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기독교인 300여명이 이슬람 수니파 조직 IS에 충성을 맹세한 이슬람 테러단체들로부터 기독교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슬림 다수 지역인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섬에서 민병대를 조직했다.

'풀라한(Pulahan)'이라는 이름의 이 민병대는 현재 이들과 맞서 싸우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 상태다.

민병대의 대원들이 모두 가톨릭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필리핀은 가톨릭 다수 국가다.

풀라한은 '하나님의 붉은 전사(Red Warriors of God)'나 '붉은 하나님 수호대(Red God Defenders)'로 번역할 수 있으며, 이번 주 언론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아시옹 형제(Brother Asiong)라고 자신을 밝힌 한 민병대 대원은 22일(현지시간) 'CNN 필리핀'에 대원들이 IS의 깃발을 불태웠다면서 "우리는 공격하는 민병대가 아니라 우리의 땅을 보호하기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병대는 대부분 지역의 농부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사모르 이슬람 해방 전사(Bangsamoro Islamic Freedom Fighters, BIFF)와 여기에서 떨어져 나온 모로 이슬람 해방 전선(Moro Islamic Liberation Front, MILF) 등의 대학살로부터 가족들과 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됐다.

이들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지역 사회를 공격해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해해왔다.

이들에 맞서기 위해 농부들이 항상 손에 들었던 농기구들을 버리고 총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슬람 테러단체들에 비해 무기는 매우 열악하다. 이들 무기들 중 일부는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남겨 놓은 것들 중에서 얻은 것이다.

아시옹은 "우리는 항상 이들에 의해 공격을 당하고 있다"면서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도 공격을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스스로 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면서 "손 놓고 있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죽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독교인 민병대 결성으로 인해 이슬람 테러단체들의 공격이 더 거세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민병대는 이슬람 지하디스트들의 공격에 맞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필요한 곳은 어디든 가서 전투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방사모르 이슬람 해방 전선뿐만 아니라 IS가 민다나오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시키는 것을 막기를 원하고 있다.

풀라한은 1990년대 민다나오에서 대부분 농부로 구성됐던 자경단의 이름으로, 이들은 당시 공산주의자들과 로모 반군들과 맞서 싸웠었다.

기독교인 민병대에 풀라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전신 풀라한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의미다.

방사모르 이슬람 해방 전선의 대변인은 아부 미르시 마마흐(Abu Misry Mamah)는 기독교인 민병대 결성에 대해 "민간인들이 무장하고 필리핀 정부에서 이를 방관한다면, 그들은 정부군의 일부이며, 그들도 우리의 적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방 당국에서는 민간인들이 무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스마엘 망구다다투(Esmael Mangudadatu) 마긴다나오(Maguindanao) 주지사는 기독교인 민병대에 무장을 하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망구다다투 주지사는 "그들은 무장할 필요가 없다"면서 "아직 필리핀에 존재하지 않는 IS와 싸우겠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IS가 민다나오 지역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IS는 현재 필리핀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미 IS에 충성을 맹세한 단체들이 있어,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민다나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