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열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벌써 이란 시장을 노리고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국제 석유시장은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이 언제 본격적으로 시장에 복귀할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이란은 경제제재 하에서는 소수 국가들을 상대로 석유를 거래하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세계 각국에 석유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하산 루하니 이란 대통령은 16일 "우리는 오늘부터 더 많은 석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신속히 증산에 착수하면 하루 50만 배럴(bpd)의 원유를 수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제재를 받기 전인 2011년 당시의 수출량은 하루 300만 배럴을 웃돌았으나 현재는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이다. 

한 고위 관리는 아직 수출을 늘린 상태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더 많은 원유를 판매한다고 말한다는 것은 이미 거의 즉각적으로 수출을 하루 50만 배럴가량 늘릴 능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약 30만 배럴을 사줄 거래선을 갖고 있으며 1주일 정도가 걸리는 금융 제재 해제가 이뤄지는 즉시 거래를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경제재제를 받고 있던 지난 4년간 소수 국가들만을 상대로 원유를 거래하던 상태였다. 향후의 생산량 추이와 관련해 이란 관리들은 경제제재가 풀린 뒤 6∼7개월 내에 10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으며 12개월 내에는 3백3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분석가들은 이를 야심찬 목표로 간주한다. 

FT는 이란의 석유업계 관련자들도 정부 관리들보다는 현실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한 해운회사 간부는 "오랫동안 정지상태로 뒀다가 가동하는 엔진과 마찬가지로 (석유 생산이) 곧바로 과거와 같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에너지 애스팩츠 소속의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시장에 공급이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란은 대금 장기상환, 할인과 같은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질유 시장이 현재 포화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운 중개업체들에 따르면, 이란의 수출 재개에 대비해 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24척의 대형 유조선이 이란 연안에 대기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 업체인 마나 에너지의 로빈 밀스 사장은 이에 대해 "단기 관전 포인트는 이란이 얼마나 신속하게 비축 석유를 수출할지 여부"라고 말하면서 비축유 대부분은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일종)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란은 제재가 취해진 시절에도 거래를 계속하던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과거에 거래하던 유럽 파트너들에 더 많은 원유를 수출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수출을 재개할 경우, 가격 측면에서 다소간 양보할지도 모르지만 할인 폭을 제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 관리들은 원활한 수출을 위해 외국 정유회사에 대한 투자나 그 밖의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경제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가격 유지를 위해 물물교환을 활용한 바 있다.

이란의 석유 수출 상황을 잘 아는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20만 배럴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소식통은 터키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는 이미 계약이 이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정부에도 정기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발빠른 중국의 행보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수일 내로 핵무기 관련 경제·금융 제재가 전면 해제돼 국제사회로 복귀한 이란을 국빈 방문한다. 대이란 투자가 한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주요 산업국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발빠른 행보다.

18일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는 19∼23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이들 세 나라를 국빈방문한다. 이는 올해 들어 처음 이뤄지는 시 주석의 외국 순방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3개국 정상과 각각 회담을 하고 경제협력 방안을 비롯해 양자 관계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추진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랍 국가들은 중국의 최대 원유공급처이면서 7번째 교역 파트너다. 또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핵심 경유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번 중동 외교전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란의 관계 격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국면에도 에너지 협력을 중심으로 한 협력관계를 꾸준히 격상해온 가장 대표적인 나라다. 양국 교역액은 2014년 51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31.5% 증가한 수치다.

이란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시 주석의 최대 '발명품'으로 꼽히는 '일대일로'에도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국은 이미 에너지, 고속철, 고속도로, 건축자재, 경공업, 통신, 전력, 기계 등을 중점적인 협력 분야로 꼽고 있고, 세계 2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육로를 거쳐 중국까지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앞에 둔 시 주석과 로하니 대통령은 잦은 만남을 유지하며 경제협력, 안보협력 수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두 정상은 취임 이래 국빈방문 등을 통해 벌써 여섯 번이나 대면했다고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가 최근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시 주석의 이란 국빈방문은 중국의 대이란 행보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의 중동 순방은 사우디와 이란이 국교단절까지 선언할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겪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근년 들어 중동의 각종 분쟁사태에 적극적인 개입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7월 타결된 이란핵 문제는 물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시리아 내전 등 각종 중동문제에서 열정적인 중재활동을 벌이며 '해결사' 소리까지 듣고 있다. 중국의 이런 중동개입 행보는 미국이 중동에 치중했던 군사·외교적 자원을 아시아로 재분배한다는 개념의 아시아 중심축 이동 전략에 속도를 내며 '중동 출구전략'을 본격화한 상황과 대비된다. 시 주석의 새해 첫 순방외교가 중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미국의 영향력 감소로 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본도 투자 확대 나서

일본 정부 역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일본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한 환경조성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과 관계가 악화된 중동 국가들과도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등 대(對) 중동 외교를 다각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17일 기자들에게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라는 합의가 이행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이란이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 실현을 위해 한층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란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하지 않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 및 미국의 독자 제재 해제에 따라 자동차 수출확대, 철도·교통 시스템, 석유정제 시설 등 인프라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란내에서 일본 기업의 투자환경을 정비하는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하기로 이란 정부와 합의한 상태이며,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계기로 다음 달 중에는 이 협정에 정식 서명해 자원강국 이란과의 경제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중동국가들의 입장을 고려해 양측간 분쟁에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방식으로 중동 국가들과의 신뢰관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