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설정한 '오만 회랑' 통과 중 로켓 공격...트럼프 "해협 열려 있다" 주장에도 위험 지속

사우디 원유를 실은 유조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야간 통과하던 중 잇따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란의 해협 장악을 깨기 위해 설정한 항로를 이용하던 선박들이 공격을 받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일자 보도에 따르면 해상보안업체들은 사우디 원유를 운송하던 유조선 2척이 1일 자정 무렵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다 불과 몇 분 간격으로 로켓과 다른 탄약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상보안업체 밴가드(Vanguard)는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이 오만 해안 인근에서 로켓 3발을 맞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해상보안업체 마리스크스(Marisks)는 그보다 8분 앞서 사우디 선적 유조선도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이 확보하려던 남부 항로에서 공격

두 유조선은 모두 호르무즈 해협 남쪽 구간을 지나고 있었다. 이 항로는 미국이 이란의 해협 통제를 약화시키고 선박 통행을 회복시키기 위해 설정한 이른바 '오만 회랑'이다.

러시아산 원유 운송하는 유조선
(유조선-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없음. 자료화면)

마리스크스는 이번 두 건의 거의 동시다발적 공격이 오만 회랑 내 위협 환경이 더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이 항로가 상대적으로 보호되거나 위험이 낮은 통로라는 가정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해협 일부를 안전 통로로 만들려 해도, 이란 또는 이란과 연계된 세력이 해당 항로를 계속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각각 사우디 원유 200만 배럴 적재

공격을 받은 선박은 라이베리아 선적 세네갈 프로스퍼리티(Senegal Prosperity)와 사우디 선적 시드르(Sidr)다.

상품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두 선박은 며칠 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Ras Tanura) 인근 주아이마(Juaymah) 항구에서 각각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었다.

세네갈 프로스퍼리티는 한국 해운사 시노코르 마리타임(Sinokor Maritime)의 계열사가 관리하는 선박으로 알려졌다. 시드르는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Bahri)가 소유·운영하는 선박이라고 회사 웹사이트는 밝히고 있다.

시노코르와 바흐리는 WSJ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공격 주체는 미확인...이란은 해협 압박 계속

이번 공격의 책임을 주장한 세력은 아직 없다.

다만 WSJ는 이란이 전쟁 시작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선박을 정기적으로 공격해왔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수출의 핵심 통로이며, 이란은 전쟁 이후 이 통로의 흐름을 크게 제한해왔다.

이란은 지난 6월 중순 미국과 해협 재개방을 위한 예비 합의에 서명했지만, 불과 몇 주 뒤 미국이 설정한 항로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여전히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해협 기뢰 제거와 선박 호송에 나서고 있지만, 이란 측의 선박 공격이 계속되면서 국제 해운사들의 위험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미군 라락섬 타격 직후 발생

이번 유조선 공격은 미군이 전날 이란의 라락섬(Larak Island) 발사대를 타격한 직후 발생했다.

미국은 당시 이란 발사대들이 해상 지뢰를 탑재한 로켓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발사하려 준비 중이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를 상업 선박과 국제 해운 항로에 대한 임박한 위협으로 보고 선제 타격했다.

미국은 지난주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과 다른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더 많은 선박이 이란의 해협 압박을 뚫고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 유조선 2척 공격은 기뢰 제거 이후에도 해협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미국 "하루 여러 척 호송"...독립 확인은 어려워

미국은 현재 하루 여러 척의 선박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통과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선박들은 보통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야간에 자동식별장치, 즉 트랜스폰더를 끈 채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기자들에게 미국이 매일 밤 평균 30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돕고 있으며, 해협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원유가 나오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유가가 당초 예상만큼 치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독립적인 선박 추적 기관들은 미국의 이 같은 주장을 일반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선박들이 추적 장치를 끄고 이동하는 데다, 해협 통행 상황이 군사 작전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8월에도 선박 공격 잇따라

이란의 선박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주 쿠웨이트 유조선도 공격했다. 8월 한 달 동안 공격을 받은 선박은 12척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사우디 원유를 실은 유조선 2척이 동시에 가까운 시간대에 공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 사우디 원유 수송선 공격은 걸프 지역 에너지 안보와 미국의 해상 통제 전략 모두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브렌트유 92달러 돌파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1일 2% 넘게 올라 배럴당 92달러를 넘어섰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원유 수송선이 반복적으로 공격받으면, 시장은 실제 공급 차질 가능성과 보험료·운송비 상승을 함께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운송의 핵심 병목 지점이다. 따라서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지 않더라도, 선박들이 통과를 꺼리거나 호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에너지 시장에는 계속 부담이 된다.

결론: 미국 통제 시도에도 호르무즈 위험은 여전

이번 유조선 2척 피격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힘겨루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기뢰 제거와 야간 호송, 오만 회랑 설정을 통해 국제 해운 항로를 다시 열려 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선박 공격과 지뢰 위협을 통해 해협 통제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격은 미국이 비교적 안전한 통로로 만들려던 남부 항로에서 발생했다. 이는 미국의 해상 통제 시도가 효과를 내고 있더라도, 이란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고 원유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우디 원유를 실은 대형 유조선 2척이 불과 몇 분 간격으로 공격받은 사실은 해협 통행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관건은 미국이 선박 호송과 이란 발사대 타격을 얼마나 확대할지, 그리고 이란이 사우디·쿠웨이트 등 걸프 산유국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지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 싸움은 이제 군사 충돌뿐 아니라 글로벌 유가와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