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보복관세 시행 직전 압박 수위 높여...미국 내 공급망·캔자스 일자리 타격 우려도 확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전용기 제조업체 봄바디어(Bombardier)에 대해 미국시장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경고했다.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시행하는 시점에 맞춰 나온 발언으로, 미·캐나다 무역 갈등이 관세를 넘어 특정 기업의 미국 내 판매 제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에서 더 이상 봄바디어 판매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봄바디어가 미국시장을 원한다면 "여기서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을 "돼지저금통"처럼 취급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전용기 제조업체 봄바디어(Bombardier)
(캐나다 전용기 제조업체 봄바디어(Bombardier). 위키)

봄바디어는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로, 현재는 주로 비즈니스 제트기와 전용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걸프스트림(Gulfstream)과 경쟁하는 대표적인 고급 비즈니스 제트 제조사다.

관세 아닌 '판매 금지' 카드

이번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관세를 올리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봄바디어 항공기의 미국 내 판매 자체를 막을 수 있다고 시사했기 때문이다.

Axios는 이번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무역 무기"로 해석하며, 관세보다 더 직접적인 수단인 수입·판매 제한 가능성을 지적했다. 같은 보도는 일부 무역법상 대통령이 특정 조건에서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관세전쟁보다 기업과 공급망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관세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지만, 시장 접근 제한은 제품 자체의 판매와 인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법적 절차와 행정 수단으로 봄바디어 항공기 판매를 막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Reuters는 백악관이 봄바디어 항공기의 미국 내 인도 금지 방식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봄바디어 항공기는 이미 미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받은 상태이며,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도 부합한다고 Reuters는 보도했다.

캐나다 보복관세와 맞물린 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봄바디어 압박은 미·캐나다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AP통신은 캐나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캐나다 관세에 대응해 약 2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MarketWatch도 트럼프 대통령의 봄바디어 경고가 캐나다의 새 보복관세 시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캐나다산 항공기를 겨냥한 압박을 한 바 있다. Reuters에 따르면 그는 지난 1월 캐나다 당국이 미국 걸프스트림 항공기 일부를 인증하지 않고 있다며, 봄바디어 글로벌 익스프레스 비즈니스 제트기의 인증 취소와 캐나다산 항공기 50% 관세를 위협했다. 당시 조치는 실제로 시행되지 않았고, 캐나다는 이후 걸프스트림 항공기 일부를 인증했다.

이번 발언은 그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 기업과 은행, 걸프스트림의 캐나다 사업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며, 봄바디어에 대한 미국시장 접근 제한을 압박 카드로 꺼낸 것이다.

봄바디어 "미국 항공산업에 큰 기여"

봄바디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직접 맞서기보다, 미국 내 고용과 공급망 기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봄바디어는 성명에서 미국 항공우주산업이 무역과 수출에서 "명백한 승자"라고 밝혔다. 회사는 미국 전역에서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으며, 약 2,800개의 미국 기업으로 구성된 공급망이 47개 주에 걸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봄바디어는 미국 공급업체에 매년 25억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봄바디어 항공기에는 미국산 엔진, 항공전자장비, 주요 시스템이 들어가며, 대표 기종의 날개는 텍사스 레드오크 시설에서, 핵심 비행제어 부품은 로스앤젤레스 인근 시설에서 생산된다.

Reuters도 봄바디어가 미국 내 3,5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미국 내 공장과 서비스센터, 2,800개 공급업체와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회사는 텍사스에서 글로벌 8000 기종의 날개를 생산하고 있으며, 여섯 번째 미국 서비스센터도 추가하고 있다.

캔자스 공화당 의원들도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내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불렀다. 특히 봄바디어 사업장이 있는 캔자스주에서 우려가 나왔다.

Reuters에 따르면 봄바디어는 미국 내 3,500개 일자리 가운데 40% 이상을 캔자스주 위치타에 두고 있다. 로저 마셜(Roger Marshall) 캔자스주 상원의원은 봄바디어 관련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고, 제리 모런(Jerry Moran) 상원의원도 트럼프 행정부에 봄바디어의 캔자스 경제 기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AP통신도 모런 의원이 봄바디어가 캔자스에서 1,0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대목은 봄바디어 압박이 단순히 캐나다 기업에 대한 조치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봄바디어의 미국 내 공급망과 고용이 크기 때문에, 판매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노동자와 협력업체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항공산업은 북미 공급망으로 연결

항공산업은 자동차처럼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공급망이 깊게 얽혀 있는 분야다.

Reuters는 미국 항공우주·방산 부문이 2025년 1,092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수출도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전했다. 항공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전쟁 속에서도 비교적 큰 타격을 받지 않았던 분야로 평가돼왔다.

하지만 봄바디어 판매 제한 위협은 이 분야까지 무역 갈등에 끌어들이는 조치다. 봄바디어 항공기는 캐나다 브랜드지만 미국산 엔진, 항공전자장비, 부품, 정비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캐나다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미국 항공 부품업체와 서비스업체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도 불확실성 반영

금융시장도 이번 발언에 반응했다.

Reuters에 따르면 봄바디어 주가는 8일 장 초반 6.4% 하락한 뒤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여전히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미국시장이 봄바디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향후 고객 인도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항공 전문 변호사들은 실제 판매 금지가 어떻게 집행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Reuters는 인터뷰한 항공 변호사 3명이 FAA 승인을 받은 봄바디어 전용기의 미국 고객 인도를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즉각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즉 현재 단계에서는 법적·행정적 실행 방안이 구체화된 정책이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압박과 협상용 경고에 가까운 성격이 강하다.

결론: 미·캐나다 무역전쟁, '시장 접근' 싸움으로 확대

트럼프 대통령의 봄바디어 경고는 미·캐나다 무역전쟁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핵심 수단이 관세였다면, 이번에는 특정 외국 기업의 미국시장 접근 자체를 제한하겠다는 압박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봄바디어가 미국에서 팔고 싶다면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그의 무역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봄바디어는 이미 미국 내 공장, 서비스센터, 방산 부문, 2,800개 공급업체, 수천 명의 직원과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판매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캐나다 기업뿐 아니라 미국 내 항공산업과 캔자스 지역 일자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실제 행정조치로 이어질지다. 시행된다면 이는 관세보다 더 강력한 무역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법적·산업적 반발 속에 실행되지 않는다면, 캐나다와의 협상에서 압박용 카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이 더 이상 철강, 자동차, 농산물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 항공산업처럼 깊게 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무역전쟁의 전선에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