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고위성직자 손자가 최고급 스포츠카를 몰다 사망한 사건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란 내 점차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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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포르쉐를 몰던 두 젊은 남녀가 과속으로 가로수를 들이 받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젊은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몇 시간 만에 사망했다.
이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차량에 탔던 이들의 신원이 SNS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다. 운전자는 빈민가 출신 여성 파라바시 아크바르자데(20)였고, 포르쉐 소유자이자 조수석 탑승자는 이란 최고 성직자의 손자인 모하마드 호세인 라바니시라지(22)였다. 라바니시라지는 다른 여성과 결혼을 앞둔 상태였지만 사고 당일 또 다른 여자친구인 아크바르자데를 운전석에 앉혀 포르쉐를 몰게 하다 사고가 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이란인 SNS를 통해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생전 아크바르자데가 달러 표시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와 함께 찍은 인스타그램 사진에는 "그녀가 평범한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르더니, 결국 스스로에 불을 질렀다", "꼴 보기 싫은 것이 없어졌다"는 등의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란 국영방송도 시민들의 분노가 이번 사건이 이란 사회 내 증가하는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지만, 유력가의 자제들은 재력을 바탕으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특히 이란 서민들은 오랜 기간 이어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극심한 빈곤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란 특권층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 실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일부 집안이 좋은 사람들에게 기름과 달러, 금 판매권을 독점적으로 제공했고,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이들은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정경유착을 통해 이란 내 1% 특권층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테헤란 도심을 가로지르는 포르쉐는 부유층의 특권이자 이란 내 불평등의 상징이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 물가가 급등해 자동차 소비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2009년 이후 10만 대 가량의 고급차가 수입됐다. 이번 포르쉐 교통사고는 부유층 자제들의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또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란 언론인 나데르 카리미 조니는 "신흥 부자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과시하며 평범한 사람들을 비웃는다"면서 "이들은 부패를 통해 재산을 축적하고 사회 규범을 우습게 어기면서 이란 시민들의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