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보잉·에어버스 기종으로 운항 지속...미 재무부, 항공기 조달 중개업체와 이란 항공사 27곳 추가 제재

미국의 장기 제재를 받아온 이란 마한항공(Mahan Air)이 미·이란 전쟁 와중에도 국제 노선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마한항공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무기, 인력, 장비 이동에 활용돼왔다고 보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 항공사를 사실상 지상에 묶어두기 위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한항공은 민간 항공사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미국과 일부 서방 정부는 이 항공사가 이란 정권과 혁명수비대의 핵심 운송 통로로 기능해왔다고 보고 있다. 미 재무부도 마한항공이 혁명수비대 쿠드스군(IRGC-QF)에 재정적·물질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2011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마한항공 지원망 추가 제재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8일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Operation Economic Outcast)'의 일환으로 이란 항공 부문을 지원한 36개 대상을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란 항공 부문이 무기, 인력, 불법 화물을 이동시키는 데 사용돼왔다고 설명했다.

마한 항공
(마한 항공. AP)

이번 조치에는 마한항공이 올여름 최소 3대의 중고 보잉 777 항공기를 확보하는 데 관여한 중개업체들도 포함됐다. 재무부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들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을 거쳐 마한항공으로 넘어갔으며, UAE 소재 ECT Aviation Support LLC와 튀르키예 소재 Sky Phoenix가 중개 역할을 했다.

재무부는 또 마한항공의 국제 운항을 지원한 화물 서비스 업체와 총판매대리점도 제재했다. 튀르키예의 S Sistem과 Mes Cargo, 말레이시아의 Icargo, 카자흐스탄의 Tour Invest 등이 마한항공을 위해 화물 조정이나 판매대리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S Sistem은 드론 부품과 산업 장비 등 이란행 화물을 조정한 것으로 지목됐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이란 정권에 금융 생명줄을 제공하는 기업들에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마한항공을 계속 지원하는 기업들을 제재했다며, 이란의 남은 항공사들과 거래하는 이들도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차단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항공사 27곳도 제재 대상

이번 제재는 마한항공 지원망에만 그치지 않았다. 재무부는 이란 항공 부문 전체에 대한 압박을 넓히며 이란 항공사 27곳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는 이 조치가 2026년 8월 24일 내려진 이란 항공 부문 관련 결정에 따른 첫 항공사 지정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동시에 이란 관련 항공 허가 3건도 중단했다. 여기에는 이란 상공 통과료 지급을 허용하던 조치와, 비미국 항공사가 미국산 또는 미국 통제 대상 상업용 항공기를 이란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허용하던 조치가 포함됐다. 다만 항공 안전과 관련된 요청은 사안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이란의 해상 원유 수송망을 봉쇄하는 것과 동시에 항공망까지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압박은 원유, 금융, 해운뿐 아니라 항공 부문까지 확대되는 흐름이다.

제재 속에서도 하노이·호찌민·푸껫 노선 추가

그러나 마한항공은 제재에도 운항을 멈추지 않고 있다.

WSJ에 따르면 마한항공은 8월 30일 하노이와 호찌민 노선을 시작했다. 이는 이란과 베트남 당국이 여행과 무역 확대를 위해 합의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7월에는 태국 관광지 푸껫으로 가는 주 1회 노선도 개설했다.

마한항공은 현재 정기 운항 목적지 20곳을 표시하고 있다. 테헤란에서 모스크바로는 주 5회, 이스탄불·무스카트·광저우로는 매일 운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저우는 중국 남부의 주요 무역 거점이다.

이는 마한항공이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와 중동, 러시아를 중심으로 운항망을 유지·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방과의 직접 연결은 제한됐지만, 비서방권 노선과 교역망을 활용해 생존 공간을 넓히는 방식이다.

노후 항공기로 버티는 운항 구조

마한항공의 항공기는 대부분 노후 중고 기종으로 구성돼 있다. WSJ는 마한항공이 약 3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보잉과 에어버스 중고 기체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일부 항공기는 운항 기간이 35년에 달한다.

승객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후기에 따르면 기내 엔터테인먼트나 주류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항공권은 국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대신 현금으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마한항공은 이란 내외의 제한된 항공 수요와 정권 관련 운송 수요를 바탕으로 계속 운항하고 있다. 미국 제재가 항공기 조달과 정비, 결제, 보험, 공항 서비스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항공사를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못한 셈이다.

혁명수비대·지역 민병대 연결 의혹

마한항공은 이란 정권과 지역 무장세력 관련 사건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해왔다.

WSJ에 따르면 올해 여름 예멘의 사우디 지원 정부는 사나 국제공항 활주로를 타격했다. 이는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최고지도자 장례식에 참석했던 후티 관계자들을 태운 마한항공 여객기의 착륙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보도됐다. 이 사건은 장기간 휴전 상태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지원 후티 반군 사이의 새로운 충돌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마한항공 여객기가 베이루트에 도착한 뒤 레바논 당국이 승객들을 수색했다. 사우디 뉴스채널이 해당 항공기가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자금을 운반하는 데 사용됐다고 보도한 이후였다. 이란은 해당 항공편이 헤즈볼라 자금 지원에 사용됐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미 재무부도 마한항공이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인력을 시리아 내전 기간 시리아로 수송하고, 정상 보안 절차를 우회해 이라크로 이동시키는 데 활용됐다고 주장해왔다. 재무부는 또 마한항공이 헤즈볼라를 대신해 무기를 운송했고, 베네수엘라로의 무기 전달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제재는 비용을 높이지만, 운항 중단은 별개"

전문가들은 제재가 마한항공을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못했지만, 이란이 항공사를 계속 운영하는 비용을 높이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이란 프로그램 선임국장 베흐남 벤 탈레블루(Behnam Ben Taleblu)는 WSJ에 "마한항공이 계속 무기 운송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란 정권은 항공사를 계속 운영할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재가 마한항공을 지상에 묶어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 항공사를 계속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항공 제재도 바로 이 지점을 노리고 있다. 마한항공 자체뿐 아니라 항공기 조달업체, 정비·부품 중개업체, 총판매대리점, 화물 서비스 업체, 금융기관까지 압박해 운항 비용과 위험을 높이려는 것이다.

재무부는 과거 항공업계에 이란이 미국산 항공기와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제3국 위장회사와 경유업체를 이용한다고 경고했다. OFAC는 미국산 항공기 부품 조달, 정비, 지상조업, 급유, 화물 예약, 발권 대행, 금융서비스 등이 제재 대상 항공사를 위해 제공될 경우 제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창립 배경과 정권 영향력

마한항공은 1991년 이란 정치인 호세인 마라시(Hossein Marashi)가 창립했다. 항공사 이름은 그의 고향인 케르만주 동부의 마한이라는 도시에서 따왔다.

당시 이란은 이라크와의 전쟁 이후 경제를 재건하고 개방하려던 시기였다. 마한항공은 이후 국제 노선을 빠르게 늘렸고, 지금까지 1억 명 이상을 운송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2005년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란 정권은 서방에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고 지역 내 무장 동맹 지원도 확대했다. WSJ는 이 과정에서 마한항공이 혁명수비대와 해외 작전 조직인 쿠드스군의 영향 아래 들어갔다고 전했다.

마라시는 2022년 WSJ 인터뷰에서 회사를 떠난 뒤, 군이나 혁명수비대가 이란 기업에 요청하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가를 지불하면 운송할 것이며, 애국적 의무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럽·사우디도 운항 제한

마한항공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제재와 운항 제한을 받아왔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마한항공이 러시아에 드론을 보냈다는 의혹을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이로 인해 27개 회원국으로의 운항이 사실상 중단됐다. 사우디아라비아도 2016년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뒤 마한항공을 금지했으며, 이후 양국 관계가 일부 회복됐음에도 운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앞서 마한항공의 시리아 관련 군사장비·인력 운송 의혹을 이유로 착륙권을 제한한 바 있다. 미 재무부의 2019년 항공 제재 권고문에 따르면 독일은 마한항공이 시리아 군사분쟁을 지원하고 전쟁 지역 억압에 기여한다고 보고 착륙권을 거부했고, 프랑스도 같은 해 유사한 이유로 운항을 제한했다.

이란 압박전의 다음 전선은 하늘길

마한항공 사례는 미국의 대이란 압박전이 해상과 금융을 넘어 항공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 항공사가 민간 항공사 외형을 갖췄지만 혁명수비대의 인력·무기·장비 이동에 활용돼왔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마한항공은 노후 항공기와 제3국 중개망, 비서방권 노선을 활용해 생존하고 있다. 하노이, 호찌민, 푸껫 등 새 노선 개설은 제재 속에서도 이란 항공망이 완전히 고립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한항공을 직접 겨냥하는 동시에, 이를 지원하는 항공기 조달업체와 화물·판매대리점, 다른 이란 항공사들까지 제재하며 압박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는 해상 봉쇄와 같은 논리다. 핵심 운송망을 차단해 정권의 외화 확보와 군사 활동, 지역 동맹 지원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마한항공이 보여주듯 제재는 곧바로 운항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란은 더 비싸고 복잡한 경로를 통해 항공기와 부품, 노선망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관건은 미국이 제3국 중개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 그리고 비서방권 국가들이 마한항공과의 거래 위험을 어떻게 판단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