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부 내륙국가인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의 수도 와가두구(Ouagadougou)의 한 고급 호텔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슬람 테러단체에 의한 인질극이 발생했을 당시 북부 말리 접경지대에서는 호주 국적 의사와 그의 아내가 납치됐는데, 이들이 선교사 부부였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이들 선교사 부부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 언론들과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켄 엘리엇(81)과 조셀린 엘리엇 선교사 부부는 호주 퍼스 출신으로, 수도인 와가두구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지보(Djibo) 인근 자택에서 납치됐다.
이들은 지보에 지난 1972년 병원을 설립한 이후 오지에서 의료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섬기기 위해 평생을 헌신해 왔으며, 현재도 120병상 규모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1967년 초 서부 아프리카 베냉으로 가 폐쇄된 병원을 다시 열어 4년 동안 운영한 뒤 이웃 국가인 부르키나파소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 선교사 부부는 40년 이상 의료 선교를 해온 이들은 8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역을 감당해왔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 선교사가 병원에서 유일한 외과의사다.
엘리엇 선교사 부부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납치 이유도 알려지지 않았다.
엘리엇 선교사는 앞서 자신의 의료 선교의 목표에 대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님의 사랑과 선하심을 보여주는 것이며, 의료를 통한 그분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보의 지역주민들은 엘리엇 선교사 부부가 납치됐다는 비보를 접한 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엘리엇 선교사 부부의 석방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지보는 의사 켄 엘리엇을 지지한다(Djibo supports Dr Ken Elliott)'라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페이스북은 엘리엇 선교사의 병원은 주위 수백킬로미터 내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병원으로, 수많은 환자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를 석방시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페이지에는 선교사 부부를 지지하는 글들이 전 세계에서 올라오고 있으며, 좋아요를 누리는 이들도 쇄도하고 있다.
모우싸 딕코(Moussa Dicko)라는 한 지역 주민은 페이스북에 "엘리엇 선교사는 우리에게 전부이며, 엄마를 필요로 하는 아이처럼 우리는 그를 필요로 하고 있다"라고 썼다.
또다른 주민 프랑소와 람데(Francois Ramde)는 "엘리엇 선교사는 부르키나파소인이며 참 인간"이라면서 "그는 최상의 인간애를 보여주었다"고 적었다.
엘리엇 선교사는 병원의 유일한 외과의사로 한 달에 최대 150회의 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하루에 5~6시간 수술을 하며 일주일에 6일을 일했다.
최근에는 은퇴를 앞두고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호주 언론은 전했다.
엘리엇 부부의 납치 소식에 가족들과 지인들, 지보 주민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석방을 호소했다.
세 자녀는 성명을 통해 "1972년 이후 휴일 며칠을 빼고는 계속 그 지역에 머물러 온 데서 지역 주민에 대한 부모님의 헌신을 알 수 있다"며 부모의 행방과 피랍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동창 리처드 럭은 "지역 주민에게 최고의 존경을 받고 있었는데 봉사의 끝 무렵에 비극이 발생했다"라고 호주 ABC 방송에 밝혔고, 부부의 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린랜드 데이비스는 소셜미디어에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놀랄만한 분들"이라며 석방을 기원했다.
엘리엇 박사는 지난 2014년에 발행된 대학졸업 50주년 기념 소책자에서 동창들에게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많은 기쁨을 누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엘리엇 선교사 부부가 국경을 넘어 말리로 끌려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몸값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말리 무장세력인 안사르 디네는 '사하라 에미리트'(Emirate of the Sahara) 소속 지하디스트들이 엘리엇 부부를 말리에 잡아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하라 에미리트'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l-Qaeda in the Islamic Maghreb, AQIM)의 분파로, 말리 북부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