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캘리포니아 통근철도 메트로링크(Metrolink)의 전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노후 장비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가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 Times)가 15일(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필리피(Donald Filippi)는 지난 15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에 낸 소장에서, 자신이 대런 케틀(Darren Kettle) 최고경영자(CEO)에게 "안전하지 않은 철도 장비와 자재 부족" 문제를 주 및 연방 기준 위반이라며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한 뒤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객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지시들을 거부했으며, 케틀 CEO가 이런 위험을 축소하거나 아예 무시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필리피는 메트로링크에서 근무하기 전 유니언퍼시픽철도(Union Pacific Railroad), 캘리포니아공공시설위원회(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 샌디에이고 노스카운티 교통국(North County Transit District)을 거친 베테랑 교통 분야 임원으로, 2018년 메트로링크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6월 사전 경고 없이 해고됐으며 당시 "회사가 다른 방향으로 가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그는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일반 손해배상과 복직, 밀린 임금 지급, 배심원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필리피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가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 대해 누구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며 "누군가 다치거나, 더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잇단 충돌·정차 사고, 노후 장비 부실 정비 탓 주장
소장에 따르면 필리피는 메트로링크가 노후한 열차 차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여러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유니언역 인근에서 메트로링크 열차 두 대가 충돌해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소장은 이 사고가 공기밸브 오작동 때문이었으며 케틀 CEO가 유니언역에서의 열차 지연을 우려해 사고 이후 수리 승인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올봄에는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메트로링크 열차가 연료 매니폴드 고장으로 터널 안에서 멈춰 섰고, 승객들은 다른 열차가 견인해 안전하게 빠져나올 때까지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고 소장은 밝혔다. 소장은 "고장 난 열차에는 조명과 냉방이 작동하지 않았고 창문도 열 수 없어 승객들이 약 한 시간 동안 극심한 더위 속에서 환기 없이 방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정확한 장소는 소장에 명시되지 않았다.
몇 달 뒤인 지난 7월에는 애너하임힐스(Anaheim Hills) 인근 터널에서 또 다른 열차가 전력을 잃고 멈춰서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고, 여러 승객이 열사병 증세로 치료를 받았다고 소장은 전했다.
필리피는 메트로링크가 고장 난 장비를 새 부품이 아니라 다른 열차에서 떼어낸 중고 부품으로 교체하는 관행을 상습적으로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안전 위험이 커지고 부품을 떼어낸 열차는 운행 불가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고장 난 부품을 새 부품으로 교체하고 "고장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하며, 이런 방식이 표준 관행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메트로링크가 적절한 정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메트로링크가 보유한 기관차 61대 가운데 15대는 2000년대 초 운행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개조(refurbish)되지 않았으며, 이는 제조사가 권고하는 15~30년 주기의 개조 시기를 수십 년 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피는 LA타임스가 검토한 기록에 따르면 봄철 사고 이전 경영진 앞에서 발표를 통해 이런 우려를 제기했고, 사고 이후에도 이메일로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해졌다.
예산 삭감·산사태 구간 운행 재개 두고도 갈등
소장에 따르면 필리피와 케틀 CEO 사이의 갈등은 운영과 예산을 둘러싼 이견으로 계속 커졌다. 일례로 2024년 1월, 산클레멘테(San Clemente) 구간에서 산사태로 선로에 영향이 생긴 뒤 캘리포니아공공시설위원회가 특정 조치 없이는 해당 구간 운행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음에도, 케틀 CEO가 필리피에게 운행 재개를 지시했다고 필리피는 주장했다. 필리피는 "공공시설위원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구간에서 열차를 운행하는 것은 탈선과 인명 피해 위험을 안는 것"이라며 운행 승인을 거부했고, 이에 "케틀은 분명한 불쾌감과 좌절감을 드러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필리피는 또 케틀 CEO와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메트로링크 예산에서 약 300만 달러를 삭감하면서 정비를 담당하는 계약업체 관련 자금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항의했지만, 이후 케틀과 CFO로부터 계약 관리 부실의 책임을 뒤집어썼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회사 측 "소송 관련 언급 안 해"…이전 청구도 기각돼
메트로링크 측은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피는 이전에도 메트로링크 운영기관인 남캘리포니아지역철도청(Southern California Regional Rail Authority)을 상대로 보복 행위를 주장하는 청구를 제기한 바 있으나, 해당 기관의 청구 심사 담당자는 이 청구가 선의나 합당한 근거 없이 제기됐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메트로링크는 로스앤젤레스, 오렌지 등 남캘리포니아 6개 카운티에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며 운영 예산은 3억5000만 달러가 넘는다. 평일 기준 하루 평균 승차 인원은 2만3000명을 넘고, 주말 평균 이용객은 약 23만5000명에 달한다고 기록은 전했다. 메트로링크는 올해 초 예산 부족과 기계적 결함, 부품 공급 제약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축소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