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스·블랙스톤·블루아울·골럽 펀드 부실대출 비율 2021년 이후 최고...내부 감시대상도 증가

월가의 핵심 투자 분야로 떠올랐던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대형 운용사들은 여전히 포트폴리오가 양호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분기 보고서에서는 대출 부실과 투자수익 악화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모대출 업계 주요 운용사들의 최근 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 블랙스톤(Blackstone),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 골럽 캐피털(Golub Capital)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부실대출 비율이 최소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사모펀드
(사모대출. 자료화면)

이들 펀드는 공개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비즈니스개발회사(BDC) 형태여서 투자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공개자료를 보면 대형 운용사들의 낙관적 설명과 달리, 대출 건전성은 악화되고 투자자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무 문제 없는 것도 아니다"

골럽 캐피털의 공동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골럽(David Golub)은 시장 상황을 양극단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일부는 '하늘이 무너진다'고 하고, 다른 회사 동료 일부는 '그건 말도 안 된다,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한다"며 "둘 다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분명 신용 사이클 안에 있다. 특별히 나쁜 사이클은 아니지만 승자와 패자는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모대출은 투자자 자금을 모아 부채가 많은 기업에 높은 금리로 직접 대출하는 전략이다. 은행 대신 사모펀드와 비은행 금융기관이 기업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최근 몇 년간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월가의 인기 투자처로 부상했다.

그러나 고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 일부 차입기업의 부실, 그리고 AI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 가능성이 겹치면서 사모대출 시장의 위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블루아울 부실대출 비율 2.8%로 상승

블루아울은 최근 애널리스트들과의 분기 실적 통화에서 직접대출 전략의 신용 건전성이 여전히 강하다고 밝혔다. 마크 립슐츠(Marc Lipschultz) 공동 최고경영자는 "직접대출 전략 전반에서 신용 건전성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WSJ 분석에 따르면 블루아울 펀드의 부실대출 비율은 2분기 2.8%로 올라, 최소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레스, 블랙스톤, 골럽이 운용하는 다른 펀드에서도 부실대출 비율은 5년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기업 차입자들의 재무 부담이 커졌던 2023년 수준도 넘어선 것이다.

부실대출은 주로 의료 관련 기업과 고유가 영향을 받는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치과서비스 제공업체 어포더블 케어(Affordable Care), 플라스틱 필름 제조업체 로파렉스(Loparex) 같은 기업들이 언급됐다.

다음 위험은 소프트웨어 기업

운용사와 애널리스트들이 특히 우려하는 분야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많은 사모대출 펀드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은 전체 대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분야는 한때 안정적 현금흐름과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사모대출의 선호 업종이었다.

그러나 최근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빠르게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AI 기반 제품과 서비스에 밀릴 경우, 매출과 현금흐름이 약해지고 대출 상환 능력도 흔들릴 수 있다.

현재 부실대출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고점이나 2015년 유가 폭락 당시처럼 극심한 스트레스 국면보다는 낮다. 금리가 내려가고 경제활동이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손실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미국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상황에서도 부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이 둔화될 경우 손실은 더 빠르게 커질 수 있다.

내부 감시대상 대출도 증가

사모대출 펀드들은 대출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거나 상환 능력에 의문이 생기면 내부 감시대상 목록에 올린다. 운용사들은 자체 분석과 외부 컨설턴트 평가를 통해 차입기업이 기대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부채를 계속 갚을 수 있는지 등급을 매긴다.

WSJ 분석에 따르면 아레스, 골럽, KKR이 운용하는 사모대출 펀드들은 올해 들어 실적 악화 조짐을 보이는 차입기업 수가 늘었다고 보고했다. 이들 펀드의 감시대상 목록은 금리가 빠르게 오르던 2022~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감시대상 기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은 대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다.

블루아울은 이 점에서 예외적이다. 립슐츠 공동 최고경영자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블루아울의 가장 수익성 높은 차입자 중 하나라며, "1년 전과 비교해 감시대상 목록에 의미 있는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수익률도 낮아져

사모대출 운용사들이 추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미 펀드 성과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모대출 펀드는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꾸준히 제공하며 부유층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적으로 강한 펀드들도 7%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다.

KKR이 운용하는 한 부진한 펀드는 지난 6월까지 12개월 동안 6.55% 손실을 기록했다. 직전 기간의 9.17% 손실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수익률 악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사모대출 펀드의 주요 고객인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인수합병 거래가 둔화되면서 수익성 높은 신규 대출 기회가 줄었다. 차입기업의 실적 약화와 공모 부채시장 매도세도 일부 투자의 평가손실을 키웠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변동금리 대출에서 나오는 이자수익도 줄었다.

개인투자자 이탈 위험

운용사들은 이런 성과 변동이 사모대출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사모대출은 본질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사모대출 펀드에 들어온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이런 하강 사이클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수익률이 계속 낮거나 손실이 이어질 경우, 이들이 자금을 회수하려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개인투자자들은 사모대출 펀드에서 돈을 빼겠다고 요청했다. 일부 고위험 대출과 사기 의혹 관련 부실, AI로 타격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문제가 불안감을 키웠다.

투자자 이탈은 운용사들에게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자금 모집이 어려워지면 기존 기업대출 만기가 돌아올 때 이를 재융자할 자본 공급도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차입기업의 상환 부담은 더 커지고, 부실 위험도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주가 반등은 낙관론 반영

그럼에도 사모대출 운용사들의 주가는 최근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락 이후 소폭 반등하면서, 시장이 대형 운용사들의 낙관적 설명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블루아울, 블랙스톤, KKR 등은 사모대출 공포가 과장됐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펀드 성과가 시장 우려와 다르며, 포트폴리오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공개자료상 부실대출 증가와 감시대상 확대, 수익률 하락은 시장이 무시하기 어려운 신호다.

사모대출, 진짜 신용 사이클 진입

사모대출 시장은 아직 위기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부실률은 과거 극심한 스트레스 국면보다는 낮고, 미국 경제도 아직 전반적으로는 견조하다.

그러나 대형 운용사들의 공개자료는 업계가 이미 신용 사이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부실대출 비율은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내부 감시대상 기업도 늘고 있다. 펀드 수익률은 예전만 못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인내심도 시험받고 있다.

사모대출의 핵심 위험은 지금부터다. 경제가 계속 강하면 손실은 관리 가능한 수준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되거나 AI가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성을 흔들고, 고유가와 금리 부담이 차입기업을 압박하면 부실은 더 넓게 번질 수 있다.

대형 운용사들은 시장 우려가 과장됐다고 말하지만, 숫자는 더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모대출 시장의 낙관론 뒤에서 대출 건전성은 분명히 약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