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10조5천500억원에 낙찰받으면서 입찰에 참여한 삼성전자[005930]가 과연 얼마를 써냈을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증권가를 중심으로 시중에는 삼성전자가 4조∼5조원을 써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4조5천억원 안팎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번 입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이 생각보다는 '소박한' 가격을 써냈다고 한다"며 "현대차그룹과의 갭(격차)이 꽤 컸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리저너블(합리적인)한 가격을 써낸 걸로 안다. 무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오후 입찰 참여 사실을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고 사내이사만 참석하는 경영위원회를 열어 입찰 참여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영위원회에서도 정확한 입찰 금액은 정해지지 않고 입찰 금액 범위만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위원회에는 삼성전자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이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위원회에서도 베팅의 레인지(범위) 정도만 정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현대차그룹만큼 부지 확보의 절박함이 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삼성이 핵심 3개 계열사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차그룹과 달리 삼성생명[032830], 삼성물산[000830] 등 다른 계열사와 힘을 합하지 않고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응찰한 점에 비춰 현대차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삼성 내부적으로는 서초사옥에서 한전 부지로 연결되는 ICT(정보통신기술) 허브 구상 등이 오래전부터 검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입찰 참여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도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참여가 결과적으로 땅값만 천문학적 규모로 높인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워낙 높은 금액을 쓴 것으로 발표되니까 내부적으로 좀 편안해진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