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차츠워스(Chatsworth)에서 발생한 메트로버스 충돌 참사의 운전자 베일리 린 리오스(Bailee Lynn Rios)가 수차례 마약 관련 혐의로 체포됐음에도 실제 수감된 적은 거의 없었다고 법원 기록과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고는 지난 화요일 오후 데소토가(De Soto Avenue)와 노드호프가(Nordhoff Street)가 만나는 번화한 교차로에서 일어났다. 메트로 166번 버스가 교차로에 진입하던 중 반대편 차량들이 정차해 있던 사이, 2004년식 포드 익스페디션(Ford Expedition)이 역주행으로 고속 질주하며 버스 중앙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승객 한 명이 도로 위로 튕겨 나갔고, SUV 앞부분은 버스 차체에 그대로 박혔다. 사고 당시 영상에는 운전자가 충돌 직전 제동을 건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충돌로 버스 승객 두 명이 숨지고 여섯 명이 다쳤다. 사고를 취재하던 방송사 헬기까지 얽히며 사태는 더 커졌다. 충돌 약 두 시간 뒤, 현장을 취재하던 NBC4 방송국 헬기가 인근 상공에서 갑자기 추락해 화염에 휩싸였고, 탑승했던 기자와 조종사, 그리고 지상에 있던 행인까지 목숨을 잃었다.

LA 메트로 버스
(LA 메트로 버스- 해당 사고와 무관. 레벳 r/LAMetro )

리오스는 지난 목요일 위험운전, 음주·약물운전(DUI), 그리고 46세 대니얼 카스티요(Daniel Castillo)와 버스에서 튕겨 나가 숨진 31세 게이지 웨이다(Gage Weida)에 대한 2급 살인 등 두 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헬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기소되지 않았다.

오랜 약물 중독…실형 없이 보호관찰과 치료 프로그램 반복

벤투라 카운티 고등법원 기록에 따르면 리오스는 여러 차례 체포됐지만 단 한 번도 실형을 선고받지 않았다. 대신 최소 세 차례에 걸쳐 보호관찰과 약물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다이버전(diversion, 형사처벌 대신 치료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제도) 처분이 2014년 통과된 '주민발의안 47호(Proposition 47)' 시행 이후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마약 단순소지 혐의를 중범죄에서 경범죄로 재분류했으며, 지지자들은 중독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치료 기회를 주고 주 교도소 과밀을 줄이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시미밸리(Simi Valley) 지역 당국에 따르면 리오스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주로 마약 관련 혐의로 열두 차례 넘게 지역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벤투라 카운티 법원 기록을 보면 이 중 대다수는 실제 형사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2016년 리오스는 처방전 없는 자낙스(Xanax) 소지와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소지 혐의로 기소됐다. 두 혐의 모두 경범죄였다. 자낙스 소지 혐의는 기각됐고, 메스암페타민 소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보호관찰과 무작위 약물검사, 약물치료 프로그램 명령을 받았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는 보호관찰 조건 위반 혐의를 받았지만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 치료 프로그램에 재등록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2018년에도 보호관찰을 위반해 또 치료 프로그램 명령이 내려졌다. 2019년에는 세 번째 보호관찰 위반으로 '조건부 취소 가능 석방(conditional revocable release)' 처분을 받았는데, 이는 이후 문제를 일으키면 실제 수감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2022년에는 약물 영향 하 운전, 헤로인 및 불안·공황장애 치료제로 흔히 처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 알프라졸람(Alprazolam) 소지, 주사기 소지 등 경범죄 혐의로 다시 법정에 섰다. 당시 면허정지·취소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경범죄 이하 수준의 위반)로도 함께 기소됐는데, 면허정지 사유는 사고 때문이었다는 기록만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법원은 그에게 4개월간 다이버전 처분을 내리며 나르코틱스 어나니머스(Narcotics Anonymous)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고, 리오스는 이를 성공적으로 마쳐 마약 관련 혐의는 기각됐다. 다만 면허정지 상태 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불항쟁 답변(no contest)을 했다.

지인 "한 달 전만 해도 단약 1년 반째…이번엔 정말 해낼 줄 알았다"

리오스의 친구 러니스 워드(Lanise Ward)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약 한 달 전 함께 점심을 먹었을 때 리오스가 약물을 끊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당시 나르코틱스 어나니머스 모임에 꾸준히 참석했고, 10대 시절 약물을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단약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엔 정말 해낼 줄 알았어요. 이미 1년 반이나 깨끗한 상태였거든요." 워드는 이렇게 말했다.

워드에 따르면 리오스는 14세 때부터 약물을 시작했고 헤로인 중독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차례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최근까지 장기적으로 끊지는 못했다고 한다. 워드는 만약 리오스가 재발했다면 깊은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다시 약에 취한 자신에게 실망했을 거예요. 그러다 모든 걸 끝내려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리오스의 어머니 신디 리오스(Cindy Rios)는 지난 목요일 LA타임스의 전화 인터뷰 요청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이번 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내 딸이 연루돼 사고 원인이 됐다는 사실이 너무나 참담하다. 내 딸은 살아있는데,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검찰 "예방 가능했던 참사"…묵시적 살의 입증 주력

검찰은 사고의 심각성이 살인 혐의 적용을 정당화한다는 입장이다. 네이선 호크먼(Nathan Hochman) 지방검사장은 "이 사건에서 특히 비극적인 것은 이것이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참사라는 점"이라며 "리오스는 약물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을 필요도, 역주행할 필요도, 빨간불을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메트로버스를 들이받을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법 집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사고 교차로 주변에 설치된 여러 대의 보안카메라 영상을 확보해 리오스의 행위가 '묵시적 살의(implied malice)'를 동반한 살인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국은 또한 SUV의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를 분석해 충돌 직전 몇 초간의 속도, 제동, 가속 상황을 확인 중이다.

리오스는 아직 답변(plea)을 하지 않았으며 취재진과 접촉이 닿지 않았다.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고 호크먼 검사장은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검찰은 살인 혐의를 살해 의도 또는 인간 생명에 대한 '의식적 무시(conscious disregard)', 즉 묵시적 살의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 전직 오렌지카운티 살인사건 검사 맷 머피(Matt Murphy)는 "인간 생명에 명백하고 본질적으로 위험한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행동한다면, 배심원단은 당신이 무모하고 악의적인 마음으로 행동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오스에게는 통상 음주운전 유죄 판결 후 판사가 내리는 경고인 '왓슨 경고(Watson advisement)' 이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LA 카운티 검찰은 교통단속이나 다른 사건 당시 경찰관 등이 내린 경고를 근거로 피고인이 생명 경시 태도를 보였음을 입증해온 전례가 있다. 실제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리베카 그로스먼(Rebecca Grossman) 뺑소니 재판에서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CHP) 소속 경관이 과거 그를 과속으로 단속하며 제한속도 초과 운전이 치명적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그로스먼이 술과 신경안정제 발륨(Valium)에 취한 채 메르세데스 차량을 몰고 주거지역을 과속 질주하며 전 남자친구인 전직 다저스 선수를 쫓다가 횡단보도에 있던 어린 소년 두 명을 치어 숨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글렌 조나스(Glen Jonas)는 검찰이 2급 살인을 입증하는 데 왓슨 경고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것이 있다면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 경고 기록이 없는 경우 검찰은 피고인이 자신의 불법 행위가 인간 생명에 본질적으로 위험하다는 경고를 사전에 받았음을 입증하기 위해 과거 보고서와 바디캠 영상을 샅샅이 뒤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