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는 4일(화) 캘리포니아주 공립학교 학생 수 감소로 남게 된 빈 교실과 유휴 캠퍼스가 영유아 보육시설로 잇달아 전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군 재정난과 비영리 보육기관의 시설난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라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부터 솔라노 카운티에 이르기까지 비영리 보육기관들은 이미 아동 중심으로 설계된 학교 시설, 즉 이동식 교실을 놓을 여유 공간이 있는 널찍한 운동장이나 빈 교실, 심지어 폐교된 캠퍼스 전체를 캘리포니아에서 극심한 부족을 겪고 있는 0~3세 영유아 보육 서비스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LAUSD SCHOOL BUS
(LA통합 교육국(LAUSD) 소속의 스쿨버스. AP)

학군들 역시 학생 수 감소 속에 지역 캠퍼스 문을 계속 열어두기 위한 방편으로, 어린 영유아들이 훗날 자기 학군의 학생이 될 잠재 자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직접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가족들의 신뢰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얼리 에지(Early Edge) 패트리샤 로자노(Patricia Lozano) 상임이사는 "학교는 지역사회가 매우 신뢰하는 공간"이라며 "여기에 이런 요소들을 더할 수 있다면 (보육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훨씬 높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 통째로 넘어간 폐교 캠퍼스들

최근 산호세와 밸리조에서는 보육 기관이 학교 캠퍼스 두 곳을 통째로 인수했고, 이스트 팔로 알토의 한 폐교 부지에서도 조만간 새 보육시설이 문을 열 예정이다.

기존 학교 부지 내에서 운영을 이어온 비영리기관들의 확장세도 계속되고 있다. 샌 가브리엘 밸리에 기반을 둔 한 단체는 수년간 100여 개 초등학교로 보육 프로그램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교실 세 곳을 추가로 열었으며 학군들의 수요 신호에 맞춰 계속 성장할 계획이다.

학생 수 감소와 재정난으로 학교 폐쇄 가능성에 직면한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LA Unified)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최근 승인된 계획에 따라 지역 보육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조기교육 영역을 확대하고, 구하기 힘든 영유아 보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가족들을 붙잡겠다는 구상이다.

UC버클리 명예교수 브루스 풀러(Bruce Fuller)는 "학군은 더 많은 아이들을 확보하고, 지역 기반 유아원은 서비스를 존속시킬 수 있다"며 "윈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영유아를 위한 학교 시설 개조

알함브라 통합교육구 산하 파크 초등학교의 한 켠에서는 3~4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운동장에서 울려퍼진다. 놀이터는 철제 체인링크 펜스로 나머지 캠퍼스와 구분돼 있다. 이곳은 옵션스 포 러닝(Options for Learning)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이 단체는 LA 카운티 샌 가브리엘 밸리와 인근 지역 160여 개 학교에서 영아, 유아, 유치원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년 전 이 개념을 처음 시도한 옵션스 포 러닝에게 지역사회의 수요 파악은 필수적이다. 19개 협력 학군마다 프로그램 방식은 크게 다르다. 어떤 시설은 유치원생만 받고, 다른 곳은 걸음마 단계 아이들까지 받는다. 전환유치원(TK)이나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도 지역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학교는 이동식 교실 설치를 요구하는데 비용이 최대 50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다른 캠퍼스는 학생 수 감소로 빈 교실을 임대료 최대 300달러 수준에 내주기도 한다. 교실 한 곳당 매달 운영비는 교사 급여, 공과금, 보험료를 포함해 2만7000달러에 이른다.

학교 캠퍼스에 조기교육 교실을 여는 것은 어린 자녀를 둔 가정들에게 보육의 연속성을 제공하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옵션스 포 러닝의 트레이시 린치(Tracy Lynch) 최고프로그램책임자는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선의 모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풀러 교수는 학군이 어린 연령대 아이들을 다루는 법을 미리 익힐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훗날 학부모들이 4세 자녀를 어디로 보낼지 선택할 때 벌어지는 "부정적인 경쟁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교실이나 캠퍼스 전체를 보육시설로 개조하는 작업은 비용이 크고 과정도 복잡하지만, 비영리기관들은 모금 역량을 총동원하는 한편 주·연방 재원에 의존해 좌석 확충과 필요한 개보수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보육시설 교실은 주 정부의 인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낮은 세면대와 작은 변기, 최소 두 개의 출구가 필요하다. 유치원~12학년(TK-12)용 교실은 출구가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과 대조된다. 또 연령대별로 적합한 실외 놀이 공간도 갖춰야 한다.

킨단고(Kidango)는 산호세 토욘 조기학습센터(Toyon Early Learning Center)의 첫 교실을 지난 3월 열기까지 6개월간 개보수 작업을 진행했고, 나머지 교실을 준비하며 개보수를 계속하고 있다. 카펫은 러그와 청소하기 쉬운 리놀륨 바닥으로 교체됐고, 정글짐 자리에는 감각 테이블과 진흙 놀이 공간이 들어섰다.

이 단체는 현재 8개 교실을 운영 중이며 8월 초 정원이 찰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5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예세니아 리바스-베하라노(Yesenia Rivas-Bejarano) 센터장은 최종 목표가 13개 교실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킨단고의 스콧 무어(Scott Moore) 최고경영자는 지역사회 수요와 가용 공간을 둘러싼 논의 끝에 공립학교 기반 접근법을 실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킨단고의 조기학습 캠퍼스가 있는 알럼 록(Alum Rock)과 베리에사(Berryessa) 통합교육구 모두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알럼 록 통합교육구는 2000년대 초반 정점 대비 학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2024~2025학년도에는 2000만 달러의 예산 부족으로 여러 학교가 문을 닫거나 통폐합됐다. 베리에사 통합교육구도 지난 10년간 학생의 약 4분의 1을 잃으면서 600만 달러의 예산 적자를 떠안았다.

킨단고는 2003년 알럼 록 통합교육구에, 2025년 베리에사 통합교육구에 진입한 뒤 두 학군 모두에서 캠퍼스 전체를 인수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무어 CEO는 "어린아이를 위한 보육은 가장 감당하기 힘든 비용 중 하나"라며, 보육 자리를 더 많이 확보한 덕분에 산호세처럼 보육시설 접근이 어려운 고비용 지역에서도 가족들이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 급변하는 보육 환경 속 생존 모색

UC버클리 연구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약 1100개의 비영리 유아원이 문을 닫았고, 이 중 500여 곳이 LA 카운티에 있었다. 전환유치원(TK) 확대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4세 아동들이 기존 보육시설에서 빠져나가는 반면, 영유아는 더 높은 교사 대비 아동 비율과 더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해 시설 운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이런 전환이 진행 중이더라도 보육이 필요한 모든 영유아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풀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3세 자녀를 둔 학부모 중 어떤 형태로든 유아원 자리를 구할 수 있는 비율은 3분의 1을 넘지 않는다. 더 어린 연령대일수록 접근성은 훨씬 더 떨어진다.

밸리조 시티 통합교육구의 비벌리 힐스 초등학교를 인수한 라이즈 밸리조(Rise Vallejo)에서는 비영리단체 차일드 스타트(Child Start, Inc.), 퍼스트 5 솔라노(First 5 Solano), 솔라노 카운티 교육청이 통합 보육 허브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교실은 과거 가정 보육 제공자들이 맡고, 헤드 스타트(Head Start)와 얼리 헤드 스타트(Early Head Start) 수업은 차일드 스타트가 운영한다.

차일드 스타트의 후안 시스네로스(Juan Cisneros) 상임이사에 따르면 4월 이후 문을 연 8개 교실에 약 100명의 학생이 등록해 있으며, 나머지 7개 교실은 마지막 제공자들의 인가 승인이 마무리되는 대로 8월 중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보육 제공자는 캠퍼스를 소유한 차일드 스타트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운영 중인 교실 수에 따라 유지·관리, 청소 서비스, 공과금 등 간접비를 포함해 매년 재산정되는 월정액 비용을 나눠 부담한다. 시스네로스 이사는 이런 구조 덕분에 전체 비용을 약 절반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라이즈 밸리조 개원에는 부지 매입과 개보수를 포함해 최종적으로 2000만 달러가 들었고, 부지를 확보해 교실을 열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 밸리조 시티 통합교육구 이사회의 존 폭스(John Fox) 위원은 옛 학교 캠퍼스가 절실히 필요한 조기교육 서비스를 위해 재활용된 것을 반겼다고 밝혔다.

퍼스트 5 솔라노가 주도한 이번 사업에는 연방·주·카운티·시 재원과 보조금이 투입됐고, 민간 기부도 모색됐다. 퍼스트 5 솔라노 위원회 의장이자 전 솔라노 카운티 교육감인 리셋 에스트렐라-헨더슨(Lisette Estrella-Henderson)은 "우리는 이 일을 믿었기 때문에 안 된다는 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