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의 여성이 소변에 피가 보여서 내과에 갔었습니다. 내과에서 방광염으로 간주하고 치프로(cipro)라는 항생제 약을 일주일치 처방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도 계속 피가 난다고 하니까 이제는 그 냥 한달 지켜보자고 했답니다. 방광염이 아니면 무슨 병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좀 지켜보자고만 해서 답답해서 찾아 왔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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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과연 어떤 병들이 여성들에게 소변에 피가 나게 할까요? 첫째, 흔히 방광염이 심해지면 방광 안벽이 손상되고 까지면서 모세혈관이 파괴되고 피가 소변에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항생제를 써서 균을 죽이면 방광벽이 다시 아물고 건강해지면서 피가 멈추게 되어있습니다.

둘째, 방광에 돌이 생기거나 신장에 돌이 생기면 소변에 피가 보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 돌들이 신장이나 방광의 연한 세포를 자극하고 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방광암이나 신장암인 경우에도 소변에 피가 보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암세포가 자라면서 주위의 건강한 세포를 망가뜨리고 모세혈관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생제를 써 보고 계속 피가 나오는 경우는 그냥 지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닙니다. 암이 있을 경우에는 빨리 손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분의 경우는 소변에 피가 보인다고 했지만 방광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진 결과 이분의 질 분비물에 피가 섞여 있었고 초음파 검사에 자궁 안에 피가 고여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분의 소변에 있는 피는 자궁부정출혈이었습니다. 이 피가 질에 고여 있다가 소변 볼 때 흘러나오고 흡사 방광문제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61세의 여성이 자궁 부정출혈이 있다면, 이것은 폐경 후 출혈(post menopausal bleeding)이라고 합니다. 폐경 후 부정출혈은 암이 될 수 있는 굉장히 심각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바로 자궁 내시경을 하였더니 자궁내막이 부풀어 있었고 조금 비지처럼 허물 허물 떨어지는 것이 암이었읍니다. 그래도 조직 검사를 확실히 하고 어떤 암인지, 정말 암인지 보고 난 다음 치료를 결정해야 합니다.

일단은 초음파 검사로는 암이 자궁 내막 안에 국한되어 있고 자궁근육을 뚫고 지나간 것이 아니니 암이라고 병리과 조직검사 결과가 확정이 되면 바로 자궁 적출을 하여서 번지기 전에 손을 쓰면 약물치료나 방사선치료도 할 필요 없이 완치될 수 있습니다.

이 분은 한 달 그냥 지켜보지 않고 바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기에 암이 번지기 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흔히 방광염으로도 소변에 피가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항생제를 써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계속 소변에 피가 보일 때는 왜 그런지 확실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잘못하면 암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암이 번지면 사망이라는 무서운 결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해영 산부인과 원장 (Peter H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