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 그리고 유럽연합(EU)이 13년만에 역사적인 이란 핵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번 핵협상 타결로 서방은 더 강력해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감시 권한을 얻어냈고, 이란은 경제·금융제재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평화적 핵 연구·개발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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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계 4위의 원유 확인매장량과 1,2위를 다투는 천연가스 매장량 외에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풍부한 다른 광물자원을 가지고서도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야했던 이란은 이번 핵협상 타결로 국제사회에 복귀해 숨겨진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중동의 강자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사우디 아라비아와 중동의 패권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협상대표들은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핵협상 타결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02년 8월 이란의 반정부단체가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 존재를 폭로하면서 시작된 이란 핵문제가 13년만에 해결될 수 있는 역사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양측이 최종 타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이란의 핵활동을 최대한 제한하려는 서방의 요구와 서방의 경제·금융제재에서 벗어나면서 핵기술 연구·개발 권리까지 확보하려는 이란의 치열한 수싸움 속에서 양측의 요구를 절묘하게 절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합의문 본문과 이를 자세히 설명한 부속합의서 5편으로 구성된 JCPOA는 100쪽이 넘을 정도로 분량이 방대한 데, 이는 양측이 서로가 요구하는 조건을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기술했기 때문이다.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이란 핵활동·시설·인력 사찰 문제는 IAEA가 군사시설을 포함해 의심되는 시설을 모두 접근할 수 있지만, 이란의 요구를 반영해 일방적이 아닌 이란과 주요 6개국이 함께 구성한 중재 기구의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IAEA는 확실히 해명되지 않았던 2003년 이전 이란의 핵활동 포함해 이란 핵시설과 인력에 대한 사찰을 10월 15일까지 마치고 5개월 뒤인 12월 15일께 결과를 IAEA 집행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란에 대한 미국과 EU의 경제·금융 제재는 IAEA가 이란의 합의안 이행 검증이 끝난 뒤에 해제하기로 해 이르면 내년 초 해제될 예정이다.
또 신형 원심분리기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핵기술 연구·개발(R&D)은 나탄즈 시설로 한정하고, 이란이 IAEA에 공개하지 않았던 포르도 농축 시설에선 농축·연구개발·핵물질 저장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란이 '핵주권'이라고 명명한 핵기술 연구·개발 권리는 비록 나탄즈로 제한되긴 했지만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이란은 합의안 이행 직후부터 10년간 나탄즈에 한해 신형 원심분리기(IR-4, IR-5, IR-6, IR-7, IR-8)의 연구를 계속하되 우라늄 농축 우려가 있는 다단계(cascade) 방식이 아닌 최고 2단계까지의 기계적 실험이 허용됐다.
이란이 농축할 수 있는 우라늄 농도는 3.67% 이하로, 규모는 300㎏ 이하로 제한됐다.
또 이란은 타결안 이행 시점부터 10년간 현재 가동 중인 IR-1형 원심분리기를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5,060기로 줄여야 하며, 이 기간 IR-1형은 고장시 교체만 할 수 있고 새로 만들지는 못한다. 이에 따라 IR-1형 원심분리기는 실험용으로 1,044대가 남게 되며 6단계로 유지된다.
포르도 농축시설은 국제적 협력하에 순수한 물리 연구센터로 전환된다.
아라크 원자로를 제외하고 15년간 우라늄 농축이 필요없고 플루토늄 생산이 쉬운 중수로는 건설하면 안된다. 이기간 핵연료 재처리와 재처리 시설을 만들어서도 안된다. 아라크 원자료의 발전 용량은 20㎿로 한정했다. 이는 한국형 원자로 1,400㎿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막판 쟁점이었던 유엔의 대(對) 이란 무기 금수조치는 5년간, 탄도미사일 제재는 8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또 핵활동 제한과 관련한 협상안을 이란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65일 안에 제재가 복원(snapback)될 수 있도록 했다.
이란과 주요 6개국은 최소 2년마다 한 차례 만나 타결안 이행 상황을 공동으로 점검한다.
이번 협상 타결로 인해 서방은 IAEA의 대이란 사찰권한을 크게 강화해 핵무기에 필요한 고농도 우라늄 농축을 최소 10년간 강력히 제한하는 소득을 얻었다.
이란은 애초 핵협상 타결과 동시에 제재를 완전히 해제해야 한다고 단순하게 요구했지만 유엔 안보리의 추인 결의안 통과일을 '타결일'로 잡고 이후 90일 뒤를 '적용일', IAEA가 핵활동 이행을 확인하는 날을 '이행일'로 나누는 묘안을 냈다.
이 기간 IAEA는 이란의 핵활동과 합의안 이행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평화적 목적이 확인되면 제재를 푸는 것에 합의했다.
이란 핵협상 타결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했다"고 평가하고 "이번 합의는 이란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합의는 신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검증에 기초하고 있다"며 "이란이 앞으로 합의사항을 위반할 경우 모든 제재가 복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우리가 추구해왔던 좋은 합의"라며 "충돌과 (핵무기) 확산으로부터 한걸음 떨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핵협상 타결에 대해 "새 지평을 열었다.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윈-윈' 해법으로 희망의 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역사적인 타결"이라며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또 "유엔은 이번 역사적인 타결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당사국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핵협상을 반대해 온 벤쟈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 세계에 대한 역사적 실수"라며 "이란의 핵무장을 막을 수 있었던 모든 분야에서 타협이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미국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도 이번 합의안이 이란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해준 결과가 됐다며 앞으로 의회심의 과정에서 이를 부결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회는 앞으로 60일간의 검토기간을 거쳐 이번 합의안을 승인 또는 불승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거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일 의회가 합의안에 반대하는 불승인 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원과 하원은 다시 각각 3분의 2(상원 67표, 하원 290표)의 찬성을 얻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어 이번 합의안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의회가 첨예한 힘겨루기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