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최고 선지자 무함마드를 비판하는 풍자 만평을 그렸다가 지난해 1월 7일(현지시간) 무슬림들에 의해 테러를 당했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가 6일 테러 1주기 특집호를 펴냈다.

표지에는 '손과 옷에 피가 묻어 있고 샌들을 신은 채 도망가는 어깨에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멘 수염을 한 알라'의 그림과 함께 "1년이 지났으나 살인자는 여전히 도망 다니고 있다(One year on: the killer is still at large)"는 문구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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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알라를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메고 있는 모습으로 그린 것은, 지난해 1월 7일 파리에서 샤를리 에브도를 상대로 테러 공격을 가한 사이드 쿠아치(Said Kouachi)와 셰리프 쿠아치(Cherif Kouachi) 형제 등이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시 샤를리 엡도 직원 8명을 살해한 것은 물론 건물 안팎에서도 총격을 가해 총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었다. 이후 이틀 동안 7명이 더 사망해 총 19명이 사망했다.

풍자로 유명한 샤를르 에브도는 이 공격 이후 표현의 자유의 상징이 됐다. 

이 표지는 '리스(Riss)'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만화가 로랑 수리소(Laurent Sourisseau)가 그렸다. 1년 전 테러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는 현재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수리소 편집장은 이번 호 사설에서 "감히 종교를 비웃었다가 동료들이 살해됐다"면서 "코란(이슬람 경전)에 미쳐 이성을 잃은 사람들과 그와 같은 다른 종교인들은 우리 잡지가 종말을 맞기를 원했다"고 과격 종교인을 맹렬히 비난했다.

또 "우리의 일을 망치려 하는 것은 방한모를 한 두 바보가 아니다"면서 "그들은 샤를리 에브도가 죽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며, 샤를리 엡도가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볼 것"이라며 사를리 에브도의 풍자 정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특집호에는 당시 테러로 숨진 다섯 명의 샤를리 에브도 만화가와 몇몇 외부 기고가의 작품이 실렸다.

세속주의를 다룬 한 만평에서는 복면을 쓴 총잡이가 "기도하지 않는 이들을 먼저 죽여라. 그러면 다른 이들도 신이 존재한다고 믿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특집호는 100만 부가 발행되며 독일, 벨기에 등 외국에도 판매된다.

파리의 한 신문 가판대에서 이 신문을 구입한 프랜시스(53)는 야후 뉴스에 "표지가 마음에 든다"면서 "테러 전에는 이 신문을 구입한 적이 없지만 올해에는 여러 번 구입했었다"고 말했다.

이 주간지는 테러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사무실을 보안이 더 강화된 곳으로 옮겨야 했고(테러 우려로 이사한 건물 주소는 비밀이다), 일할 때나 인터뷰할 때나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경호원이 따라 다니고 있다. 신문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BBC 방송에 "이들은 커튼을 치고,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현지 일간지 르몽드는 테러에 대비해 샤를리 에브도의 새 사무실에 안전시설을 설치하는데 150만 유로(약 19억원)가 들었으며, 매달 경비 비용도 5만 유로(약 6천400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교황청은 샤를리 엡도의 1주기 특집호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교황청에서 발행하는 일간지인 오세르바토레 로마노(Osservatore Romano)는 종교에 대한 이런 모습은 새로울 것이 없다면서 종교적 인물들은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계속해서 비난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간지는 모든 종교의 종교 지도자들이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러 차례 말한 증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신을 이용하는 것은 신성모독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잊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샤를리 에브도의 선택(표지)에는 종교와 관계 없이 신에 대한 신도들의 믿음을 인정하거나 존중하는 데 실패하는 슬픈 세상의 역설이 있다"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종교 자체나 타인의 종교에 대해 나쁜 말을 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선동가"라면서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고 타인의 믿음을 모욕하거나 조롱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라드 비어드(Gerard Biard) 편집 주간은 BBC에 "지난 해 1월 7일 이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빈 자리 외에는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사람들과 친구들이 그립지만, 우리는 이전의 정신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존중을 외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폭탄 공격과 살상, 총격의 이유를 발견하려고 하는 것은 우주에서 별을 세려고 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전체주의가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이해하려 하겠지만, 그것이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샤를리 에브도 테러 발생 1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5일 오전 샤를리 에브도가 입주했던 파리 시내 건물 앞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희생자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명판 제막식이 열렸다.

명판은 건물 입구에 걸렸는데 샤를리 에브도 만화가였던 샤르브, 카부, 오노레, 티누스 등 테러로 목숨을 잃은 11명의 이름과 "표현의 자유에 반대하는 테러범의 공격에 숨진 이들을 추모하며"라는 글이 새겨졌다.

오는 10일에는 파리 시내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주재 하에 테러 희생자를 기억하는 나무 심기 행사를 연다. 레퓌블리크 광장은 테러 직후 언론의 자유와 민주 가치를 옹호하는 대중 집회가 매일 같이 열렸던 곳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파리 테러, 시사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총격 사건 등 일련의 테러가 있었던 2015년은 "끔찍한 해"였다고 회고한 뒤 "나의 첫 번째 의무는 프랑스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은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악의 뿌리를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파리 테러를 저지른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겨냥했다.

이어 "그것이 우리가 다에시(IS의 아랍어 표기)에 대한 공습을 강화한 이유"라며 필요하다면 IS와의 전쟁을 지속하고 공습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