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 당시 관제탑 인력 부족...당국, '조기 퇴근' 관행과 근무기록 부정 전반 조사

미 연방항공청(FAA)이 지난 3월 뉴욕 라과디아공항에서 에어캐나다 지역항공기가 소방차와 충돌하기 전, 관제사 2명이 근무시간을 채우지 않고 조기 퇴근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FAA는 이들 관제사 2명에 대한 해고 절차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인사들은 FAA가 해당 관제사들이 3월 22일 근무 종료 약 1시간 전에 자리를 떠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사고 당시 라과디아 관제탑에 남아 있던 관제사 2명은 높은 업무량을 처리하면서도 지원 인력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 캐나다 차량 충돌사고
(헤어 캐나다와 소방차 충돌사고. 자료화면)

이 사고로 조종사 2명이 숨졌고, 승무원과 승객, 지상 근무자 등 6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밝혔다.

평소 두 배 넘는 항공기 처리 중 사고

사고가 발생한 밤 라과디아공항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항공 교통량을 처리하고 있었다. 당시 공항은 뇌우와 운항 차질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사고 직전 유나이티드항공 승무원들은 두 차례 이륙을 중단한 뒤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이에 대응하던 관제사는 소방차에 활주로 횡단을 허가했다. 그런데 같은 활주로에는 에어캐나다 익스프레스 8646편도 착륙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결국 항공기와 소방차가 활주로에서 충돌했다.

NTSB는 아직 최종 원인을 발표하지 않았다. 항공 사고는 보통 여러 요인이 겹쳐 발생하며, 원인 규명에는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 NTSB 대변인은 3월 사고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얼리 쇼브' 관행, 근무기록 부정으로 간주

관제사들이 근무시간 전에 자리를 떠나는 관행은 업계에서 '얼리 쇼브(early shove)'로 불린다. 현직 및 전직 관제사들에 따르면 이는 항공관제 조직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관행이다.

일부 관리자들은 바쁜 근무를 마친 관제사가 공식 근무 종료 전 휴게실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는 대신, 일찍 퇴근하는 것을 사실상 허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관제사들 사이에서는 고강도 근무 뒤 주어지는 비공식 혜택처럼 여겨졌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FAA 관계자들은 이 관행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관제사가 휴식 중이더라도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근무 중인 시간에 자리를 떠난다면, 이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근무기록 부정 또는 시간표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FAA의 판단이다.

더피 교통장관 "사기 용납하지 않겠다"

숀 더피(Sean Duffy) 교통장관은 성명에서 대부분의 항공관제사는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일부의 근무 부정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다수 항공관제사는 훌륭한 애국자들"이라며 "그들은 출근해 전체 근무시간을 채우고, 다시 돌아와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소수의 개인들이 미국 납세자를 이용하고, 동료 관제사들에게 추가 업무를 떠넘기며, 공역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행동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사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AA는 올해 들어 근무기록 부정이나 휴가 정책 남용 의혹과 관련해 10명 이상의 관제사를 해고하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제사 부족 속 강경 대응

FAA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미국에는 완전 자격을 갖춘 항공관제사가 약 1만1,000명 있었고, 추가로 4,000명이 훈련 중이었다. FAA는 올해 지금까지 2,000명 넘는 관제사를 채용했으며, 이는 2026년 채용 목표의 94%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관제 인력 부족은 항공편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FAA는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채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관제사 훈련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 퇴근 관행은 남아 있는 관제사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심야 근무나 악천후, 비상상황처럼 업무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시간대에는 지원 인력 부재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NTSB의 제니퍼 호멘디(Jennifer Homendy) 위원장은 사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심야 근무 시간대 관제시설의 인력 수준은 오랫동안 우려 사항이었다며, 특히 업무량이 많을 때는 더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라과디아 사고와 관련해 당시 관제탑에 누가 있었고, 누가 지원 가능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노조 "대다수 관제사의 헌신도 봐야"

전국항공관제사협회(NATCA)는 근무기록 및 휴가 부정 의혹에 대해 FAA 지도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수천 명의 관제사들이 매일 어려운 인력 여건 속에서도 출근해 항공 안전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고 절차는 길어질 수 있으며, 실제로 일부 사건에서는 처벌이 가벼워지거나 뒤집힌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라과디아 관제사 2명의 경우도 최종 징계가 확정되기까지 절차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레이건공항 사건 이후 드러난 오래된 문제

'얼리 쇼브' 관행은 최근 몇 년 사이 더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21년 당시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이 이용하던 해병대 헬기와 관련한 심각한 근접 사고 이후, FAA는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공항 관제사들이 일찍 퇴근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 결과 남아 있던 관제사들이 원래보다 더 많은 업무를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FAA는 이후 레이건공항에서 해당 관행을 조사했고, 전직 FAA 관계자들에 따르면 관행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시 FAA는 관리자들이 조기 퇴근을 묵인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강한 징계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라과디아 사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FAA는 훨씬 더 강경한 대응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관제 인력난 속 '비공식 관행'이 안전 쟁점으로

라과디아공항 충돌 사고는 아직 최종 원인이 확정되지 않았다. NTSB도 관제탑 인력 부족이 사고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FAA가 사고 전 관제사 2명의 조기 퇴근을 확인하고 해고 절차에 나섰다는 점은, 항공관제 조직 내 오래된 비공식 관행이 안전 문제와 근무기록 부정 논란으로 본격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항공관제사는 미국 항공 안전의 핵심 인력이다. 그러나 인력 부족, 고강도 근무, 관리자 묵인 아래 이어진 조기 퇴근 관행이 겹치면, 비상상황에서 관제탑의 대응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관제사 2명의 징계 문제가 아니다. 미국 항공관제 시스템이 인력난 속에서도 공식 근무체계와 안전 기준을 얼마나 엄격히 유지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