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Anthropic)이 저작권 침해로 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작가·출판사들에게 마침내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Reuters) 통신은 20일(월) 연방법원이 앤스로픽의 15억 달러 규모 집단소송 저작권 합의안에 대해 최종 승인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북부연방지방법원의 윌리엄 앨섭(William Alsup) 판사는 앤스로픽이 수백만 권의 저작권 보호 도서를 불법으로 다운로드해 저장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한 뒤, 지난해 이 합의안에 대해 예비 승인을 내린 바 있다. 앨섭 판사는 이후 퇴임했고, 이번 최종 승인은 아라셀리 마르티네스올긴(Araceli Martinez-Olguin) 판사가 20일 서명하며 이뤄졌다.
이번 합의에 따라 약 50만 건의 저작물에 대해 건당 3,000달러가 지급되며, 해당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 작가와 출판사들이 이를 나눠 받게 된다. 이 합의금은 미국 저작권법 역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졌지만, 정작 많은 작가와 창작자들은 이를 '승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핵심 법률 쟁점이 정리된 방식에 있다. 앨섭 판사는 저작권 보호 텍스트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행위 자체는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며 앤스로픽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이 판단은 AI 업계 전반에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이 판결이 앤스로픽이 애초에 책을 확보한 방식까지 정당화해준 것은 아니었다.
앤스로픽은 두 가지 경로로 학습용 도서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하나는 책을 구매해 스캔한 것(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이고, 다른 하나는 리브젠(Library Genesis)이나 파이럿 라이브러리 미러(Pirate Library Mirror) 같은 불법 복제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것이었다.
앨섭 판사는 후자의 방식 자체는 명백히 불법이라고 판단했고, 이 저작권 침해(해적판 다운로드) 쟁점은 정식 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은 재판까지 갈 경우 배심원단이 어떤 손해배상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곧 합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최종 승인으로 해당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이것이 업계 전반의 법적 쟁점을 해소한 것은 아니다. 앨섭 판사의 판단은 단일 지방법원의 판결에 불과하고, 앤스로픽이 합의를 선택함에 따라 이 사건이 항소심까지 올라가 구속력 있는 판례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른 판사들은 각자의 사건과 사실관계에 따라 독자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으며, 실제로 다른 곳에서는 그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구글(Google), 메타(Meta), 미드저니(Midjourney), 오픈AI(OpenAI) 등을 상대로 저작권 보호 저작물을 AI 모델 학습에 활용한 것이 합법인지를 다투는 소송들이 여전히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에는 아셰트(Hachette), 센게이지(Cengage), 엘스비어(Elsevier), 작가 스콧 터로(Scott Turow), S.C.R.I.B.E.를 포함한 출판사·작가 그룹이 구글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구글이 자사 AI 플랫폼 제미나이(Gemini)를 학습시키는 데 자신들의 저작권 보호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