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장으로 공식 취임한 뒤 바로 다음날 피살된 멕시코 모렐로스(Morelos) 주 테믹스코(Temixco)의 기셀라 모타(Gisela Mota·33) 시장이 총기로 무장하고 자택에 들이닥친 5명의 마약갱단으로부터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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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사건 당시 집에서 모타와 함께 있었던 모타의 어머니 후안나 오캄포(Juana Ocampo)는 사건 당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면서 딸이 보여준 용기에 대해 털어놨다고 중남미 뉴스를 전하는 뉴스네트워크인 텔레수르(telesurtv)와 멕시코 일간 라 호르나다(La Jornada), AFP 통신 등이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성년자와 30대 초반의 여성이 포함된 갱단이 복면을 하고 모타의 가족이 모여있는 집의 거실에 침입했을 때, 이들을 처음으로 맞닥드린 것은 모타 시장의 부모였다.

괴한들을 보고 어머니인 오캄포는 "다 죽이지 말고 나만 죽여라"고 간청했으나, 모타는 "내가 기셀라다(I am Gisela)"라고 말하며 가족을 보호했다.

모타의 신분을 확인한 갱단은 모타를 결박한 뒤 별도의 방으로 끌고 들어갔으며, 모타의 부모를 포함해 생후 몇 개월 되지 않은 조카딸 등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모타를 구타하고 결국 머리에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시장에 공식 취임한 지 불과 채 하루도 되기 전이었다.

모타는 피살되기 전 가족을 해치지 말 것을 갱단에게 간절히 요구했고, 이 때문에 나머지 가족을 폭행을 당하긴 했으나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고 오캄포는 전했다. 가족들은 구타를 당했지만 치명적인 부상은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부 살인을 하는 멕시코 마약갱단 등 범죄조직은 흔히 살해 대상자의 집에 침입했을 때 대상자를 포함해 자택에 있는 가족을 몰살시키는 사례가 많았다고 수사당국은 설명했다.

수도인 멕시코시티로부터 60마일(96.56km) 가량 떨어진 테믹스코의 첫 여시장이었던 모타 시장을 살해한 후 두 명의 용의자는 경찰에 의해 사살됐고, 3명은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체포됐다. 멕시코 당국은 체포된 3명이 32세 여성, 18세 남성, 그리고 미성년자인 17세 청소년 1명이었다고 밝혔다.

3년간 연방의원을 지내고 작년 야당인 민주혁명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해 시장에 당선된 모타는 "조직범죄와 싸우겠다"면서 조직범죄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테믹스코가 있는 모렐로스 주 바로 옆에 있는 게레로 주는 여러 마약 조직이 경쟁하고 있는 마약범죄의 온상으로 지난해 중간선거에서만 10여명의 선거 후보자가 총격을 당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여성 시장 후보인 민주혁명당의 아이데 나바 곤잘레스가 납치되어 목이 잘린 시신이 발견됐었다.

그리고 모렐로스 주에 있는 테믹스코는 주에서 폭력이 가장 심각한 시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믹스코는 미국으로 연결되는 마약 밀매 경로인데, 약한 지역 정부와 부패한 경찰, 그리고 범죄 조직의 위협 등으로 폭력 사건이 빈발해 치안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혁명당은 "모타는 강하고 용감한 여성이었다"고 애도하면서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은 공직자를 거리낌 없이 살해하는 범죄조직의 흉포한 행위를 개탄했다.

모타 시장의 어머니 오캄포도 "내 딸은 시민과 결혼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장 출마를 결정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은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는 처벌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타 피살 사건에는 '붉은 갱단'이라는 의미의 '로스 로호스(Los Rojos)'라는 지역 마약조직이 깊숙이 관여돼 있을 것으로 수사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로스 로호스는 지난해 7월 멕시코 연방교도소를 탈옥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이끄는 마약카르텔 '시날로아'와 멕시코에서 가장 잔혹한 마약갱단으로 알려진 '로스 세타스'와 연계 고리를 형성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로스 로호스는 또 지난 2014년 9월 게레로 주 이괄라 시에서 지방 경찰과 결탁해 시위 중인 교육대생 43명을 납치한 뒤 한꺼번에 피살한 '전사들'이라는 갱단과 치열한 세력 경쟁을 벌이는 조직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전사들'은 모렐로스의 주도이자 유명 휴양지인 쿠에르나바카를 자신들의 구역으로 점령하고 있고, 쿠에르나바카에서 남쪽으로 6㎞가량 떨어진 테믹스코에 로스 로호스와 잦은 충돌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10년간 100명의 시장과 1천 명의 지방정부 관리들이 암살됐거나 암살 목표에 올랐다고 텔레수르는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CBS 방송은 이날 모타 시장을 살해한 갱단들이 정부 관계자들과의 비밀 거래 일부를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에 의해 체포된 미성년자 17세 청소년은 심문 과정에서 4명의 유골이 있는 무덤의 위치에 대해 털어놨고, 수사관들은 5일 농촌 지역에서 두 곳에서 시신 4구를 발견했다.

또 인터넷 신문 '더 인터셉트'에 따르면, 체포된 용의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2만9천 달러(3천480만 원)를 받고 청부살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자신들이 살해할 리스트에 올라 있는 6명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라코 라미레즈(Graco Ramirez) 모렐로스 주지사는 지난 4일 모타 시장이 주 정부 경찰의 지역 경찰 통제와 갱단이 저임금 지역 관리들을 조직에 흡수하는 것을 반대하는 다른 관리들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에서는 갱단이 모타 시장을 주 정부 경찰과 시 경찰을 하나로 통합시키려는 계획의 배후에 있다고 보고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이번 사건은 끔찍한 범죄이자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유엔은 멕시코 사법당국이 사건의 배후를 가려내 철저히 응징하고 여성 정치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처를 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