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가 3일(현지시간)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들어갔다.

재정 고갈로 '미국판 그리스'로 불려 온 푸에르토리코는 이날 만기가 도래한 5,800만 달러(약 680억 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고 그리스보다 먼저 디폴트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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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 정부개발은행(GDB) 관계자는 "이번 회계연도의 할당금이 부족해서 오늘 채무 전액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푸에르토리코가 채무 일부를 상환하지 못한 것은 디폴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리스보다는 재정 상태가 나았지만 국가가 아니라 미국 자치령이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구제금융을 받을 수 없는 탓이었다.

푸에르토리코가 만기 도래 채무 가운데 상환한 금액은 62만8,000달러(약 7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원래 채무 만기는 지난 1일이었으나 토요일인 관계로 상환기한이 자동으로 다음 영업일인 이날까지로 연장됐을 뿐 푸에르토리코는 이미 디폴트 상태였다. 

앞서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다"며 디폴트를 예고했었다.

지난달 29일에는 방송 연설을 통해 채권단에 모라토리엄(부채상환 유예)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 푸에르토리코는 디폴트에 빠진 첫 미국령으로 기록됐다.

이번 디폴트는 푸에르토리코 정부 산하 공공금융공사(PFC)의 디폴트로, 아직 푸에르토리코에는 더 큰 디폴트 위험이 남아 있다.

무디스의 에밀리 라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디폴트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이번이 푸에르토리코의 광범위한 디폴트의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푸에르토리코의 채무는 총 720억 달러(약 84조1천억 원)로 2012년 파산을 신청한 미국 미시간 주(州) 디트로이트보다 4배나 큰 규모다.

이 가운데 정부 산하기관에서 발행한 241억 달러(약 28조2,000억원) 상당의 채권은 채권단과 채무조정을 이미 끝냈다.

186억원(약 21조7,000억원) 상당의 일반 및 정부 보증채, 152억 달러(약 17조8,000억원)의 세금지불보증 채권 등은 아직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푸에르토리코 관계자들이 채무 조정안을 만들고 있으며 이달 말이면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전망이라고 WSJ은 전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본토처럼 최저시급이나 빈곤층 보조금을 비현실적으로 높게 책정해오다 파탄을 맞이하게 됐다.

한편, 푸에르토리코의 재정 상태가 심각해지면서 주민들이 미국 본토로 탈출하는 등 푸에르토리코의 사회적 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