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문제 제기가 북한 핵문제 제기에 비해 다소 부차적이거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오히려 북한 정권을 흔드는 공포의 지진과 같으며,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 북한의 인권 탄압이라는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의 인권변호사 제러드 겐서는 28일 정책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이 개최한 북한 인권문제 토론회에서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알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외교전문대학원(플레처스쿨) 교수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줄곧 부인만 하던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미국 비정부기구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로버타 코언 공동위원장도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일이 "북한 정권을 흔들 공포의 지진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언 공동위원장은 또 북한에서 반인도적 행위를 한 실무 책임자들이 "장래에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해야 한다"면서 북한 정권의 최고위층 인사 몇 명이나 조직 몇 개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차원을 넘어서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실무 책임자들의 신상을 파악해 제재 대상자로 삼는 등의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겐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 사람은 어떤 수용소에서 어떤 일을 했다는 구체적인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활동하는 유엔 산하기구나 비정부기구들에 대한 주요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문제 제기의 중요성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북한자유주간 행사 시작된 이후 큰 변화... 탈북자들 더 행동해야"

앞서 미국의 인권단체 연합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잔 숄티 대표는 27일 워싱턴D.C.에서 전날 개막된 제12회 북한자유주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12년 전 처음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시작된 이후 많은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면서 북한의 반 인도적 인권 유린을 종식시키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고, 특히 북한의 변화를 위한 탈북자의 행동을 강조했다.

숄티 대표는 탈북자들이 십수년간 증언했던 반 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유린이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걸 지난해 발간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인정했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이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라면서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 친지와 연락을 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외부세계의 정보를 전달하고 그들을 외부와 연계시키면서 북한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탈북자들의 용감한 행동을 통해 전세계가 북한 주민들이 겪는 끔직한 고통과 정치범 수용소, 인신매매 등 북한 정권의 불법 행동과 반인도 범죄를 알게 됐다면서 이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올해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주제를 탈북자들의 행동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숄티 대표와 함께 올해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촉구하고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제재 법안의 완성을 미 국무부와 정치인들에게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탈북 여성 인신매매,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북한 핵과 국군포로와 외국인 납치 문제, 북한의 불법무기 거래와 마약 제조 등이 국제사회에 알려졌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따라서 미국 정부가 이 같은 탈북자 단체의 활동을 지원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탈북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것이 북한 정권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아울러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미국 정부에 탈북자 단체들을 지원해 줄 것을 강력히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탈북자 단체들이 미래의 북한으로 연결되는 다리이자 북한의 민주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탈북자들은 고향 주민들을 살리는 일, 북한 주민들을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해야"

미국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 (HRNK)의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가 27일 '테러의 무기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된 2008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테러를 직접 시도하거나 지원했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탠턴 변호사는 보고서에서 지난 2009년 이란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 몇 척이 적발된 사례를 들어 북한이 미국 국무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포함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단체에 무기를 공급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타격 등 직접적인 군사공격은 물론, 한국이나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탈북자와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암살 기도와 납치 등의 행적도 북한이 가하는 심각한 위협으로 명시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말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을 비롯해 한국의 금융기관과 웹사이트, 언론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북한의 소행이라면서 북한을 다시 지원국 명단에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테러지원국을 정의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모순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 의회와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기준을 명확히 해줄 것도 밝혔다.

현재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이란과 수단, 시리아 세 나라만 남아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