릭스의 최근 기업가치 상승은 AI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전환이 얼마나 큰 투자 프리미엄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회사는 AI 연구소로 출발하지 않았지만, 기업 데이터 인프라와 AI 운영을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평가받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AI 열풍이 워낙 강해지면서 최근에는 AI와 직접적인 관련이 크지 않은 기업들까지 투자 문서에서 AI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샌드위치 체인 저지 마이크스(Jersey Mike's)가 기업공개 서류에서 AI를 22차례 언급한 사례는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거론된다.
데이터브릭스는 이러한 AI 후광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 빅데이터 시대의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기업용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한 데이터브릭스는 1,880억달러 기업가치라는 평가를 받으며, AI 투자 경쟁의 중심에 다시 올라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